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뒤 외곽 지구 생텀타워
[두두두두두두~]
[콰콰광!]
“뭐야. 키보토스의 불량배란 불량배는 다 여기 와 있는 거야?”
“스즈미, 대응 사격을!”
“전방 섬광탄!”
“그렇게 상의도 없이 섬광탄을 남발하지 마세요.”
모모카의 말처럼 샬레 동아리가 있는 생텀타워 주변은 총성과 폭발음이 난무하는 전쟁터와 다름이 없었다.
평소 잘 뭉치지 않는 각 학교를 대표하는 학생들로 구성된 그룹은 당연하게도 불량 학생들의 눈에 띄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이 외곽지역에 들어오자마자 당연히 생텀타워에 접근은 엄두도 못 낼 만큼의 화망이 그들을 덮쳤고, 지금은 반파된 차량 뒤에 엄폐해 불량배들의 접근을 겨우 저지할 뿐이었다.
‘’어른‘이라고는 해도 아직 어린애인 건 어쩔 수 없는 건가요...’
하스미는 차량 뒤에 몸을 잔뜩 웅크리고 앉아 두려움에 파르르 몸을 떨고 있는 선생을 보며 생각했다.
외각 지역에 들어온 이후 총격전이 시작되었을 때부터 선생은 난생처음 겪어보는 총격전에 완전히 패닉상태였다.
당장이라도 의식을 잃어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불규칙적이고 거친 선생의 숨소리처럼 학생들 역시 이도저도 못 한 채 갈팡질팡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일단 선생님의 보호를 최우선으로 해야 하니 일단 안전한 곳을 찾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생텀 타워 탈환은 그다음입니다.”
이대로 가다간 언제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탄환에 선생이 맞을지 모르니 하스미가 먼저 안전한 곳으로 이동을 제안했다.
“하스미씨 말이 맞아요. 선생님은 키보토스 외부에서 오신 분이라····”
“총알 한 발로도 목숨이 위태롭다 이거지? 좋아 일단 어디 들어갈 곳을 찾, 아악!”
하스미의 말처럼 일단 선생을 안전하게 지킬 곳을 찾기 위해 잠시 엄폐물 밖으로 몸을 내밀었던 유우카가 갑자기 어깨를 부여잡으며 주저앉았다.
“아프잖아! 저 녀석들 불법 JHP탄을 쓰고 있잖아?!”
유우카가 찢어진 총알에 맞아 찢어진 옷 사이로 상처를 확인하려는 순간 먼저 다가오는 작은 손 하나.
“다, 다친 거야?”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향한 유우카의 시선에는 여전히 겁에 질려 있지만 놀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선생의 모습이 눈에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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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거야?, 무서워 지, 집에 가고 싶어’
난생처음 들어보는 귀를 찢는 듯한 총소리와 그보다 더 어마어마한 폭발음. 귓가를 스치고 지나가는 탄환의 공기 가르는 소리. 찰나의 방심으로 목숨이 사그라들 수 있는 전쟁터의 한복판에 나는 서 있었어.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그저 매일 하는 산책이라도 되는 듯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누나들. 총에 맞아도 단순히 따끔거리는 것에 불과한 저 누나들에게 과연 나라는 존재가 필요한 걸까? 당장 이렇게 벌벌 떨며 선생이라면서 학생들 뒤에 숨어있는 나라는 존재가? 오히려 내가 없는 게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키보토스라는 조금은 특별한 이곳에 부임을 하게 된 지 몇 시간도 채 되지 않을 때 나라는 존재의 의미에 대해서 회의감을 느낄 때였어.
“아악!”
고통에 찬 비명소리에 정신 차린 난,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아프잖아! 저 녀석들 불법 JHP탄을 쓰고 있잖아?”
유우카 누나. 이곳에 도착해서 총학생회인 린 누나를 제외하고 처음으로 인사를 나눈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에서 온 학생.
“다, 다친 거야?”
나도 모르게 몸을 움직여 유우카 누나에게로 다가가 상처를 살펴봤어. 찢어진 옷 사이 하얀 피부에 몽글몽글 맺혀 는 빨간색 핏방울.
