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반들. 그러면서 거의 동시에 일어났던 일들.
1. 나는 사실 어설픈 라디오 청취자였음. 전영혁, 성시완, 박원웅 등의 방송을 접한 세대는 아니라서 내세울게 없지만. 그래도 라디오가 내 초기 취향에 영향을 준 것은 맞으니깐. 고전들을 많이 접했음. 그러다가 프로그레시브 록에 좀 빠졌었고 지금도 애정은 있음. 그래서 핑크 플로이드, 킹 크림슨 음악을 들으면서 취향을 발전시켜나감. 음반점에도 구경간 기억이 많이 있고. 여기가 내 메인 취향.
2. 브릿팝 음악을 접한것도 음반점에서임. 내 삶에서 음반점은 하나의 네트워크였음. 히놉시스에서 만든 앨범 커버가 궁금해서 들어보니 뮤즈라는 밴드래. 그래서 10대때 뮤즈를 많이 들었음. 블러, 트래비스, 스웨이드, 라디오헤드나 그린 데이, 오프스프링은 어떻게 좋아하게 되었는지 잘 설명은 못 하겠음. 스미스나 매닉 스트리트 프리처스 정도로 확장은 늦게 했던거같음. 더 적어보겠지만 나는 브릿팝 듣던 사람치고는 꽤 바쁜 사람이었음. 그래서 어느 한 지점에 고정된 느낌이 별로 없음. 내가 이걸 잘 한걸까 느끼기도 하지만.
3. 동시에 명작 영화들도 많이 접했었음. 사실 마음 먹으면 다른 경로(?)로 영화를 접할수도 있지. 하지만 내가 우선하는 것은 직접 가서 보는 행위. 영상자료원 극장은 내 아지트였고. 게다가 그 당시에는 거의 다 필름 상영이었음. 내가 필름 상영을 파일로 가질 수 없잖아. 그 당시는 꽤 빡빡하게 영상자료원을 다녀서 다른 것을 할 시간이 없었음. 그래서 한 동안 극장을 안 다녔던 적도 있었고. 지금은 시간이 나서 여러가지 할 여지가 많았지만 여튼. 서울아트시네마는 궁금하지도 않았고 내 영역도 아니었음. 그래서 이 부분은 할 말이 없고. 그러다가 중반부부터는 영화제들 일정이 늘어나고 조금씩 다니기 시작. 지금까지도 다니고 있고. 사실 사진으로 시작해서 예술을 접해보면서 영화도 많이 보고 그랬었음.
4. 실험영화. 이 부분은 따로 다루고 싶음. 나에게도 매우 중요하고. 사실 영화 보는 거 안 좋아함. 몇 시간씩 가만히 있어야하고 그런게 싫음. 그런데 실험영화를 통해 구조나 형식을 접하면서 내 안목이라는게 형성됨. 이미지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기에 나에게도 매우 중요한 창구를 해주고 있음. 16mm 상영도 몇 번 가고. 내 감수성을 형성하는데 어쩌면 다른 예술 분야보다 직접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음.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도 하고.
5. 오래 전부터 듣기를 음반점에서 조금이나마 재즈로도 확장도 했으니 뮤즈를 들으면서도 어쩌면 라디오헤드적인 방향이었다고 할 수 있음. 나에게 재즈는 예술의 확장에 많은 영감을 준 분야라고 할 수 있음. 그리고 블루스와 기타를 탐구하면서 재즈 기타리스트 공연도 다니고 클래식 기타 공연도 보고 다니고. 클래식을 접한 것은 라디오도 있었지만 유투브를 통해 현대음악도 접하고 기타를 매개로 클래식으로 넘어가는데 초석을 디디지 않았나싶음. 클래식 기타 영상도 많이 좋아했고.
6. 책은 주로 사진집과 영화책을 많이 보고 읽었었음. 아무래도 내 전공과 직접 관련이 있으니까. 교보문고 외국서적 코너와 대학교 도서관에 사진집이 많았거든. 그러다가 동네 도서관을 알게 되고 이런 저런 책을 보고 탐색을 하는 시기를 가졌음. 그러다가 철학과 예술 책을 더 집중해서 보기 시작. 그리고 나의 잡지의 시대가 도래.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책을 소장하기 시작.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안목이나 관점이 생기고 이제 책을 사도 되겠다 싶어서 용돈이 들어오면 꾸준히 괜찮은 책을 골라오는 편.
여기서부턴 최근의 취향의 확장. 여기서부턴 취향의 변화라고 봐도 될 듯함.
