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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열쇠점 사건첩 감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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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년도 10월달부터 이번달 8월 23일까지 약 2년간 연재한 만화인 만물열쇠점.


이 만화의 작가가 예전에 감명깊게 읽은 판데모니움 - 마술사의 마을의 저자였기에 연재 시작할 때부터 읽어 이번 주 72화까지 완독하였다.


이에 이 작품을 다 읽은 독자로서 감상문을 작성한다.


1. 스토리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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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옴니버스 구성이다. 코카짱이라는 정체불명의 요괴가 다른 요괴들이 수호하던, 소원을 들어주는 신물, 요메요리들을 훔친다. 그로 인해, 주인공 일행들이 유메요리들을 되찾기 위해 여러 사건들을 해결한다. 이런 큰 틀 내에서 각기 개별적인, 작은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여러 사람들이 코카짱과 만나 유메요리를 건네받고, 소원을 이루려다가 문제가 생긴다. 


그리고 이를 주인공인 여우 요괴, 아카네와 그 일행, 만물열쇠점이 해결한다.


이 전개구도는 단순하지만 각 편마다 완결성이 있어 처음 접한 독자가 접근하는 데 장점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는 각 편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의 사정과 엮이면서 작품의 흡입력과 지속력을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



2. 공감하기 쉬운 소재


작중 주인공인 아카네와 만물열쇠점 일행들은 요괴, 정확히는 현괴( 変化)이다. 사람의 인지를 초월한 존재들이라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신물인 유메요리로 인해 빚어지는 사건들 역시 초현실적이다. 언뜻 보기에는 허무맹랑한 소리로만 비칠지도 모르는 이야기는, 그러나 그 소동의 주체인 사람들을 알게 되면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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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생활에 적응하기 바쁜 학생, 또래들만큼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녀,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입은 여인과 그녀를 북돋워주고 싶어하는 남자, 자신 곁을 떠난 아버지를 원망하는 소년과 친족을 잃고 사회에서 받아줄 곳이 없어졌다 단정하는 청년, 그외 기타등등


이들은 현실에서 언제든 마주칠 수 있는 일반인들과 다르지 않다. 누구나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느라 쩔쩔맨 경험이, 남들과 비교하면서 자기를 비하한 적이, 상대방에게 상처를 받고, 그 상대를 원망하거나, 사회에서 제자리가 없다는 무서운 소외감을 겪은 적이 있을 것이고, 언제든 겪을 수가 있는 상황이다.


안정되지 못한 현상황을 타파하고자, 좀 더 행복해지고자 사람은 노력하고, 때로는 우리보다 높은 존재에게 소원을 빌기도 한다. 그런 경험이 한번쯤은 있기에 독자는 유메요리를 쓸 수 밖에 없는 등장인물들에 공감하고, 그들의 고난에 한껏 몰입할 수 있다.


그들의 어려움이 작품을 보는 나의 어려움과 다르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다.


3. 싸움보다는 이야기와 대화를 더 좋아하는 주인공


만물열쇠점의 점장인 아카네는 다재다능한 인물이다. 주술이면 주술, 백병전이면 백병전, 연구면 연구, 못하는 게 없고 시도한 것은 보통 이상의 성과를 낸다. 그러나 그녀는 폭주하는 유메요리와 사용자를 전투로 제압하기 보다는 언제나 그 사용자가 처한 상황과 제반 여건을 살피고, 설득하는데 중점을 둔다. 


그녀가 가진 유메요리인 금강비건은 상대방의 정신을 부숴 단숨에 상황을 종결할 수 있는 무서운 물건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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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네는 대신 물어본다. 왜 이런 상황에 처했는지, 지금 상황에 만족하고 있는지, 그 근저에 있는 행동의 원인은 무엇인지.


질문을 통해 상대방의 처지를 알고, 이해하고, 대화하고, 설득한다.


그렇게 대화를 이어나가다 보면, 상대도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고찰하고, 무엇이 최선인지 고민하게 된다. 


적응하기에 급급했던 나머지 잊고 있던 자신의 신조를 깨닫게 된다. 남과 비교해서 보잘것 없어보였던 자신의 장점을 찾는다. 인간관계에서 입은 상처로 소심했던 자신을 극복하고, 받아들인다. 해묵은 증오를 버린다. 모든 관계로부터 끊어져 있던 게 아님을 알게 된다.


그 과정은 금강비건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보다 훨씬 번거로울 수 있다. 위험한 유메요리와 직접 대치해야 할 수도, 상대에게 거슬린다는 이유로 악의에 노출될 수 있다. 


그러나 그녀는 대화하려는 자세를 유지한다. 상대는 유메요리를 회수하는데 걸리적거리는 방해물이 아니므로 그 자체로 가치있고, 존중받아야 하는 인격체이기에. 