꾀나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었는지 오히려 더 당황해하며 나를 안심시키는 유우카 누나.
“나는 괜찮아. 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선생님!”
[선생님]
그제야 공포감에 잊고 있었던 사실 하나가 떠올랐지. 이들은 내가 지켜야 학생이라는 거.
[학생]
[선생]으로써 내가 책임져야 할...
[학생]
그런 학생이 선생인 나를 보호하다가 다치다니...
총을 들었건, 박격포를 들었건, 아니 심지어 레일건을 들었어도. 이 누나들이 내가 책임져야하는 학생들이라는 건 변함이 없는데...
“난 지금 뭐 뭐하고 있던 거지?”
허탈하게 터져 나오는 웃음과 함께 머리를 세게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지만, 오히려 쓸 때. 없는 고민들이 사라져서 오히려 좋았어.
이제 내가 할 일은 명확해. 내 학생들을 지키는 것.
“누나들.”
나의 목소리에 누나들의 시선이 모두 나에게로 쏠렸어. 그리고 난 누나들의 눈동자 하나하나를 바라보며 말했어.
“못미더운 선생님이겠지만, 이번 한 번만 날 믿고 따라줘.”
“으, 응 전, 전술 지휘를요? 하긴······선생님이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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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얼굴도 한번 보고 싶었는데. 아깝다...’
뭔가 아쉽다는 듯이 수긍하는 유우카와는 달리 다른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정해진 지휘관의 역할에 수긍하는 눈치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선생님의 지휘에 따릅니다.”
“학생이 선생의 말에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의무. 부탁드리겠습니다.”
다행히 자신의 말에 따라주는 학생들 덕분에 조금은 안심했는지 선생은 살짝 미소를 짓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차 옆으로 고개를 살짝 내밀어 앞쪽에 상황을 살폈다.
각 학교를 대표하는 학생들이 왔다는 소식 때문인지 불량배들이란 불량배들은 죄다 이곳으로 향하는 듯했다.
“좋아 이렇게 하자.”
오른손 엄지를 입에 문 채로 잠시 생각을 하던 선생은 이내 학생 한명 한명에게 세부적으로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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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선생님의 그 전술이면 빠르게 이곳을 돌파할 수 있겠군요”
“다 이해했어요. 그럼 선생님은 우리가 싸우는 동안 여기 안전한 곳에 계세요. 절대 전장에 나오면 안 돼요!”
“그럼 지시하신 작전 수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아 그럼 가보자고!”
학생들은 선생의 지시사항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이따금씩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들이 터지기도 했지만, 실시간으로 상황을 빠르게 파악한 선생의 판단으로 수많은 스케반 학생들을 제압하며 살레의 동아리 실이 있는 건물을 향해 한 블록 한 블록씩 나아갔다.
“뭔가 평소보다 전투가 수월해진 느낌이 듭니다만.”
“선생님의 지휘 덕분이겠죠. 평상시보다 훨씬 더 원활하게 싸울 수 있었습니다.”
“어린애여서 사실 좀 못 믿어 웠는데. 괜히 총학생회장이 선택한 ‘어른’이 아니겠지.”
“아하하 내가 그렇게 못 미더웠구나...”
시묵룩하게 대답하는 선생의 반응에 유우카는 화들짝 놀라며 안절부절 말을 더듬었다.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라. 처음에는 그랬지만 지금은...”
“하하, 농담이야 유우카 누나. 사실 나였어도 자기보다 어린애의 지휘를 받긴 힘들었을 테니까. 그래도 첫 지휘에 따라줘서 고마워. 이제 이 주변은 다 정리된 거지?”
선생의 질문에 치나츠가 손끝으로 안경을 올려 쓰며 상황을 보고했다.
“네. 확인된 바로는 이 구역에 모여 있던 불량 학생들은 모두 퇴거 조치된 상황입니다. 좀 늦긴 하겠지만 곧 발키리 경비국에서도 학생들이 올 테니 선생님도 안심하시고 움직이셔도 될 것 같습니다.”
“동아리 실 내부에는 불량 학생들은 없는 것 같으니까. 선생님 먼저 들어가 계세요. 저희는 건물 주변을 둘러보고 들어갈 테니까요.”