7. 강연이나 세미나를 다니기 시작함. 다른 예술 분야에 대해 더 많이 듣고 싶었고 그래서. 학교 다니면서 하고 싶었던게 다른 분야 교양강의 듣는 거였거든. 그 연장선상에서. 지금은 안정적으로 돈을 벌기 때문에 인문 강의를 다닐 여력이 생김. 그래서 올 해부터 인문 강의를 듣기 시작함. 내가 몰랐던 것이 많구나를 느끼고 있음. 내 평생 과제를 찾았달까 그런 보람이 있음.
8. 공연. 나는 사실 공연을 잘 다니지는 않음. 공연을 가도 공부하는 그런 도움되는 곳을 가지 오락으로 가지는 않음. 그래서 클래식 공연 가는것이 대부분임. 돈도 없고. 하지만 종교 음악과 바로크 음악 공연을 좋아해서 꽤 신경써서 다니는 편. 최근에는 간혹 지방으로 영화나 공연을 보러다니고 있음. 미술관도 종종 가고.
9. 비디오 아트와 미술. 내 삶의 변화에서 꽤 중요한 페이지. 영상자료원에 갈 일이 줄어들면서 한 편으론 MMCA 필름 앤 비디오에서 참 진귀한 영화들을 많이 봤었음. 어쩌면 실험영화적인 사고를 하던 나에겐 비슷한 접근. 근데 좀 다른 경험. 영화로 시작했지만 어떠한 예술이 남는 그런 느낌이었음. 그 당시에는 상영도 꽤 자주 해서 많이 갔었음. 북촌 일대가 미술관이 많다보니 시간을 여기에도 쓸 수 있었음. 그러다보니 북촌에 훤해지기 시작. 후에는 청와대가 개방되면서 서촌에도 많이 익숙해졌고. 여기서 미술과 많이 접촉을 했었음. 그러다보니 다른 지역 미술관도 틈만 나면 가는 편. 그래서 영화적 사유나, 예술적 사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그랬었던 시간.
10. 커뮤니티와 SNS. 어떻게 루리웹 북유게를 알게 되었는지 자세히 생각이 안 남. 하지만 몇 번씩 다니면서 매료가 된 건 여기가 훌륭한 안식처였다는거. 사실 이전부터 SNS를 조금씩 했었음. 사실 그 과정에서 부침도 많이 겪고 사람들과도 많이 부닥치고 별 일이 다 있었는데 여기는 그런게 없으니까. 그게 좋았음. 내 사회적 정치적 각성도 많이 하고 공부도 많이 하는 곳. 물론 다 믿지는 않고 그러지만.
11. 클래식. 클래식은 명연주 명음반 가끔 듣고 공연으로 가끔 갔었지만 많이 듣게 된 건 2021년부터 애플 뮤직을 구독하면서. 몇 개 들어봤는데 인공지능의 추천이 늘어나고, 검색으로 정보를 얻다보니 어느 새 아는게 꽤 생김. 어느 새 데이터 저장용으로 만든 트위터 계정은 클래식 애호가들과의 소통 공간이 되었고.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는 클래식을 본격적으로 들은지 채 2년도 안 됨. 내가 클래식적인 인간은 아닌데 대곡들이 워낙 많다보니 들을게 많이 밀려서 다른 음악을 못 들음. 나름 부작용이랄까.
12. 메탈. 이것도 취미일까? 돈을 안 쓰니 취미라고 부르기도 뭐함. 루리웹 북유게에서 메탈 음악을 듣는 형님이 있어서 나도 따라듣기 시작. 데이터가 쌓이다보니 따라서 듣지 않더라도 여러 밴드를 적어놓고 듣고있음. 여튼 첫 번째 취미라고 해두자.
13. 오페라. 매 달 꾸준히 돈을 들여 오페라 블루레이를 모으고 있음. 기분전환으로 하는 취미고. 영화는 자주 보는 편이니깐. 지금은 영화보다는 오페라가 더 좋음. 영감도 많이 받고. 내게 생긴 취미라면 취미. 악기 연주를 관악기도 했었고 기타도 했었고 그런 취미가 있었지만, 이제 오페라를 감상하는 취미로 선회함. 다른 기악 음악이 내면으로 들어가는 것이면, 오페라는 뭔가 사회학을 하는 느낌? 그런 느낌을 많이 받음. 그리고 영화적으로는 할 수 없었던 깊이있는 사고를 오페라에서는 마음껏 할 수 있어서 매우 선호하는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