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있음*
이치고에겐 목적이 없어서 블리치 서사가 이렇게 됐다~~ 하는 댓글하고
이치고는 애초부터 꿈속 세계로 간 건데, 이치고한테 집 간다는 목적 외에 뭐가 있어야 하냐,
이치고는 애초에 해결사 포지션이지, 모든 소년만화 주인공이 호카게나 해적왕 같은 목적을 가질 필요는 없다~~ 라는 댓글을 봤음
1.
내가 평소에 작법이론 설명할 때는 첫 번째 댓글처럼
주인공에겐 목적이 필요해요~~ 이치고의 목적은 뭐죠?? 목적이 없으면 스토리를 어떻게 이끌고 가야할까요?!?!? 하고
사람들한테 주인공의 목적성에 대해 설명해주곤 함
어떤 작품이든 주인공의 목적성은 작품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함
주인공을 통해 작가가 전하려는 의도가 표현되기 때문임.
2.
그렇다면 두 번째 댓글이 틀렸냐~~ 하면 그건 또 아닌 거 같음
확실히 이치고는 소울소사이어티, 아란칼, 풀브링 등등 현실과 또다른 세상을 여행하게 됨
평온한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라는 목적은 분명히 존재함
근데 이게 문제가,
이런 방식으로는 수십 권에 달하는 장기연재작이 아닌
동일한 캐릭터만 등장하는 옴니버스식 전개처럼 느껴지는 게 문제라고 생각함
3.
개그 만화 같은 경우는 옴니버스를 써도 좋음
괴짜가족이나, 엘리트 건달, 삐리리 불어봐 재규어 같은 개그 만화들.
그건 서사보다도 개그를 보는게 더 중요하니까.
거기에 캐릭터성을 한껏 추가해서, 더더욱 재밌는 작품이 완성되는 거지.
그럼에도 나는 개그 만화라 해도 중심을 잡아주는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함.
이를테면 은혼은,
개그식 옴니버스 전개지만, 확실한 메인 스토리가 있음
은혼에서는 이걸 보통 시리어스 스토리라 부르는데
긴토키의 과거와 관련된, 가츠라, 선생님, 중2병 친구, 등등과 관련된 숨겨진 비밀이지.
이런 중심 스토리를 통해, 은혼에는 구심점이 되는 서사가 있다고 독자들은 느끼게 됨.
4.
블리치는 그런 면에서 아쉬웠음
각 에피소드는 멋있음.
이치고는 새로운 필살기를 각성하고 적을 쓰러뜨림
옴니버스로 생각한다면, 상당히 괜찮은 이야기라고 생각함
다만 아쉬운 건, 이건 옴니버스 연재가 아니라 장기연재작이라는 거고
독자들은 작품 전체가 이어지는 느낌을 느껴야 함
그러려면 각각의 에피소드가 별개의 세계관이 아닌, 하나의 세계관처럼 느껴지게 만들어야 함
많은 사람이 블리치에서 소사 - 아란칼 편이 훌륭했다고 느끼는 이유는
이치고의 목적이 '비일상에 빠져든 소년이 소녀를 구하기 위해 움직였고, 마침내 세계를 위험하는 악당을 물리치고 소녀를 구했다!'라는
훌륭한 서사성을 띄고 있기 때문일 거임.
여기서 너무 깔끔하게 끝내서 블리치 -완- 이라고 써도 무방할 정도였지.
그런데 만약 아란칼 편이 끝나고, 영왕과 관련된 막간 떡밥 에피소드를 추가했으면 느낌이 달라졌을 거라 생각함
이런 방식을 잘 사용하는데 오다 에이이치로 작가님의 원피스인데
원피스는 큼지막한 에피소드가 끝나면, 그 에피소드로 인해 변한 세계관과 주인공 일행의 영향력
그리고 최종보스를 향한 떡밥을 정말 잘 날림
원피스는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주인공 일행의 현상금이 오르고
주인공 일행을 아는 친구들은 그들의 여정에 환호를 보내고
오로성, 사황 같은 애들은 루피 일행을 경계하며 새로운 계획을 세우기 시작하지
그것만으로도 독자들은 루피 일행이 사황, 오로성과 싸우는 날을 기대하게 되는 거임
최근 에피소드는 아니지만, 원피스 레벨리 에피소드는 천룡인과 오로성, 그리고 임을 보여주면서
그 긴장감을 크게 상승시켰지
그래서 블리치가 아쉬웠음
떡밥이 애매하게 뿌려져서, 독자들은 에피소드가 연속된 서사라는 느낌을 크게 못 받았다고 생각했거든
5.
나는 이치고의 목적성이 없다시피 하다고 생각함
하지만 목적이 아주 없는 건 아니고, 윗댓에서 말한 것처럼
집(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목적은 분명하게 있다고 생각함
그럼에도 블리치가 아쉬운 건, 포엠 능력과 유려한 그림 실력, 그리고 한 컷 임팩트에 자신의 모든 걸 쏟아버린
위대한 쿠보 선생님의 선택 때문이겠지...
나는 블리치를 좋아하지만... 그렇기에 블리치가... 너무... 아쉬워...
*3줄 요약*
1. 이치고가 목적성이 약한 건 사실이지만, 목적성이 아주 없진 않다.
2. 블리치가 아쉬운 건, 독자가 각 에피소드를 연속되는 서사가 아닌 각자 다른 세계관, 즉 옴니버스처럼 느끼기 때문이라 생각함.
3. 하지만 쿠보 선생님... 저는 당신을 믿습니다... 당신이 날아오를 그날을...!!
(IP보기클릭)219.249.***.***
(IP보기클릭)119.207.***.***
개인적으로는 이치고가 사신으로 활동한 이유 중에 하나가 어머니의 죽음이 호로와 관련됐기 때문인데 그 떡밥을 잇신이 사신으로 갑자기 나타나 어머니 죽인 호로를 죽여서 목적성이 흐려지질 않나... 풀브링에서 잃어버린 사신의 힘을 되찾는다~~ 라는 이치고의 목적성 자체는 괜찮았는데 소울소사이어티 - 아란칼로 이어지는 서사를 거의 이어받지 못해서(떡밥이랄게 없어서 이을 수 없는 환경) 긴죠랑 츠키시마 이야기를 재밌게 풀 수 있음에도 답답하게만 느껴졌던 거 같음 그렇게 답답하고 이해 안 되는 상황에서 풀브링편 갑작스레 끝나고 천년혈전으로 이어져버리니까 더더욱 이해 안 되고 의식의 흐름으로 보고... 그런 느낌이었다 | 24.04.14 15:18 | | |
(IP보기클릭)219.249.***.***
그랜드 피셔는 아이젠이 붕옥으로 좀 더 개조해서 이치고를 더 각성하게 하는 용도로 써도 되긴했는데 잇신에게 그냥 썰려버렸으니 잇신 입장에서야 아내의 복수이지만 풀브링은... 이치고를 다시 스토리에 엮으려면 필요한 것이긴 했는데 풀브링거들은 작든 크든 영왕의 파편을 가지고 있다. 이걸 더 활용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긴했음 | 24.04.14 15:34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