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특별함을 동경하던 어린 나에게.
*이 글은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의 스포를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히가시중 출신, 스즈미야 하루히. 그냥 인간에게는 흥미 없습니다.
이 중에 우주인, 미래인, 이세계인, 초능력자가 있다면, 저에게로 오십시오. 이상.”
-스즈미야 하루히-
스즈미야 하루히는 고등학교 첫 자기소개부터 비범했다.
얼마 뒤 중학생 때 학교 운동장에 커다란 미스터리 서클을 그리거나 남친을 만들고 평범하다며 1분 만에 차는 등 별의 별 기행 저질렀다는 말을 듣고 어떤 사람인지 대충 파악하게 되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앞자리 남학생 쿈을 끌고가더니 부원이 유키 하나 뿐이던 문학부를 점령하고 SOS단이라는 동아리를 만들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귀엽게 생겼다는 이유로 2학년 미쿠루 선배가. 뜬금없는 타이밍에 전학 왔다는 이유로 옆반 코이즈미가 SOS단으로 반강제 입부되었다는데. 쟤들은 도대체 뭘 하는 걸까.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의 전체적인 스토리를 요약하자면 천상천하 유아독존 하루히가 심심하고 지루하다고 갖갖이 소동을 일으키고 순수한 미쿠루 선배와 조용한 유키가 휘말리며 쿈과 코이즈미가 수습하는 내용입니다.
특이한 점이라고 하면 하루히는 본인은 모르지만 사실 이 세계의 운명을 손에 쥔 신이고 항상 조용한 유키는 하루히의 동태를 파악하러 온 우주인(이 만든 인조인간).
귀엽다는 이유로 끌려온 미쿠루는 하루히 때문에 뒤틀린 시간 선을 파악하기 위해 온 미래인. 뜬금없이 전학 온 코이즈미는 하루히의 감정이 상하면 생기는 이공간의 괴물을 처치하는 초능력자 라는 점 정도이죠.
참고로 본 작품의 주인공이자 화자인 쿈은 그냥 평범한 인간입니다. 하나 특별한 점은 하루히가 깊은 호감을 가진 상대라는 거?
여러분은 어렸을 적에 특별함을 동경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있습니다. 모두의 응원을 받는 슈퍼히어로가 된다던가 아무도 모르는 특이한 존재여서 초능력 같은 걸 가지고 있다던가 하는 상상.
사실 아직도 합니다만 현실을 깨달은 평범한 우리는 그런 망상들이 다 이루어질 수 없는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하루히는 어린 시절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야구경기를 보러 갔을 때, 자신의 평범함을 느낍니다. 여태까지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곳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을 보고 스스로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자각하게 된 것이죠.
지금 내가 느끼는 행복, 내가 하는 즐거운 경험들은 수많은 사람들이 비슷하게 느끼고 경험하는 지극히 평범한 것이겠구나 하고 깨달았습니다. 이에 하루히는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직접 특별하고 재미있는 것을 찾아다니겠어!’ 라고.
우리는 성장하면서 점점 더 큰 세상을 마주하게 됩니다. 갓 태어났을 때는 부모가 세상의 전부지만 유치원에 가며 친구들과 선생님으로 시야가 넓어지고 학교를 거쳐 사회로 나가면 점진적으로 낯설고 거대한 세상을 마주하게 되죠. 누군가는 무력감을 느낄 겁니다.
‘나는 아주 작은 존재구나. 내 경험과 시간은 작디작은 모래알에 불과했구나.’ 이런 무력감을 느끼는 건 자연스러운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 또한 이런 저런 경험을 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흥미로운 세상을 마주했지만 동시에 그 세상들에 비해 너무나도 작고 초라한 자신을 보게 되었거든요.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굉장히 초현실적인 설정을 가지고 있지만 그걸 하루히의 관점에서 보면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는 점에 있습니다.
관찰자이자 주인공인 쿈 입장에서는 하루히의 감정 하나하나에 세상이 멸망할 수 도 있는 위기를 느끼고 주변의 협력으로 최대한 비위를 맞춰나가고 있지만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모르는 하루히는 ‘지극히 평범한 여고생이지만 특별함을 원해서 헛짓거리 하는 중’ 이라고 스스로를 생각하는 거죠. 쿈이 사실대로 전부 설명을 해주어도 개소리라며 무시할 정도로요.
초현실적인 설정들은 이야기의 동력이자 흥미가 되어주고 정작 하루히는 진실을 모르고 날뛰고 있다는 아이러니는 관찰자인 쿈과 하루히의 시점을 분리시킵니다.
하루히의 시점에서 자신은 지극히 평범한 여고생에 불과하니 신이라는 설정이 붙어있음에도 화면 밖의 시청자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가 만들어지는 거죠.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은 입덕작 이자 잊을만하면 꺼내보는 최애작 중 하나입니다. 나이가 들고 하루히를 다시보니 왠지 부럽더군요.
망나니처럼 날뛰어도 받아주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어서가 아니라. 남들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부러웠습니다. 나도 저런 시기가 있었나 싶기도 하고요.
사실 작품을 쭉 보면 알겠지만 하루히가 특별함을 좇겠다고 하는 짓들은 그리 특별하지 않습니다.
설정들을 보면 이세계로 떠난다거나 마왕을 찾는 모험을 하고 외계인을 만나러 우주에라도 갈 것 같지만 하루히가 벌이는 일들은 동아리 친구들과 야구대회 나가기, 인디영화 찍어보기, 같이 수학여행 가보기 등등 설정들로 인해 일어나는 일을 빼고 하루히의 시점에서만 보면 현실에서도 가능한 지극히 평범한 경험들입니다.
특별함을 좇는다면서 누구나 할 수 있는 경험을 하는 하루히가 어떤 이에게는 우습게 보일 수 있습니다만. 저는 이 작품이 이런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봐봐, 하루히는 너무나도 즐거워하고 있잖아? 평범한 일일지라도 그녀에게 이 시간은 행복한 시간이고 특별한 일들이야.’
이제껏 제 인생은 평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중학생 때 갔던 수학여행이, 고등학생 때 수행평가 영상을 찍던 당시가 즐거웠다고 추억합니다. 옆 반, 옆 학교, 어딘가의 학생들도 비슷비슷한 경험을 했겠지만 저에게 그 시간들은 충분히 특별했음을 깨달았습니다.
특별함을 동경하던 어린 나에게.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이 말합니다.
“해답은 언제나 내 마음 속에..”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o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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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23.12.05 09:1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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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오타쿠 없을 정도로 대단했는데 요즘은 점점 잊혀지는 거 같아 슬픕니다.. | 23.12.05 21:0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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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이번에 소설 전권 재판 나와서 구매할까 고민 중입니다.. | 23.12.08 20:1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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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히 세대에게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은 만인의 입덕작이죠 | 23.12.08 20:1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