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
평소와 마찬가지로 꿀 같이 달콤한 주말에 집에서 꿀 같이 달콤한 휴식을 즐기고 있던 하림.
그러나 그 휴식은 청월의 연락에 의해 끝이 나고 만다.
청월과의 통화를 마친 하림은, 청월이 말한 약속 장소이자 지난 번에 청월과 데이트를 즐겼던 장소인 트와일라잇 파크로 향했으나, 중간에 휴식을 취하기 위해 어느 길목에서 멈추고, 휴식을 취하던 도중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주머니에서 꺼낸 자신의 스마트폰에 뜬 메시지를 보고 경악하게 된다.
하림의 X톡 메시지에는 청월이 오늘 약속 장소를 바꾸었으니 그 쪽으로 오면 된다며 친절하게(?) 바뀐 약속 장소의 주소까지 적어서 보냈고, 청월이 보낸 메시지 내용에 있는 주소가 자신의 집 주소라는 것을 안 하림은, 자신의 집 앞에 미리 도착해 있던 청월과 함께 자신의 집으로 들어가게 된다.
마음 속에 품은 검을 벼리고 벼리며 청월과 함께 집으로 들어서는 하림.
과연 하림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
청월의 애교 섞인 부탁(이라고 쓰고 협박이라고 읽는)에 어쩔 수 없이 도어 락의 비밀번호를 입력해 잠금 시스템을 해제하는 하림.
잠금 시스템이 해제되자 하림은 크게 심호흡을 한 뒤 청월과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갔고, 집 안에서 각자 할 일을 하고 있던 하림의 가족들은, 하림과 함께 집 안으로 들어오는 청월의 모습을 보자 매우 크게 놀라며 어쩔 줄 몰라하는 반응을 보였다.
"림아, 뭐 깜빡하고 놓고 갔ㄴ... 응?!"
"왜 그래, 여보? 어머나?!"
"다녀왔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안녕하세요, 아버님! 어머님!"
"어머, 세상에!"
"림아, 옆에 있는 그 예쁘게 생긴 아가씨는 누구니?"
"아, 그렇지. 아버지랑 어머니는 아직 제 여자친구 이름만 들으셨으니까, 실제로 직접 보는 건 처음이시겠네요."
"여자친구...?! 그럼 설마, 네 옆에 있는 그 예쁘게 생긴 아가씨가...?!"
"진청월이라고 해요! 만나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아버님, 어머님!"
"그, 그래... 근데, 아버님, 어머님?"
"나중에 제가 어른이 되면, 당연히 림이랑 결혼할 거니까, 저에겐 시부모님이나 마찬가지니까요! 그러니 저 예비 며느리 진청월을 잘 부탁드립니다! 아버님! 어머님!"
"야, 진청월! 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청월의 입에서 나온 폭탄 발언에 따사로이 내리쬐는 햇살과 시원하게 내려오는 물 등 많은 영양을 고르게 잘 받아 맛있게 잘 익은 사과처럼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며, 매우 크게 당황하며 어쩔 줄 몰라하는 하림.
청월의 폭탄과도 같은 갑작스러운 발언에 하림의 부모님 역시 아들과 마찬가지로 매우 당황하는 것처럼 보였고, 자신의 방 안에서 휴식을 취하다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나는 것을 듣고 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거실로 내려온 하림의 동생, 하윤과 하준은 자기 집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손님, 청월의 모습을 보자 다른 가족들처럼 매우 크게 놀라며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윤과 하준이 방에서 나와 청월과 마주치자, 청월 역시 당황한 건 마찬가지.
청월은 하림에게 동생들이 있다는 사실을 아직 듣지 못했기에, 하림 쪽을 바라보며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냐고 말하기 시작했다.
"리, 림아! 저 예쁘게 생긴 아이랑 귀엽게 생긴 아기는 누구야...?!"
"아, 내가 이걸 말 안 했구나... 소개할 게. 저기 있는 저 게슴츠레한 눈빛을 가진 갈색 머리 하품녀는, 내 첫째 동생 하윤이야."
"누가 게슴츠레한 눈빛을 가진 하품녀야?! 아, 안녕하세요..."
"그리고 옆에 있는 아기는 우리 집 귀염둥이 막내, 하준이야. 참고로 우리 세 남매 모두 한 글자 이름이니까, 셋 다 이름을 똑바로 불러 줘야 돼. 알았지? 부탁할게, 청월아."
"안녕하세요!"
하림이 옆에서 자신을 포함한 하 씨 세 남매 모두 한 글자 이름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세 남매의 이름을 모두 똑바로 불러줄 것을 간곡하게 부탁하자, 하림의 동생들을 보고 잠시 당황했던 청월은 이내 평소와 같이 명랑한 표정을 지으며 알겠다는 말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한바탕 소동이 일어난 이후, 거실 탁자에서 음료와 과일을 즐기며 담소를 나누는 하림의 가족들과 청월.