학생들이 혹시 남아있을 잔당 불량 학생들의 소탕을 위해 사라지자, 선생은 천천히 살례 동아리 건물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린에게 전화를 걸었다.
“린 누나? 일단 동아리 건물에 들어왔는데, 어디로 가면 될까?”
“저도 곧 도착할 예정입니다. 건물 지하에서 만나도록 하죠.”
통화를 마친 선생은 린과의 만남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1층 로비를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층으로 내려갔다.
‘어둡네, 불을 어디서 켜야 하지?’
아직 아무도 들어와 본 적이 없는 듯 어두컴컴한 공간에서 선생을 불을 켜는 스위치를 찾아 벽을 더듬거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으음....”
‘누군가 있어?!’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콧소리, 아직 건물을 떠나지 않은 불량 학생인가? 선생은 잔뜩 긴장을 한 채 발걸음 소리를 죽인 채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무슨 물건인지 도통 알 수가 없네요... 이래서야 부수려고 해도...”
‘팟’
타이밍 좋게 벽을 더듬던 손에 스위치가 걸리며 지하실에 불이 들어왔다.
“어라?”
“앗?!”
하필 스위치 앞에 서 있던 목소리의 주인공과 눈이 딱 마주쳐 버린 선생이었다.
딱 봐도 수상해 보이는 가면을 쓴 여학생.
“어... 안녕?”
“어, 어라라라라라?”
찰나의 어색한 침묵이 흐른 후. 여우 가면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시, 시...”
“시?”
말을 떨며 뭔가를 말하려던 가면의 여학생은 그래도 계단을 향해 뛰어가며 소리쳤다.
“실례했습니다!!!!!”
“.... 누굴까 저 누나는?”
뭔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지나가고 얼마 안 가 린이 지하로 내려왔다.
“응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요?”
선생에게서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한 린이 물었지만, 선생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했다.
“아무 일 도 없었어.”
“아, 그런가요. 어쨌든 이곳에는 총학생회장이 선생님께 남긴 물건들이 보관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말한 린은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컴퓨터 모니터가 놓인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무언가를 집어 들었다.
“다행히 흠집 하나 없이 무사하군요.”
린은 살짝 쌓여있는 먼지를 장갑을 낀 손으로 쓸어내고는 선생에게 그 물건을 내밀었다.
“받으십시오.”
린이 내민 물건은 성인 남자 손바닥 두 개 정도 크기의 태블릿 pc였다.
“이게 총학생회장이 나에게 남긴 거야? 평범한 태블릿 PC 같은데?”
“겉보기에는 평범한 태블릿 PC처럼 보여도 정체를 전혀 알 수 없는 물건입니다. 제조사, OS 심지어 기계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조차 말이죠.”
“이걸로 행정 제어권을 찾아올 수 있다는 거야?”
“총학생회장의 말을 빌리자면 그렇습니다. 저희는 전혀 작동시킬 수 없었지만, 선생님이라면...”
린을 말끝을 살짝 흐리며 말을 마치더니 조용히 자리를 비켜주었다.
“이제 선생님께 모든 것이 달렸습니다. 방해되지 않게 떨어져 있겠습니다.”
린이 나가고 다시금 혼자가 된 선생은 손에 들고 있는 태블릿 PC를 이리저리 돌려보며 이 정체불명의 상자의 특이한 점을 찾기 시작했다.
‘아무리 봐도 그냥 평범한 태블릿인데...’
결국 겉모습에선 무언가 특별한 점을 찾지 못한 선생은 결국 찾기를 포기한 채, 태블릿의 전원을 눌렀다.
...
Connecting to the Shittim Chest...
시스템 구동을 위한 몇 가지의 코드가 액정에 나타난 뒤 곧 S 이니셜의 푸른 배경 화면에 텍스트가 나타났다.
[시스템 접속 패스워드를 입력해 주십시오.]
“패, 패스워드?”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한 선생은 눈을 이리저리 굴려 가며 비밀번호를 생각해 냈지만, 당장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비밀번호 같은 거 들은 적 없는데, 그런 거 알 리가...’
