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늑대. 누군가는 세키로라고도 부른다.
신성한 계승자인 ‘쿠로’ 님을 주인으로 모시는 닌자로, 지금은 새로운 주군과 함께 서쪽에 있다는 신성한 용의 고향을 찾아 길을 떠나왔지.
아, 그래.
네가 아주 먼 곳에서 온 건 알았다.
그런데 너무 서쪽으로 온 거 아니냐?
이곳은 야남이라는 도시다. 지금 야수 사냥의 밤이 한창이지.
재수가 나빠질 수 있으니까 늑대라는 이름은 되도록 쓰지 마.
야수 사냥의 밤이 뭐지?
사람이 짐승으로 변하는 야수병이라는 게 있는데,
그렇게 짐승이 되어버린 야수들을 대대적으로 사냥하는 날이다.
하지만 이 야수는 사실 병이 아니라 인간들의 본질로, 사실상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살육 축제지.
이곳엔 피를 즐기는 자도 있고, 꺼리는 자도 있다.
나는 ‘창백한 피’라는 걸 찾아 이 도시를 방황하는 쪽이다.
정작 창백한 피가 뭔지도 몰라.
그냥 찾아내면 족쳐야 한다는 직감이 강하게 들뿐이지.
확실히 피냄새가 진동하는군. 오래 있어선 안 되겠어.
혹시 신성한 용의 고향이 어딘지 알고 있나?
신성한 용이 뭔데?
내가 있던 아시나국에 흘러들어온 외래의 신이다.
그 때문에 용윤이라는 불사의 힘이 퍼져 수많은 분란이 일어났지.
난 소중한 사람의 목숨을 거두지 않고 그 용윤이라는 힘만 없애기 위해 여행을 하는 중이다.
너도 파란만장한 인생을 사나 보군.
외래신이라면 이곳에서 비슷한 게 있긴 한데, 그냥 징그러운 벌레 같은 녀석들이다.
신성함의 신 자도 찾을 수 없는 모독적인 놈들 소굴이니 아마 네가 찾는 건 여기 없을 거야,
정신 건강에 심히 좋지 않으니 어서 떠나도록 해.
그래야 할 것 같군.
아까부터 자꾸만 머리 위에서 위태할 위(危) 한자가 떠오르는 느낌이야.
저 아무것도 없는 건물 위에서 누군가가 자꾸 우릴 지켜보는 것 같다고.
저놈들의 시선을 느낀다고?
계몽 수치 몇이야?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계승자의 닌자? 어디 계시나요?
아, 저 사람이 내가 말한 새 주군이다.
저 소녀가? 아직 어린애잖아?
어리지만 의엿한 분이시지.
내 은인이다.
용윤을 끊기 위해선 나나 쿠로 님이 죽어야 했지만, 저 분이 둘 다 죽지 않을 수 있는 길을 제시해주었다.
내 소중한 사람은 저 분의 뱃속에 봉인되어 있지.
난 저분을 목숨 걸고 지킬 것이다.
뭔가 사연이 많나 보군.
주군이 찾으시니 이만 가보겠다.
그래. 부디 여행길의 목적을 이루길 바라마.
안녕하신가.
너 또 왔냐.
또 불도 어둠도 아닌 다른 길을 찾아 여행한다는 둥 이상한 소릴 할 거면 빨리 나가라.
여기 있다간 사냥 당할라.
또 길을 잃어서 말이야.
이걸로 몇 번째인지 모르겠어.
가끔 이 여행도 때려치고 아무 나무 속에 들어가 살까라는 생각도 하다고.
응? 저 남녀는 뭐지?
처음 보는 행색의 사람들이군.
저 먼 동쪽에서 왔다는 사람들이야.
그…… 뭐더라? 신성한? 용? 불사? 어려운 말을 많이 했었는데.
불사라는 말은 하지 마.
트라우마가 자극 되니까.
아무튼 너 같은 여행객이다.
연인인가? 아니, 그렇다기엔 나이 차가 많아 보이는군.
부녀?
잘은 모르겠는데, 저 소녀의 뱃속에 남자의 가장 소중한 사람이 들어있다더군.
…….
아, 그래. 이해했어.
찢어죽일 페도 새끼였군.
걱정 말라고.
내가 저놈의 부랄을 제거하고 올 테니.
……응?
나 혹시 사고친 건가?
[그 후, 야남 한 구석에서 한 기사와 닌자의 혈전이 벌어졌다.]
한 때 가족이 있던 저짊자는 페도 새끼를 용납치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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