하림은 자신이 먹고 있는 과일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지, 콧구멍으로 넘어가는 지는 그다지 관심 없고, 그저 이 상황이 빠르게 지나가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었다.
그러다 문득 옆에 있는 자신의 연인 청월이 마치 원래부터 이 집에 같이 살고 있던 식구였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자신의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보자 못 말리겠다는 생각을 하며 미소를 짓는 하림.
처음 만났을 때는 예정에 없던 청월의 깜짝 방문에 모두들 당황하며 어쩔 줄을 몰라 안절부절했지만, 이내 원래 이 집에 살던 가족의 일원이 된 것처럼 자연스럽게 자신의 가족들에게 녹아든 청월의 모습을 보고, 하림은 자신의 옆에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 청월이 나중에 진짜로 자신의 아내가 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르자, 순간 다시 잘 익은 사과처럼 얼굴이 빨개지며 하림 본인의 마음을 향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냐고 다그치며 고개를 세게 젓기 시작했다.
하림이 갑자기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세게 젓자 쟤가 대체 왜 저러나 싶은 표정으로 하림을 바라보는 하림의 가족들과 청월.
하림은 아무 것도 아니라며 자신이 하고 있던 생각을 부정하기 위한 말을 입 밖으로 내려고 하였으나, 정작 하림의 입에서 나온 말은 현재 하림이 머리와 가슴에 담고 있는 생각과는 완전히 딴판인 엉뚱한 말이었다.
"아버지, 어머니! 저 나중에 청월이랑 결혼해서, 제 인생을 청월이와 함께 보내고 싶습니다!"
"뭐....?!" (림 부모님&청월)
"뭐라고...?! (윤)
"냠냠냠." (준)
하림의 입에서 마치 청월이 집에 찾아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갑작스러운 폭탄 발언이 새어 나오자, 순간 정적이 흐르는 하림 가족의 집.
하준은 순수함 가득한 눈빛으로 손에 쥐고 있는 사과를 입 안에 넣고 우물거리며, 지금 이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는 상관 없이 나는 내 길을 가련다 하는 마음가짐으로 오로지 자신이 손에 쥐고 있는 사과에만 관심을 쏟고 있었다.
잠시 후, 이 어색하게 흐르는 침묵을 깬 사람은 다름 아닌 하림의 첫째 동생, 하윤이었다.
하윤은 방금 자기 오빠인 하림의 입에서 튀어나온 발언이 어이가 없었는지 헛기침을 하였고, 잠시 후 하림을 향해 마치 속사포에서 쏘아져 나오는 탄환과 같은 속도로 오빠 하림을 다그치기 시작했다.
"크흠흠. 나 참, 어이가 없어서. 지금 오빠 입에서 나온 그 말이 무슨 뜻을 가지고 있는 말인지 알기나 해?"
"윤아."
"오빠가 아무리 청월이 언니를 좋아하고, 또 청월이 언니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해도! 결혼이라는 단어는 그렇게 쉽게 꺼낼 수 있는 말이 아니라고!"
"나도 알아. 그래도 이건 내가 스스로 결정한 일이야. 청월이한테 흑심을 품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청월이를 지켜주고 싶다고!"
"오빠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건 나도 잘 알아. 하지만 지금 오빠 입에서 나온 말은, 오빠가 가지고 있는 마음 하나만 가지고 그렇게 쉽게 내뱉을 수 있는 말이 아니라고!"
"하지만! 내가 청월이를 지켜주지 않으면, 청월이는 또 청사모 같은 나쁜 사람들에게 안 좋은 짓을 당할 지도 몰라! 그러니까, 내가 지켜주고 싶어!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내 소중한 여자친구 청월이를, 내 손으로 지켜주고 싶다고!"
"그래도 결혼이라는 말은 오빠가 그렇게 쉽게 꺼낼 수 있는 말이 아니야! 청월이 언니가 청사모에게 납치당하고, 감금당한 사실이 마음 속 깊은 곳에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고 해도! 결혼은 마음 속 생각만 가지고 진행할 수 있는 낭만이 아니라! 오빠의 인생을 결정하는 현실이라고!"
"그래도 난 어떻게 해서든 청월이를 지켜주고 싶어! 청월이에게 비열하고 추잡한 마음을 품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청월이를 보호해 주고 싶다고!"
하림의 입에서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여자친구 청월을 지켜주고 싶다는 발언이 나오자, 기가 막힌 표정으로 오빠 하림을 바라보며, 지금 자신의 오빠가 하고 있는 눈빛은 오빠의 말처럼 결의가 가득 차 올라 있는 상태라는 것을 알고, 하림에게서 눈을 돌린 뒤 잠시 생각에 잠기는 하윤.
잠시 후, 생각을 끝낸 뒤 자기 오빠의 소중한 여자친구인 청월을 바라보는 하윤의 입에선, 하림의 가족들 모두가 놀랄 만한 말이 튀어 나왔다.
