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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에서 불쌍한 한 시청자는 순진하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철학도는 이렇게 대답한다.
니 질문이 뭔데?
아주 철학과스러운 답변이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무엇이 나올까?
데카르트의 '나는 존재한다?'
혹은 델포이 신전의 '너 자신을 알라?'
그도 아니면 소크라테스의 '나는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20세기에는 좀 더 세련된(=개같은) 질문이 존재했다.
'안다는 게 뭔데?'
바로 게티어 문제(Gettier Problem)다.
에드먼드 게티어(Edmund Gettier, 1927~2021)가 제시한 문제로, 본인은 이 2페이지 반 정도의 논문 하나로 평생 교수일 하는 동안 연구 성과를 제시하라는 압박에서 거의 완전히 벗어났다.
(그리고 저 문제를 싫어해서 다른 주제를 연구했다.)
게티어는 (고전적)앎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1. B는 참이다.(로제타는 퍼리다)
2. A는 B를 믿는다.(유게이는 '로제타가 퍼리다'를 믿는다.)
3. A가 B를 믿는데 적합한 근거가 있다.
꽤 적합한 논증으로 보인다.
그리고 게티어 문제는 저건 아는 게 아니라고 주장한다.
저 조건은 전부 노랑색과 보라색을 충족하는 조건일 뿐, 노랑색(앎)은 아니라는 것이다.
간단한 예시를 들어 보자.(그게 논문 내용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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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는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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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A가 뽑히게 되며, A 호주머니에 동전에 10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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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A는 C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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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가 C를 믿는 것은 정당화된다.=A는 C를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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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는 A의 또다른 믿음인 'B가 일자리를 잡게 되었으며, B 호주머니에는 동전 10개가 있다'로부터 논리적으로 도출된 것이다. 그리고 이 믿음은 면접관의 말을 엿들었다든지 동전 10개를 확인해봤다든지 하는 증거를 충분히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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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로제타가 퍼리가 아니라는 건 아니다.)
게티어 문제 논문은 이와 비슷 다른 반례 하나를 들며 마무리된다. 결론은? 안다는게 뭔데?(그런 건 없다.)
어찌보면 간단한 말장난처럼 보인다. 결론도 안 냈고, 뭔가 나아지는 것도 없고 교수 본인도 그 논문 별로 안 좋아하고
근데 왜 이 논문이 불탔을까? 왜 20세기 최고의 인식론 스타 논문이 됐을까?
'그럼 이 조건을 붙이면 해결되지 않나?' 'ㅋㅋ비켜봐라 내가 해결함 이 조건 넣으면 해결됨 ㅅㄱ' 하는 수많은 철학자들 덕분이다.
덕분에 이 문제는 20세기~21세기초 내내 불탔고...
(딱히 해결되진 않았지만) 그냥 너무 오래 불타서 질린다는 이유로 사그라들었다.
결론이 왜 그러냐 싶겠지만 원래 철학이란게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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