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선생님은 샬레 하우스에서 출근해 집무실에 발을 들였다.
집무실에 도착해보니, 당번 학생은 이미 업무를 시작할 준비를 마쳤었다.
어지간한 남성들의 평균보다 큰 키에, 커다란 검은 날개와 검은색 트리니티 교복, 그리고……
"선생님, 다음에도 저를 기다리게 하시면…… 그때는 제가 직접 깨우러 가겠습니다."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 수 없는,나긋나긋하지만 진중한 목소리.
하스미였다.
"하스미, 잠깐만. 내가 다 설명할 수 있어. 이건 그러니까……"
"…...숙직 하느라 늦게 출근했다 그건가요? 선생님이 거금을 들여 게임을 샀고, 하루 종일 갖고 놀 생각만 하는것 같다고 유우카씨가 그러던데요?"
"젠장, 들켰나? 역시 냉혹한 계산의 회계……"
"그렇게나 무료하셨다면, 게임말고 차라리 저와……"
"아, 메시지가 왔네? 잠깐만……"
싯딤의 상자로 메시지가 도착한 모양이다. 선생님은 지금의 위기를 모면하고자 메시지로 화제를 전환했고, 그 시도는 어느 정도 성공한 듯싶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아비도스 학원 대책위원회 1학년, 오쿠소라 아야네 입니다.
상황이 급박하여 본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아비도스 자치구역이 또 다시 위기에 처했습니다.
거대한 기계 생명체가 시가지에 출몰하여 닥치는대로 건물을 부수고 파괴를 일삼고 있습니다.
노노미 선배가 민간인 피난 및 구호 활동을 하는 동안 세리카와 시로코 선배, 호시노 선배는 기계와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가까스로 자치구 외곽지대로 몰아내고 대치상태를 유지하고 있긴 하지만, 오래가진 못할겁니다.
염치 불구하고 도움을 요청합니다.
- 오쿠소라 아야네'
"아비도스 학원도 문제가 끊이질 않네요. 폐교 위기이질 않나, 수영복을 입은 복면 강도가 겁도 없이 블랙 마켓의 은행을 습격 하지 않나, 심지어 이번엔 기계 괴수의 공격이라니……"
옆에서 지켜보던 하스미가 말했다.
"어……? 언제부터 옆에서 보고 있었던 거야?"
"아비도스 학원 대책위원회부터 봤습니다. 상당히 집중해서 읽느라 모르셨던 것 같네요."
"이건 다른 학원 학생들이 알기엔 다소 민감한 내용이라서 곤란한데……"
"지금의 저는 트리니티 학원 정의실현부 부부장이 아닌 샬레의 당번 학생입니다. 정의실현부는 트리니티 자치구의 치안을 관리하는데도 바쁘고, 어차피 이런 건 티파티에서 할 일이니까요."
"고마워, 하스미. 이제 도움을 필요로 하는 학생들을 돕기 위해 준비를 해볼까?"
선생님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아비도스 학생들이 필요로 할 만한 물건들을 잔뜩 준비하고 헬기에 실어 나르기 시작했다.
'오늘 당번이 유우카가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야. 이 자리에 있었다면……'선~생~님! 이 금액은 도대체 뭔가요? 주소를보니 아비도스 자치구던데, 이제 선생 일 그만두고 아비도스에서 총포상이라도 개점할 생각이세요?!?!' 라고 잔소리를 했겠지?'
물론 선생님의 예상과는 달리, 이 자리에 유우카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영수증과 비용 처리 문제로 한바탕 잔소리를 쏟아냈지만…… 그것은 모든 사건이 끝나고 난 다음의 일이다.
만반의 준비를 끝마친 선생님은 헬기를 타고 아비도스 학원으로 향했다.
물론 보급품의 양이 많았기에 헬기를 이용하기도 했지만, 보급품 문제가 아니더라도 이전처럼 멋모르고 맨몸으로 다니다 큰 곤란을 겪었기 때문에, 선생님은 그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헬기를 선택하였다.