"언니, 진짜로 우리 오빠 좋아해요?"
"응?"
"언니가 우리 오빠랑 처음 만났을 때, 언니가 생각한 우리 오빠가, 지금 언니 옆에 있는 사람이랑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윤이 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오빠는 가만히 있어!"
"얘, 윤아!" (림 어머니)
"언니는 우리 오빠의 어디가 좋아서 우리 오빠랑 사귀고 있는 건지, 저는 잘 모르겠어요. 제가 생각하는 하림이라는 사람은, 책임감은 강한 사람이지만, 그 쓸 데 없이 강한 책임감 때문에, 자기 몸 다치는 건 안중에도 없이, 무작정 자기 눈 앞에 있는 것만 보고 달리는 사람이거든요."
"그건 그렇더라. 전에 청사모한테 붙잡혀 있던 날 구하러 왔을 때도, 청사모 애들이 흉기를 들고 있는 걸 보고도 그냥 맨몸으로 덤비려고 했으니까."
"언니도 알고 있다면 얘기가 빠르겠네요. 저 책임감만 쓸 데 없이 높은 남자랑, 정말 평생을 같이 하고 싶으세요?"
"물론."
청월이 지금 자신의 옆에 앉아 있는 하림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접한 하윤은, 사랑을 하면 서로 닮는다는 말이 사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후 심호흡을 하며 마음의 안정을 찾은 하윤은, 고요하게 흐르던 적막을 깨며 청월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였다.
"그렇다면 언니의 의지를 저에게 보여 주세요."
"응?"
"언니가 우리 오빠와 정말 평생을 함께 할 자신이 있는지, 제게 보여 주세요. 입으로만 나온 말로는, 확신을 가질 수 없으니까요."
"그 말은 즉..."
"언니도 듀얼리스트라면, 언니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 지, 잘 알고 계시겠죠?"
"물론이지. 그 도전, 받아 주겠어."
하윤이 자신의 입으로 듀얼을 통해 청월의 결의를 보여 달라고 말하자, 하윤의 말에 담긴 뜻을 알아낸 청월은 결심을 굳힌 표정으로 하윤의 듀얼 요청에 응했다.
처음에는 청월을 하림의 가족에게 소개시키는 대화의 장이, 시간이 흐르자 어느새 두 여인의 마음을 부딪힐 듀얼 필드가 되어 있었다.
하림은 하윤에게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고 말하며 동생 하윤을 타박하려 하였으나, 두 여인의 눈에서 마치 뜨겁게 타 오르는 불꽃과도 같은 듀얼리스트의 뜨거운 투지가 활활 불타오르고 있다는 것을 본 하림은, 두 여자의 기 싸움에 괜히 자신이 끼어 들었다간 본전도 못 찾고 구박만 당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끼어들 엄두를 내지 못 하고 있었다.
그리고 하림의 마음 한 켠에는, 어느새 자기 동생이 한 사람의 듀얼리스트로써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는 사실에 동생을 대견해 하는 오빠의 마음을 품고 있었고, 누나 하윤과 형의 여자친구 청월이 서로 기 싸움을 하던지 말던지 상관 없이 나는 내 길만 간다는 마음가짐으로, 하준은 그저 과일만 우물거리며 자신만의 즐거운 세계에 집중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그릇에 놓여 있던 과일이 다 사라지자(대부분 먹성 좋은 하준이 먹어 치우긴 했지만), 하윤과 청월이 듀얼을 펼칠 듀얼 필드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하림 가족과 청월.
트와일라잇 파크의 한 구역에 설치된 듀얼 필드에 도착한 하림 가족은, 서로 투지를 불태우고 있는 두 여인을 보며 두 사람 모두 힘내라고 응원해 주었고, 하림은 여기서 여자친구인 청월을 응원해야 할 지, 아니면 동생인 하윤을 응원해야 할 지 모르니 그냥 "에라, 모르겠다!" 싶은 마음으로 두 사람 모두에게 응원을 건네 주었다.
하림의 응원을 받자 서로가 가진 듀얼리스트로써의 투지를 더욱 거세게 불태우는 하윤과 청월.
이 듀얼에서, 승리의 여신은 누구에게 미소를 지어 줄 것인가.
그리고, 하림과 청월, 두 사람이 마음 속에 품은 용기라는 검은, 과연 자기가 가진 빛을 화려하게 반짝일 수 있을 것인가.
그 운명을 결정 지을 듀얼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
16편 연재 완료!
이번 편은 15편 마지막 부분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로, 의식의 흐름이 가리키는 대로 쓰다 보니 듀얼 장면 직전에 끊게 되었네요. 죄송합니다ㅠㅠ
과연 윤이와 청월이의 듀얼에서 승리하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그러면 이상으로 이번 편 이야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모두 다음 편에서 만나요, 제발~
(댓글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