세하예진 머릿속에서 돌연 듯 떠오르는 하나의 문구.
‘아니야 난 알고 있어...’
분명 써 본 기억도, 들은 기억도, 읽은 기억도 없는 마치 안개 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들어 낸 듯 한 문구를 선생은 천천히 듯 태블릿에 자판을 입력해 나갔다.
“⋯⋯우리는 원한다. 일곱 개의 통곡을”
“⋯⋯우리는 기억한다. 예리코의 화두를”
.
.
.
<싯담의 상자>에 접속한 걸 환영합니다. 선생님.
생체 인증 및 인증서 생성을 위해 메인 오퍼레이트 시스템 A.R.O.N.A로 전환합니다.
태블릿 화면에 나온 그 문장을 끝으로 밝은 빛이 눈을 덮치자, 선생은 본능적으로 눈을 질끈 감으며 손으로 빛을 가렸다.
‘여긴?’
눈을 감았음에도 불구하고 눈꺼풀 사이로 흘러들어오던 빛이 사그라지자 천천히 다시 뜬 눈에 비친 세상은 첫눈에 봐도 현실공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일단 주변을 살피며 상황을 파악하던 선생은 지금 있는 이곳이 어딘가의 교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만 반절 이상이 무너져 내린 바깥 벽면과 그 밖에 쌓여있는 책상들 거기에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펼쳐진 푸른색의 바다는 이곳의 신비로움을 더해주는 동시에 지금 이 공간이 현실의 공간이 아니라는 것은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었다.
“코오오오”
그리고 그 신비로운 교실의 한가운데, 책상에 엎드린 채 새근새근 콧바람을 불며 잠들어 있는 옅은 하늘색 단발머리의 소녀.
“카스테라는... 딸기 우유보다는... 바나나 우유가...”
뭔가를 먹는 꿈을 꾸는지 잠꼬대를 하는 소녀에게 선생은 천천히 다가갔다.
“아핫... 아직 잔뜩 있어요...”
‘뭔가 깨우기 미안한데...’
기분이 좋은지 입가에 옅은 웃음을 띤 채 자고 있는 소녀를 깨우는 걸 살짝은 망설이던 선생이었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도 없었기에 소녀의 어깨에 손을 올려 살짝 흔드는 선생.
“음... 아직이에요...”
하지만 일어날 기색이 보이지 않는 소녀를 선생은 조금 더 힘을 줘서 흔들었다.
“저기 누나? 좀 일어나 줄래?”
“흐으음...?...!”
결국 잠에서 깨어나 벌떡 일어나는 소녀. 하지만 여전히 잠에 취한 표정으로 상황을 확인하던 소녀는 자신의 앞에 있는 작은 아이를 보곤 찬물이라도 맞은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라? 어라라라?!”
꾀나 당혹스러워 하는 소녀.
“이 공간에 들어오셨다는 건... 설마 선생님?!”
“응 맞아.”
“앗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된 건가요?!”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나서 그런지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린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소녀를 보며 선생이 말했다.
“일단은 진정하고, 처음부터 하나하나씩 하자.”
“아! 네. 진정 진정. 후우 후우...”
숨을 고르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던 소녀는 먼저 소녀 특유의 뒷짐을 지며 싱긋 웃었다.
“우선 자기소개부터! 저는 아로나!”
아로나라고 자신의 이름을 소개한 소녀는 <싯담의 상자>의 메인 OS 앞으로 선생을 보좌하게 될 비서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드디어 만나게 되었어요. 저는 여기서 선생님을 쭈욱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근데...”
아로나는 자신의 머리 위에서 선생의 머리 쪽으로 수평으로 손을 반복적으로 움직이며 머리 하나 정도 차이 나는 선생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생각보다 많이 작으시네요?”
“아직 한창 클 나이거든!!”
선생이 발끈하며 소리치자 아로느는 ‘앗!’하고 튀어 올랐다.
“설마, 작은 키가 콤플렉스셨나요? 죄송해요. 전 그것도 모르고...”
“아니 그러니까 아직 더... 아니다. 뭔가 더 비참해지는 기분이야.”
