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거지만 영화 때문에 아팠던 것은 아니고...
때는 2019년. 조커를 감명깊게 본 바로 그 날.
저녁쯤 되니 엄청나게 몸이 피곤하고 두통이 느껴졌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며 병원가서 적당히 주사만 맞았는데...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당시 백수였던 나는 그 다음날 오전 10시쯤 느지막히 일어났다. 평소와 다른 점이라고는 조커영화에 대한 꿈을 꿨었다는 것인데, 꿈의 정확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으나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 뉴욕을 배경으로한 갱스터 느와르 영화 같은 느낌이었던 것 만은 확실했다. 새카만 흑백 화면과 추적추적 내리는 비. 이따금씩 내리치는 번개. 모든 것이 흑백인 세상에 오로지 피와 아서 플렉만 검붉은 색이었다.
요약하자면 분위기가 뒤숭숭한 꿈을 꿨다.
그 꿈 때문이었을까? 푹 자고 일어났는데도 몸이 무거웠다. 머리가 띵했다. 목이 부었다. 얼굴에서 확실한 열감이 느껴졌다.
'아직 덜 나았네'
보통 주사는 즉효였던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아니었던 것이다.
"어..?"
제대로 걸을 수 가 없었다. 정확히는 걸음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온몸에 힘이 빠진듯 다리에 제대로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그리고 추웠다. 몸에서 열이 미친듯이 나고 있는데, 곧 얼어 죽을것 같이 추워서 몸이 떨렸다.
'...시발'
아침을 걸렀다. 어차피 속이 안좋아져서 받아들이지도 못했으니까. 머리도 감지 못하고 대충 걸쳐 입은채 비틀거리며 병원까지 걸어갔다. 그날 따라 하필이면 먼저온 환자도 많더라. 결국 병원 로비 소파의 한쪽 구석에 누워서 한참 기다려야만 했다.
겨우 진료를 보았더니... 장염? 감기? 그런게 아니었다. 평소에 코를 훌쩍거리다가 가래침으로 뱉는 버릇이 있는데, 그렇게 조금씩 쌓인 콧물이 코를 막아버리고 그 결과 입으로 숨을 쉬니 목이 심히 부어버린 것이었다. 열은 39도 가까이 치솟았으며 머릿속이 멍해져서 생각이 힘들었다.
일단 링거를 맞고 약을 타서 집으로 돌아왔다. 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야채죽도 샀다. 그 인스턴트 죽이 왜 그리도 맛있던지...
근데 당시 알바하던 곳 사장놈은 아파도 나오라더라. 결국 잔뜩 징징거려서 그 주는 쉬기로 했다. 어차피 주말 이틀 나가는 알바였으니까.
집에 돌아왔지만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침대에 누워서 얼린 패트병에 수건을 감고 몸에 대거나 찬 물에 적신 손수건을 이마에 올렸지만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뇌가 뜨거워지는 것이 확 체감되었다. 시야가 흐려졌고 목소리도 잘 안나왔다.
'이러다 진짜 죽는거 아냐?'
몸은 미친듯이 아픈데 평일이라 집에 가족들도 없었고 나 혼자 끙끙 앓고 있으니 서럽다는 생각과 동시에 이러다 죽으면 날백수 엔딩이라는 생각이 들어 정신을 바짝 잡았다. 날백수로 부모보다 먼저 죽으면 불효도 그런 불효가 없을테니.
진짜 기절하듯 잠들었던것 같다. 그리고 그 순간 또 조커 꿈을 꿨다. 내용은 어제 꿨던 것과 비슷했던것 같은데 기억이 잘 안난다. 한가지 확실한건 그 꿈에서 아서는 이미 조커가 되어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머리가 개운하고 시야가 조금 맑아져 있었다. 고비는 넘겼구나 라고 생각하자 그제서야 침대 시트가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있다는 것을 깨닫고 놀라고 말았다. 나는 평소에 땀을 잘 흘리지 않는데, 침대 시트를 축축하게 적실 정도로 한가득 땀을 흘린 것이다.
이후 병세는 나아졌지만 그 일 이후 조커라는 영화를 결코 잊지 못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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