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 그 소식 들었어? 얼마 전에 총학생회장이 만든 그 정체불명의 동아리 말이야!”
“이름이 아마... 샬레라고 했었나? 학원 행정구역에 구애받지 않는 초법적 권한을 가진 수사 동아리라니 아무리 학생회라지만 선 넘은 거 아니야?”
오전 8시, 키보토스 중심지를 순환하는 도시철도 T라인은 등교를 하려는 학생들로 북적였다.
다양한 특색을 가진 수많은 교복이 말해주듯 소속된 학교가 모두 다른 학생들이었지만, 지금 소녀들의 공통 관심사는 얼마 전 갑작스럽게 출범한 샬레라는 이름의 동아리였다.
“이번에 고문 선생님이 새로 오신다는데. 어떤 분이려나? 이왕이면 잘생긴 선생님이면 좋겠는데!”
“나 그러면 바로 동아리 가입할 거야!”
“설마 완전 돼지에 머머리 아저씨가 오는 거 아니야? 막 여학생들 밝히는...”
“우웩 안 그래도 각 학교 법 따윈 무시할 수 있는 동아리인데. 그런 선생님이 오면 진심, 최악이야”
이름과 지금껏 없었던 권한을 가졌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정보가 없었던 동아리. 학생들의 관심사는 자연스럽게 그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동아리의 고문 선생으로 오는 ‘어른’이라는 존재에게로 옮겨갔다.
새로 올 선생에 대한 얘기로 이야기꽃을 펼치며 키득키득 거리는 학생들과는 달리 선생에 대한 온갖 추측이 나올 때마다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학생들의 눈치를 보는 존재가 딱 한 명 있었다.
‘저, 저거 내 이야기지?’
전철에 타자마자 웬 누나에게 양보받은 자리에 앉아, 본인의 몸집만 한 란도셀을 끌어안고 잔뜩 긴장한 채로 이리저리 눈동자를 돌리며 학생들이 말하는 선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듣고 있는 자그마한 체구의 아이.
‘어떻게 한 명도 맞추는 사람이 없지?’
솔직히 조금 서운한 마음이 들 뻔했지만, 이내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는 키보토스에서 가장 맑은 날의 하늘색 같은 푸른 눈을 지그시 감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긴... 누가 나 같은 애가 ’선생‘일 거라고 생각이나 하겠어, 아니지 괜히 이상한 소문이 도느니 총학생회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못 알아보는 게 나을지도...’
마치 초등학생에게 고등학생이 입는 교복을 입혀놓은 듯 자그마한 몸과는 어울리지 않는 하얀색 정장, 검정 와이셔츠에 파란색 넥타이까지. 왠지 모르게 어딘가를 연상시키는 복장을 한 선생은 한숨 내쉬며 빨리 목적지에 열차가 도착하기를 바랄 뿐이었다.
[이번 역은 총학생회 사무국, 총학생회 사무국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내, 내려야겠다.’
광역철도가 목적지인 역에 도착하자 선생은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전철 문으로 향했다.
“잠, 잠시만 지나갈게요!”
선생은 자기보다 머리 하나하고도 절반 정도 더 큰 학생들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겨우겨우 문이 닫히기 전에 전철에서 내리는 데 성공한 선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 뒤. 잠시 긴장한 마음을 진정시킨 후 출구로 향했다.
키보토스에서도 가장 번화한 곳에 있는 총학생회 건물은 높디높은 스카이라인을 이루고 있는 빌딩 숲 안에서도 당연히 돋보였다. 구름을 뚫고 올라가 높이를 알 수 없는 마천루. 그 끝을 고개가 뒤로 넘어갈 듯이 올려다보던 선생은 건물 안으로 살짝은 긴장된 발걸음을 옮겼다.
“총학생회는 도대체 뭘 어떻게 할 생각이야!”
“총학생회장은 어디로 간 거고!”
“뭔가 대책이라도 내놓으란 말이야!”
한창 각자의 학교로 가는 등교 시간이었지만, 총학생회가 자리 잡고 있는 생텀 타워 1층 로비에는 각 학교에서 나온 수많은 학생들로 가득했다.
“흠흠, 일단은 진정하시죠.”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며칠 전에 우리 학교 풍력 발전소가 셧다운이 됐었다고!”
“연방 교정국에서 정학 중인 학생들 일부가 탈출했다는 첩보도 있었어요.”
“불량 학생들에 의한 습격 신고도 지난주에 비해 두 배나 높아졌습니다.”
몇 주 전부터 계속되는 행정 인프라 서비스 마비사태에 대해 항의를 하던 학생 중 보랏빛의 머리를 가진 소녀가 앞으로 나서며 소리쳤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 총학생회장은 뭘 하는 거야! 몇 주째 모습도 안 보이고, 지금 당장 만나 봐야겠으니까. 수석 행정관 말고 총학생회장을 불러와!”
“...”
