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그저 광활한 우주를 제약 없이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오늘은 무엇을 발견할까 하는 생각에 한없이 두근거리지만
문득 기후 환경이 끝내주게 좋은 행성에 내려
멋진 경치를 감상하다 보면
가끔씩은 고독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하이퍼스페이스로 이동하다가 이상 신호를 받아 멈춘 곳에서
갑자기 눈 앞에 나타나는 파손되어 버려진 거대한 함선을 마주하거나
목표 지점을 향해 나아가던 중 발생한 거대한 블랙홀 때문에
호기심이 생기다가도 뭔가 안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면
마냥 즐겁기만 하던 탐험의 감정들은 사그러들고
어디론가 도피하고 싶은 감정이 샘솟는다.
다행히 이럴 때마다 도피처 삼아 찾는 공간이 있다.
너무도 광활한 우주라 사람 보기 힘든 공간에도
터미널처럼 모여서 소통할 수 있는 아노말리와 우주정거장.
이곳에 오면, 쉴 새 없이 이착륙 하는 다른 사람의 함선도,
뭔가의 목적을 갖고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만날 수 있다.
언제라도 갈 수 있는 고속도로 휴게소 같은 곳.
말도 통하지 않는 외계인들 한명 한명 붙잡고
구걸하듯 단어 하나씩 배우면서 때로는 소통의 오해로 우호도가 깎이기도 하지만
이런 과정조차 쌓인 고독감을 해소하는 나름의 방법이다.
가끔은 외롭고, 지치고, 불안한 온갖 일들이 일어나지만
여행을 멈출 수는 없다.
나는 아직 이 드넓은 우주가 너무나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