4. 결점은 매력으로, 강점은 뚜렷하게


사실 이런 주인공은 전형적인 옳은 말만 하는 선한 주인공, 작가의 대변인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만 시시콜콜 전달할 뿐, 그 캐릭 자체로는 어떤 매력도 없게 될 위험성이 상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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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카네는 대화할 때 자신의 결점, 약점들을 드러내면서 설득에 변주를 가한다. 그녀는 반인반요고, 아비로부터 버림받았으며, 선천적으로 눈, 귀에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


그녀는 필요하다면 이를 숨기지 않고 얘기한다. 아카네는 상대방이 자신의 나약함을 숨기기 위해 내보이는 가시를 치우기 위해 자신의 아픈 면을 보인다.


단순한 타인, 설득을 시도하는 자와 설득당하는 자라는 일방적인 관계가 깨어지고, 상처 입은 약자들이 드러난다. 


내가 겪었던 아픔 만큼이나, 어쩌면 그 이상으로 고통받았던 사람임을 알게 되고, 그 사람이 한때 방황하고 타락할 뻔 했지만 그럼에도 사회에서, 다른 이들과 마주보고 살아가는 걸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은 등장인물은 물론, 독자에게도 주인공의 매력으로 기능한다.


한편으로, 주인공의 설득, 대화하려는 자세라는 강점은 반동인물과 대비하여, 더욱 뚜렷하게 드러낸다.


작중 반동인물인 쿄우카는 오로지 남을 속이고 이용하기 위해 말을 한다. 그는 상대방이 듣기 좋은 말, 바라는 말로 꾀어내고, 꼭두각시로 이용한다.


명예와 복수를 원하는 자에겐 명예로우면서도 합당한 복수의 길이 있는 것처럼 얘기하고


사랑이 고픈 이에겐 자신이 다 못했던 사랑을 줄 수 있는 대상인 것처럼 꼬드긴다. 


마치 소원을 이뤄주겠다고 얘기하는 그는 폭주한 유메요리가 그러하듯, 꿰어낸 사람을 한층 더 곤경의 구렁텅이로 몰아갈 뿐이다. 


사람을 도구, 수단으로만 보는 쿄우카와 대조되어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성찰하기를 요구하는 아카네의 모습은 어느 쪽이 옳은지 명확하게 보여주어 


아카네의 설득이 번거롭더라도 옳은 것임을 주지시킨다. 이러한 차이는 결말 부분에서 코카짱이라는 거대한 시련 앞에 두 사람의 운명이 어떻게 갈려졌는지를 묘사함으로써 설득력을 더한다.


5.되풀이되는 주제 - 증오를 넘어서, 되고 싶은 이상적인 모습으로


각 이야기마다 반복되는 대화와 설득은 종국에는 어디로 나아가는 것인가. 이는 각 편의 결말과, 만물열쇠점 일행들의 과거를 통해 반복적으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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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과거부터 계속해서 나를 갉아먹고 있는 증오와 회한, 자기비하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넘어서서 되길 원하는 이상적인 모습의 나로 변하자는 것이다.


나는 너를 미워한다. 이 세상을 미워한다. 나 자신을 미워한다. 너무 미워서 모두 없애버리고 싶다. 혹은 없어지고 싶다.


이런 증오는 타인은 물론 그 방향이 나 자신에게로 가 해를 입힌다. 결국 부정적인 감정에 자신을 불사르기 보다는 그것을 멀리해야 한다. 용서할 수 없더라도 그 상대방에 대한 증오로 폭력을 휘둘러선 안된다. 상대와의 관계가 끊어지더라도 그건 이성적으로 관계를 지속할 시 해롭다는 판단 하에 이루어져야 한다.


증오나 자기부정을 넘어선 후에야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나 스스로의 이상적인 모습을 찾을 수 있다. 


그 탐색은 어렵다. 증오를 넘어서는 것 부터 쉽지 않다. 그러나 소원을 빌면서까지 되기를 원했던 자신은 그 노력을 경주한 끝에야 도달할 수 있다.


6. 종합하자면


이 이야기는 설득의 중요성과 부정적 감정을 벗어나 성장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72화라는 짧지는 않은 편수를 진행하는 동안 그 주제를 일관성있게 쭉 지속해온 저자에게는 탄성이 나온다.


공감하면서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질문하고, 세심하게 상대방의 말을 되짚어보는 아카네 같은 인물이 주변에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한편으로는 들지만, 그저 소원을 빌기보다는 스스로를 고찰하고 생각하는 그런 태도를 함양하자고 되뇌어봤다.


이만 잡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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