학생들에게 둘러싸여 온갖 비난과 불만을 받아내면서 얼굴 색 하나 바뀌지 않던 검은색의 긴 머리칼을 가진 차가워 보이는 인상의 소녀. 어떤 항의에도 꿈쩍 않던 소녀는 ‘학생회장’의 이야기가 나오자, 눈을 지그시 감은 채 무언가를 잠시 생각하더니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
“총학생회장은 지금 자리에 없습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총학생회장은 지금 실종상태입니다.”
“뭐?”
“역시 그 소문이 사실이었던 건가?”
난데없는 총학생회장 실종 선언에 안 그래도 뒤숭숭하던 학생들의 분위기는 더욱더 혼란스러워졌다. 그리고 그 혼란을 제어하려는 듯 방금 수석 행정관이라고 불린 소녀가 손가락으로 살짝 내려간 안경을 올리며 말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생텀 타워>의 최종 관리자가 사라졌기 때문에 지금 총학생회는 행정 제어권을 잃은 상태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인증을 우회할 방법을 찾고 있었습니다만...”
수석 행정관이 말끝을 흐리자, 학생들 무리에 있던 거대한 검은 날개를 가진 검은 교복의 학생 하나가 캐묻듯이 질문을 던져왔다.
“그래서 방법은 찾은 건가요? 수석 행정관?”
“네, 다들 소문으로 들으셨겠지만, 총학생회장이 만든 <샬레>라는 동아리에 고문 선생님이 오시는 걸 아실 겁니다.”
“지금 그게 이 상황이랑 무슨 상관이지요?”
“<샬레>의 동아리실이 위치한 건물 지하에 키보토스의 행정권을 제어할 수 있는 물건이 있습니다.”
“그럼, 지금 당장 가서 가지고 오면 되는 거 아니야?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데?”
“그 단순한 사고 회로처럼 단순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면 좋겠지만, 그 물건을 가동 시킬 수 있는 유일한 분이 그 선생이라는 거죠.”
“그럼, 그 선생이라는 분은 어디 있는데?!”
“원래 예정대로라면 지금쯤 도착하시는 걸로 알고 있는...”
“저기...?”
최고의 타이밍일지, 아니면 최악의 타이밍일지 모르는 그 순간에 생텀 타워의 로비 안으로 들어오는 목소리에 로비에 있던 모든 학생의 시선은 목소리가 들려 온 중앙 입구로 쏠렸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친구끼리 싸우는 건 좋지 못하다고 생각하는데...”
“어째서 매화원의 원생이 여기까지 와 있는 거죠? 산해경관계자는... 없군요...”
‘이번에는 유치원생 취급이야?!’
안 그래도 복잡한 상황에 웬 어린애가 끼어들자. 수석 행정관은 애써 냉정함을 유지 하면서도 세상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차가운 억지웃음을 지으며 아이에게로 다가갔다.
“어떻게 여길 들어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서 매화원으로 돌아가시죠. 여긴 당신 같은 어린애가 올 곳이 아닙니다.”
“내가 어린애인 건 맞지만, 그래도... 잠깐만, 어디다 뒀더라?”
보통의 아이라면 기겁할 정도로 차가운 사무적인 말투였지만, 아이는 바지 주머니와 바지 뒷주머니를 뒤지다 정장 안쪽 주머니에서 학생증처럼 보이는 카드 한 장을 꺼내 수석행정관에게 사진이 보이는 쪽을 내밀며 보여주었다.
[연방 수사 동아리 살레]
고문 선생
어색한 웃음을 지은 채 찍은 사진이 박혀있는 신분증에는 정확히 연방 수사 동아리 살레의 문자와 함께 ‘고문 선생’이라는 직함이 명확하게 적혀 있었다.
“...”
혹시나 잘못 봤는지 안경까지 손끝으로 올려가며 다시 신분증을 확인하는 수석행정관이었지만, 한번 새겨진 신분증에 글씨가 바뀔 리가 없었다.
“믿긴 힘들겠지만, 그래도 난 선생이야.”
“흠흠”
선생의 존재는 총학생회 내부에서도 고위 간부들만 알고 있는 사안이었기 때문에 신분증을 위조했을 가능성도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수석 행정관은 눈앞의 진실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실례했습니다. 선생님. 총학생회 수석 행정관 린이라고 합니다.”
여전히 사무적이지만 확실히 아까와는 달리 예의 있는 몸짓으로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린이었다.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선생님? 앗!”
어느샌가 린 옆으로 다가와 선생을 내려다보던 보랏빛 머리의 소녀는 선생과 눈이 마주치자 화들짝 놀라며 몸이 튀어 올랐다.
“안녕, 앞으로 잘 부탁할게.”
“아!, 안녕하세요... 선, 선생님. 저는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의···”
“저 시끄러운 여자는 신경 쓰지 마시고 방금 들어서 아시겠지만···”
린은 방해하지 말라는 듯이 세한 눈웃음을 지었지만, 밀레니엄에서 온 소녀는 오히려 화를 내며 꿋꿋이 선생에게 자신을 소개했다.
“누가 시끄럽다는 거야! 나, 나는 하야세 유우카! 기억해 두세요. 선생님.”