아비도스에선 무슨 사건이 구체적으로 발생한 걸까?
대책위원회 아이들로도 해결이 어려울 정도로 강력한 상대인가?
여러 생각이 선생님의 머릿속을 오갔지만, 자세한 내막을 모르기에 일단은잠시 머리를 식히고 아야네에게 직접 자초지종을 듣기로 결심했다.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아비도스 학원 별관에 도착했고, 운동장에 무사히 착륙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노노미와 아야네가 선생님을 맞이하러 마중을 나왔다.
"선생님, 정말로 오셨군요?"
아야네가 반쯤 울먹거리면서 선생님을 환영했다.
"와, 이번에도 저희를 도와주러 오셨네요. 마치흑기사처럼-☆"
노노미는 언제나처럼 선생님을 맞이하지만, 눈가의 다크 서클이 그 동안의고생을 보여주고 있다.
"쓸만한 보급품은 있는 대로 챙겨왔어. 이제 내가 뭘 어떻게 도와주면 될까?”
노노미, 아야네와 재회한 선생님은 아비도스 자치구에서 일어난 미증유의 사건을 자세히 듣기 위해 대책위원회 동아리실로 향했다. 동아리실에 도착하는 대로 아야네는 선생님에게 폐허가 된 아비도스 시가지 사진을 보여주면서 브리핑을 진행하였다.
“지금 보고 계신 사진이 바로 정체 불명의 기계 생명체의 공격으로 파괴된 시가지 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언급할 것 같은데, 간단하게 ‘괴수’라고 하겠습니다. 사막화로학원을 이리저리 옮기면서 자료가 소실된 건지, 아니면 예전의 선배들도 인지하지 못했던 상황인지는 몰라도, 저희가 보관하고 있는 자료 중에선 아비도스를 습격한 그 괴수에 대한 자료가 전혀 없습니다.”
선생님은 아야네가 준 사진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기계 ‘괴수’라고 하지만 그 어느 자료에서도 발자국의 흔적은 찾아 볼 수 없었다. 폭격을 맞은 듯 크레이터가 생성된 시가지, 마치 거대한 밧줄 같은 무언가에 끌린 듯 뭉개진 도로, 대부분의 건물들은 바스러진 상태. 형태를 어느 정도 유지한 일부 건물들 조차도, 나선형의 흉터를 남긴 채, 더이상 원래대로의 의도대로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변형 되었다.
선생님이 아야네에게 자신이 발견한 위화감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려 할 때, 노노미가 이어서 부연설명을 하였다.
“그 ‘괴수’는 마치 거대한 뱀과 같은 형상을 하고 있었어요, 선생님. 사진을 봐도 ‘괴수’의 손이나 발자국을 발견할 수 없었다면, 제대로 보신 거예요. 그렇지만 그건 크기만 큰 뱀이 아니에요. 거대한 입을 벌리고 에너지를 모으는 순간, 강렬한 빛을 내뿜으면서 ‘괴수’의눈 앞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잿더미가 되었어요.”
“노노미 선배 말 그대로 입니다. 뿐만 아니라, 때때로 수십발의 미사일이 ‘괴수’의 목에서 발사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걸 ‘괴수’라고 부르고 있지만, 살상용 병기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 정도면 ‘괴수’의 외견과 공격 방식에 대해 파악이 완료 되었다 판단한 선생님이 물었다.
“그렇다면 혹시 ‘괴수’의공격 방식에 대한 정보는 있어? 사람이 조종하는 게 아닌 이상, 기계라면 분명히 특유의 패턴이나 규칙이 있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시로코 선배가 ‘놈의 공격 방식을 파악했어.’ 라면서 톡을 보냈던 거 같은데, ‘괴수’의 정체를 찾느라 확인을 미처 못했네요. 마침 선생님도 이 자리에 있으니까, 같이 읽으면 되겠네요.”
‘드디어 놈의 패턴을 파악 했다. 약약중약약강, 약약중약약강, 찰나의 소강상태, 약약중약약강……이것을 서너 번 반복한 후에, 거대한 ㅁ…….’