선생이 되어서 학생과 사소한 ‘키’따위로 싸울 수는 없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어쨌든 앞으로 잘 부탁할 게 아로나 누나.”
“!!”
갑자기 눈을 반짝이며 선생을 바라보던 아로나는 양손에 주먹을 불끈 쥐며 자신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네! 선생님 앞으로 힘들거나 어려운 일이 있으면 이 아로나 누.나,한.테 맡겨 주세요!”
뭔가 특정 단어를 강조하는 것처럼 느껴졌지만, 왠지 모르게 기뻐 보이는 아로나의 모습에 선생은 구지 따로 묻지는 않기로 했다.
대신 아로나가 말 한대로 지금 처한 어려운 상황에 대해 아로나에게 이야기했다.
총학생회장의 실종. 마비된 키보토스의 인프라. 그리고 행정권을 찾기 위해선 <싯담의 상자>의 상자가 필요하다는 린의 이야기까지 설명하자. 아로나는 턱에 손을 올리며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보였다.
“저는 키보토스의 정보를 많이 가지고는 있지만 지금 이 상황에 대해서는 저도 아는 게 없어서 답변 드리기가 힘드네요. 도움이 되지 못해 죄송해요...”
누나한테 맡겨달라던 당당함은 어디 갔는지. 시무룩해진 표정으로 대답하던 아로나는 이 상황을 만회하려는 듯이 다시금 당당한 목소리로 주제를 돌렸다.
“아! 그래도 생텀 타워의 문제는 지금 바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일단 지금은 키보토스의 인프라를 다시 복구시키는 것이 급선무였기 때문에 선생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로나에게 셍텀 타워의 접속권한 복구를 부탁했다.
“네 그럼 바로 생텀 타워의 접속 권한을 복구하겠습니다!”
아로나는 무슨 작업을 하는 듯 눈을 잠시 눈을 감았다 뜨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생텀타워 관리자 권한 복구 완료! 이제 키보토스는 선생님의 지배하에 있는 거랑 마찬가지에요!”
뭔가 무시무시한 걸 손에 넣은 것 같았지만, 이것을 가지고 뭔가를 할 생각이 전혀 없던 선생은 곧바로 제어 권한을 총학생회에게로 이양하는 작업을 아로나에게 부탁했다.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총학생회로 모든 권한을 이양해도?”
“응 괜찮아. 어차피 내가 가지고 있다고 해도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일단 키보토스의 주인은 학생들이잖아?, 주인한테 돌려주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해.”
“네 알겠습니다. 그럼, 제어권 이양 작업을 시작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아로나 누나. 그리고 이 공간에서 내보내 줄 수 있어? 제어권이 이양되면 슬슬 누군가 나를 찾을 것 같거든.”
“아, 물론이죠! 그리고 이 아로나 누.나.는 언제나 선생님 곁에 있으니까.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불러주세요!”
지금 이 공간에 들어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밝은 빛이 선생을 감싸자 선생은 눈을 질끈 감았다.
“선생님?”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눈을 뜨자, 그 곳에는 살짝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는 린의 모습이 보였다.
“아, 린 누나. 방금 생텀타워의 제어권을 총학생회에게로 이양했으니까 확인해 줄래?”
“네, 마침 확인을 마친 참입니다. 이제 다시 키보토스를 정상화 할 수 있을 것 같군요.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선생님.”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한 건 별로 없는 것 같지만...”
“생텀타워를 공격한 불량 학생들과 정학생들은 추적해서 토벌 중이니 이제 걱정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행이네. 그럼, 이제부터 난 뭘 하면 될까?”
키보토스의 학생회, 그리고 그중 살레라는 동아리의 고문 선생으로 임명되었다는 정보만 알고 있는 선생은 앞으로의 업무에 대해서는 전혀 알고 있는 게 없었다.
“흠...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도 잘 모릅니다.”
“에?”
“샬레는 권한만 있고 목표라는 게 딱히 없는 조직이라... 딱히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그런 강제력은 존재 하지 않습니다.”
“헉! 설마 이게 말로만 듣던 책상 빼기? 아니 오늘 처음 부임했는데?!”