“응, 확실히 기억했어. 유우카 누나.”
“그래서 이 아이, 아니 이분이 지금, 이 상황을 해결해 주실 수 있다는 말인가요?”
검은 날개의 소녀의 말에 잠시 다른 곳으로 셌던 이야기가 다시 본론으로 돌아왔다.
“안 그래도 설명하려고 했습니다. 하스미양”
핸드폰 액정화면에 나와 있는 정보를 확인하며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해 나가는 린
“앞 써 설명했듯이 행정 제어권을 다시 찾아오기 위해선 지금부터 여기 계신 선생님을 총학생회에서 30km 정도 떨어진 동아리 실로 모셔가야 합니다.”
여기까지 말한 린은 들고 있는 핸드폰으로 어디론가 연락을 취했다.
“모모카, 선생님께서 방금 도착했습니다. 지금 바로 살레의 동아리실로 갈 헬기가 필요한데....”
“살례 동아리실? 아 그 외각 지구? 거기 지금 난리 났는데?”
수화기 넘어에서는 마치 자기라는 상관없는 일을 말하듯 느긋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난리?”
“교정국을 탈출한 정학생이 총학생회에 불만을 품은 불량배들을 선동해서 소요를 일으켰어. 아예 순항 전차까지 끌고 왔다던데? 지금 그 근방은 완전 전쟁터야. 앗! 나 음식 배달시킨 게 도착해서 그럼 수고해 선배~”
-뚜... 뚜... 뚜...-
뚝 끊기는 전화와 이어 들려오는 통화 종료 수신음
어떻게든 선생과 다른 학생들 앞에서 감정을 억누르고 있는 듯했지만, 얼굴 표정까지 완벽히 제어하는 건 무리였는지 린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입가의 썩소를 띄고 있었다.
“괜찮아? 그럴 때는 심호흡을 크게 몇 번 해서라도 좀 진정하는 편이 좋아.”
“괜찮습니다. 사소한 문제가 생기긴 했지만...”
린은 애써 미소를 유지한 채 말하다. 자신에게 항의하러온 학생 세 명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뭐야! 우리를 왜 쳐다보는 거야!”
뭔가를 느낀 유우카카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지만, 린은 싹 무시한 채 의미를 알 수 없는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렇게 어려울 때에 각 학원을 대표하시는 훌륭하고 한가한 분들이 있어서 다행이네요.”
“응?”
여전히 감을 못 잡고 있는 유우카를 여전히 무시한 채 린은 자기 할 말을 이어 나갔다.
“키보토스의 정상화를 위해서 여기 한가한 분들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이렇게 말한 린은 대답은 듣지 않겠다는 듯이 선생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믿음직스럽지는 않은 사람들이지만, 그래도 각 학원을 대표해서 온 만큼 선생님의 짐이 되지는 않을 겁니다. 이 건물 옥상에 동아리실로 가는 헬기를 준비해 놓을 테니 빠르게 폭동을 제압하고 동아리 건물 탈환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응, 알았... 잠깐 폭동? 제압? 탈환?!”
평범한 학교에서는 듣기 힘든 단어에 상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기도 전에 린이 사라지자, 선생은 당혹스럽다는 듯이 다른 학생들을 돌아보았다.
“폭동이니, 제압이니 나 처음 왔다고 장난치는 거지 지금? ”
“다행히 오늘 아침 편의점에서 탄환을 사놓기를 잘했군요.”
“뭐 행정관의 말에 순순히 따라주는 게 맘에 들진 않지만, 이번만큼은 참아주겠어!”
“이런 일도 자경단원으로써 해야 할 일이겠죠. 섬광탄은 충분히 준비했어요.”
“선도부에서도 빠르게 이 사태를 해결하기 바라니 협조하겠습니다.”
당황한 선생과는 다르게 마치 평범한 일상처럼 무기와 탄약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이제 선생은 완전 혼란 상태였다.
“선생님 저희는 준비 다 됐어요. 선생님?”
“네?!”
멘탈이 나가 있는 선생을 유우카가 손을 잡고 밖으로 끌고 가며 말했다.
“빨리 멍하니 있지 말고 빨리 따라오세요!”
“자, 잠깐만!”
‘선생으로 발령 난다고 했지 전쟁터로 발령 난다는 소리는 없었잖아!!’
본문
[자작기타] 소설)블루아카) 란도셀을 멘 선생님_프롤로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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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전쟁터라고 하는데 정작 키보토스의 학생들은 늘상 일어나는 일이라 특별히 여기지도 않는다는 게 웃음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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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와카모는 첫눈에 반한 쇼타충이 되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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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카는 졸지에 프롤로그부터 말랑단 인증을 해버린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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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전쟁터라고 하는데 정작 키보토스의 학생들은 늘상 일어나는 일이라 특별히 여기지도 않는다는 게 웃음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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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와카모는 첫눈에 반한 쇼타충이 되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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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카는 졸지에 프롤로그부터 말랑단 인증을 해버린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