3단계로 돌아온 피셔는 병상에 누워있는 아버지와 만나게 된다.
피셔는 실망이라는 단어를 반복하는 아버지에게 자신이 아버지처럼 되지 못해서 실망했다는 것을 안다고 말한다.
그런데 아버지는 피셔에게 '네가 나처럼 되려고 했던 것이 실망스러웠다'며 고백한 뒤, 금고를 가리킨다.
피셔가 1단계에서 말했던, 코브 일행이 각인시킨 금고 비밀번호를 누르고 금고를 여니 그 안에는 최종 유언장과 함께 피셔가 어린 시절 아버지와 찍었던 사진 속의 수제 바람개비가 들어있었다.
이로써 피셔는 아버지가 진정 원했던 것은 '피셔가 자신과는 다른 길을 걷는 것'이었다는 것을 확인한다.
이에 피셔는 그룹을 쪼개서 홀로 일어설 것을 다짐하며, 직후 숨을 거둔 아버지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린다.
그런데 사실 이러한 아버지의 바람이나 유언장은 모두 1, 2단계에서의 정신적 자극을 겪은 피셔 자신의 무의식이 만들어낸 것이다.
따라서, 피셔가 죽기 직전의 아버지에게서 “실망이다”라는 말을 들은 건 1단계 꿈에서 피셔가 직접 말한 사실이지만 실제 현실의 아버지가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했는지는 불명이다.
즉, 자신이 바란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투영해낸 뒤에, 그것에 낚여서 새출발의 용기를 얻은 셈. 아무 것도 모르는 피셔 본인에게는 긍정적인 결말이지만, 모든 것을 알고 보는 관객 입장에서는 씁쓸하기 그지 없다.
사실 피셔 입장에서도 그리 나쁜 결말은 아닌게, 만약 인셉션이 이뤄지지 않았더라면 피셔는 초거대기업을 물려받긴 해도 '이 기업을 이뤄낸 건 아버지이고 난 아무것도 한게 아니기 때문에 아버지는 끝까지 날 실망스러워했다'란 생각을 죽을 때까지 갖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을 통해 (비록 진실은 아니더라도) '아버지는 사실 날 아꼈고, 나만의 길을 가면 저세상에서 자랑스러워 할 것이다'란 생각을 갖게 되었다.
아무리 돈과 권력이 많더라도 평생 트라우마를 갖는 것보다는, 기업이 쪼개져서 영향력은 줄었을 지언정 마음의 빚을 지우고 행복하게 살아가는게 그리 나쁜 건 아니다.
사실상 사이토와 코브 일행은 피셔의 심리치료를 해준 셈이다.
잃는 것이라고 해봐야 초거대기업 회장직 정도일텐데, 피셔는 그리 야망이 큰 인물로 묘사되지 않는다
입스가 장난삼아 "사이토한테 받는 것보다 피셔한테 의뢰비를 더 많이 청구해야겠는걸"이라고 한 것도 헛소리만은 아니다.
- 나무위키/인셉션/줄거리
당신이 소중히 여기고 당신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과 물리적으로 함께 할 수 없을 때, 심지어 통화조차 할 수 없을 때도, 그들과 가깝게 연결된 느낌은 유지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뇌에는 당신과 가까운 모든 사람의 마음을 나타내는 신경 표상이 자리 잡고 있어요.
당신과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는 누군가라도, 당신 뇌의 여러 신경 경로와 시냅스 연결부에 그 사람이 매우 실질적인 방식으로 존재하지요.
당신은 그들과 대화도 나눌 수 있어요.
당신이 어떤 말을 했을 때 그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그들과 가까운 관계일수록 당신은 그들을 훨씬 잘 알고, 그들에 대한 당신의 표상은 더 정확하죠.
그러니까 혼자 있을 때조차 그 사람들은 당신의 뇌 속에 함께 있는 셈입니다.
- 우울할 땐 뇌 과학, 실천 워크북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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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유튜브에서 가족이 죽어 상심한 사람들을 위해 죽은 가족의 사진 등의 정보를 취합해 최대한 고인의 생전 모습을 VR 게임으로 복원해서 남은 가족이 게임을 하면서 심리 치유를 받는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상을 봤었음
근데 너무 괴롭고 슬프기도 하고, 너무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해서 그만 봤었음
근데 이번 블루 아카이브 3장에서 호시노의 기억과 염원을 바탕으로, 싯딤의 상자를 통해 구현된 유메 선배에게, 호시노가 선배에게 듣고 싶었던 말들을 듣고 위로를 받고 슬픔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살풀이를 통해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얻는 것을 보고 엄청 울컥하고 감동을 받았음
눈 앞에 유메 선배의 존재가 사실이 아닐지라도, 그저 자신의 기억에 의한 심상에 불과하더라도, '실제로' 유메 선배를 다시 한번 눈으로 보게 되고 그 목소리를 다시 듣고 그 몸을 다시 만지고, 유메 선배라면 자신에게 했을 법한 따뜻한 위로와 조언을 직접 듣는 것은, 단순히 머리로 유메 선배의 죽음을 납득하려고 애쓰는 것이나 주위 사람의 충고나 위로를 받는 것과 차원이 다른 파괴력을 가진다고 느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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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메 선배는 죽어서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게 사실임
눈 앞에 유메 선배는 호시노 자신의 기억과 염원으로 구현된 심상 즉 환상임
하지만 그 유메 선배를 다시 한번 직접 눈으로 볼 수 있고 그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고 그 몸을 다시 만질 수 있는 경험은 진실이며, 유메 선배가 호시노에게 하는 위로와 충고도 진실임
왜냐하면 눈 앞에 유메 선배의 외모나 목소리, 촉각, 유메 선배가 하는 말들은, 이 세상에서 유메 선배를 가장 잘 기억하고 알고 있는 호시노의
기억을 토대로 구현된 것이기 때문에.
유메 선배가 죽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있었다면 또는 과거로 되돌아가거나 유메 선배를 되살린다면 실제로 호시노에게 무슨 말을 했을지는 엄밀히 말하면 모름
하지만 선생 말마따나 시간을 되돌리거나 죽은 사람을 부활시킬 수는 없음
유일한 선택지는 자신의 기억을 토대로, 자신이 가장 사랑했고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지금의 자신을 본다면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말을 했는지 스스로 생각하고 상상하고 위로하는 길 밖에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