“흠흠. 그런 건 아닐 겁니다. 그렇다고 하기에는 키보토스의 어떤 학원에도 허가 없이 들어갈 수 있고, 소속에 상관없이 학생들을 동아리 부원으로 가입시킬 수도 있으니까 말이죠.”
린은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며 뜸을 들인 뒤 말을 이어 나갔다.
“요컨대 무엇이든 선생님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된다... 일까요? 예를 들면... 선생님께서는 어떤 선생님이 되고 싶으신가요?”
“나? 나는...”
갑작스런 질문에도 선생은 얼마 고민하지 않고 바로 자신이 되고 싶은 선생님의 모습에 대해 대답해 나갔다.
“학생이 어떤 길을 가든 옆에서 지켜보면서 응원해 주는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어! 난 이 세상에는 학생의 수만큼의 길이 있다고 생각하거든!”
“그럼,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일을 하시면 됩니다.”
“근데 그렇게 말해도 구체적으로 뭘 하면 좋을지...”
선생의 고민 어린 표정에 린은 무언가 아이디어가 떠올랐는지 선생에게 제안을 하나 던졌다.
“아, 그럼 이건 어떨지요. 지금 총학생회에 몰려들고 있는 수많은 (귀찮은) 민원들... 지원물자 요청, 환경 개선, 낙제생 특별 수업, 동아리 구제 요청 등등... 이런 민원들을 살레에서 해결해 줄 수 도 있을지도요?”
“지금 방금 귀찮다고 한 것 같은데?”
“그.럴.리.가.요. 어쩌면 이런 민원들을 해결하시다 보면 선생님이 해야 할 일들이 보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뭐, 뭔가 속는 기분인 건 어쩔 수 없지만, 알았어. 해볼게.”
“그럼, 오늘 중으로 관련 서류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죠.”
앞으로 샬레에서 맡게 될 일들까지 모두 정리를 끝낸 두 사람은 이번 사태에 대해 도움을 준 학생들이 기다리고 있는 생텀 타워의 로비로 올라갔다.
“아, 선생님. 방금 생텀타워의 제어권을 총학생회가 되찾은 것을 확인했어요.”
로비로 올라오는 선생을 보고 제일 먼저 반갑게 뛰어오는 건 밀레리엄의 유우카였다.
“고생했어요. 선생님. 첫날부터 대단한 활약을 펼치셨네요. 아마 오늘 SNS는 선생님 이야기로 불탈지도?”
“다 누나들 덕분이야. 고생했어.”
“오늘은 일단 이걸로 작별이지만, 조만간 트리니티 종합학원에 들려주세요. 선생님.”
“저도 오늘 일은 선도부장님께 보고 드리겠습니다. 게헨나 학원에 오시게 되면 꼭 들려주세요.”
“밀레니엄 학원에 다시 마주치게 될지도? 선생님. 그럼 안녕~!”
일이 마무리된 학생들은 선생에게 한마디씩을 남긴 뒤 각자 학원으로 돌아갔다.
“휴우... 첫날부터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
뭔가 생각했던 학원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선생’으로써 부족함이 없도록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하며 샬레의 업무를 시작하러 사무실에 올라가는 선생이었다.
“자, 잠깐만...”
분명 몇 분 전에 큰 다짐을 한 선생이었지만, 눈앞에 놓인 이 산더미만 한 서류 뭉치들은, 단번에 그 다짐을 흔들리게 만들기에 충분한 양이었다.
“린 누나... 이건 그냥 짬 넘기기잖아...”
자신의 키에 몇 배는 더 높을 서류 뭉치들이 발 디딜 틈 없이 쌓여 있는 사무실. 선생은 한숨을 내쉬었지만, 곧 굳은 의지를 내비치며 가장 가까이에 있는 서류뭉치를 집어 들며 말했다.
“일단 하나씩 해결해 볼까?”
본문
[자작기타] 소설,블루아카)란도셀을 멘 선생님_ep1 어떤 선생님이 되고 싶으신가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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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작가분 본업쪽이 지금 크런치 모드 비슷하게 걸려서. 조금 작업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조금씩 작업한다고는 하는데 아무래도 절대적인 작업시간이 줄다보니... | 23.08.26 16:56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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