약약중약약강…약약중약약강… 마지막 문장이 거슬리지만, 마치 음어 마냥 알 수 없는 단어를 반복하고 메시지는 끝이 났다. 암호라고 생각한 노노미는 눈을 비비며 글을 다시 읽어보고, 같이 글을 읽은 아야네는 싱긋 웃으면서 그녀가 애지중지하는 권총을 꺼내 장전하고……
“제~발~, 정보를 주고 싶으면 사람이 이해할 수 있게 알려 달라고요!!!!”
“아야네, 멈춰!!!!”
동아리실 안에서 이런 아야네의 폭주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노노미는 선생님이 다치지 않게 몸으로 막으면서 대피했고, 장전한 탄환을 전부 소진하고 동아리실이 난장판이 되고나서야 폭주가 끝이 났다. 아직도 진정이 되지 않았는지, 아야네는 얼굴이 울그락붉그락 한 상태로 숨을 몰아 쉬고 있지만, 그래도 최소한 총기 난사는 하지 않을 정도로 이성을 되찾긴 했다. 그러고 나서 아야네가 울먹거리면서 말했다.
“선생님…… 이제 어떡해요…… 학원에는 ‘괴수’에 대한 정보도 없고, 현장에서 보낸 적의 정보는 저 모양이고……”
“아니, 충분히 이해 했어. 너희들이 알려준 정보에 의하면 ‘괴수’는 최소 두 가지의 패턴을 가지고 있어. ‘빛’과 ‘미사일’. 그리고 시로코의 메시지에는 강중약 세가지로 패턴을 언급한 걸로 보아 현장에서 발견한 ‘괴수’의 공격은 최소 세 가지의 패턴이라고 볼 수 있어. 지금 상황에서는 어느 쪽이 강한 공격이고 약한 공격인지 상황실에 있는우리들은 파악할 수 없어. 다만, 강한 공격과 중간 공격은 연속해서 사용하지는 못한다고 봐야겠지.”
추론, 아니 추측에 가까운 이야기지만 선생님은 아야네를 다독이면서 문장의 의미를 계속 설명하였다.
“브리핑 할 때 얘기 했잖아? ‘입에서 에너지를 모으는 순간, ‘괴수’의 눈 앞의 모든 것이 파괴’되었고, ‘때때로 수십 발의 미사일이 ‘괴수’의 목에서 발사’되었다고. 그렇다면 ‘빛’과 ‘미사일’은 사용하려면 다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일지도 몰라. 그걸 토대로 메시지를 다시 읽으면 좀더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거야. 우리는 아직도 어느 쪽이 더 강한 공격인지 모르지만, 최소한 ‘빛’과 ‘미사일’은 ‘강’ 또는 ‘중’에 속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약’이 무엇일지는 일단 보류하도록 하고.”
선생님의 장황한 추론을 듣고 난 아야네는 또 다시 울먹거리면서 선생님을 껴안고 말했다.
“아무래도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선생님. 이럴 시간 없으니, 바로 준비하고 메시지가 발신된 좌표로 이동하도록 준비할게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야네는 보급품과 드론을 챙기러 다른 교실로 향했고, 노노미는 마치 둥지를 떠난 아기새를 바라보는 어미새 마냥 대견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역시 아야네 쨩은 육탄전에 능하네요-★”
“……응?”
“아무것도 아니에요, 선생님-♠”
“난 솔직히 시로코가 적은 마지막 줄이 더 신경 쓰여. 뭔가를 더 적으려다가 안 좋은 일에 휩쓸린거 아닐까 생각해. 노노미도 많이피곤하겠지만, 아야네가 돌아 오는대로 같이 현장으로 합류하도록 하자.”
“네~♧”
“선생님, 준비 끝났습니다. 그리고 시로코 선배가 보낸 좌표의 위치를 파악 했습니다.”
“좋아, 대책위원회. 출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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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해 다들 밧줄로 묶어 그려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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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02.16 16:25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