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 초 취주악부에 적응하지 못해 힘들어하던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그녀가 무척이나 부러워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마음이 공허했던 저음 파트 신입생, 스즈키 미레이의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그녀가 미나미 중학교에서 키타우지 고등학교로 진학할 때 기대한 것이 있습니다. 음악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 서로를 밀고 당길 수 있는 에너지 넘치는 사람. 바로 육체와 정신이 하나 되는 "멘토"였습니다. 이건 선후배 간이 될 수도 있고 친구 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서로 간의 공감, 말로 표현하기 힘든 뜨거운 공감입니다.
미레이는 지금 바로 그 현장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저기 두 사람입니다. 자신이 그렇게 찾던 멘토의 롤모델.
단지 저 두사람의 육체적 거리가 가깝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저 둘은 소울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동경하는 트럼펫을 프로급으로 당당히 연주하는 선배, 키타우지 고등학교의 살아있는 전설, 2학년 코사카 레이나 선배.
딱 봐도 부장 선배가 팍팍 밀어주는 신입생 지도계 선배, 자신이 동경하는 레이나 선배를 독차지하는 선배, 파트 직속 2학년 오마에 쿠미코 선배.
에이스와 에이스 콤비입니다. 내게도 저렇게 마음을 털어 놓고 음악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사람이 있었으면..
내게도 저렇게 몸을 부딪혀 가며 마음을 나눌 사람이 있었으면..
내게도 저렇게 환하게 웃으며 영혼을 풍족하게 해 줄 사람이 있었으면..
부러워...부러워...부러워 죽겠어...
아마도 난 찾지 못하겠지.
둘에게 인사하며 걸어가는 미레이의 얼굴이 너무나 슬퍼 보입니다.
미레이에게 다가오는 한 소녀가 있습니다. 그녀가 미레이의 공허한 마음을 채워줄 수 있을까요?
카나데는 미레이의 마음을 채워줄 수 없습니다. 카나데에게는 이미 리리카라는 절친이 있습니다. 카나데는 자신에게 호감을 보여 주며 다가오지만 그런 그녀에게 속내까지 털어놓을 수는 없습니다. 카나데와 그 정도까지 신뢰를 쌓진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럼 자신에게 들러붙는 동급생 친구, 사츠키가 멘토가 될 수 있을까요?
그럴리가 없습니다. 그녀와는 우정을 나누는 좋은 친구일지언정 음악적 이상을 같이 나눌 레벨은 아닙니다.
2학년 하즈키 선배는 어떨까요?
하즈키 선배는 좋은 사람입니다. 후배를 아껴주는 사람입니다. 싫지 않은 사람입니다. 도와주고 싶은 사람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멘토는 아닙니다.
고토와 리코 선배는? 튜바의 모범의 되어 주는 최고의 선배입니다. 그러나 그 두 선배와는 소울메이트가 될 수 없습니다. 벽이 있습니다.
너무나 좋은 분위기의 파트 연습, 너무나 좋은 선배들과 동급생. 그러나 하나가.. 딱 하나가 부족합니다.
바로 정신과 육체의 멘토가 없습니다. 쿠미코 선배는 있는데 자신은 없습니다. 부럽습니다. 부러워 죽겟습니다.
카나데도 있고 사츠키도 있고 모토무도 있는데 자신만 없습니다. 나만 없어 멘토.
미레이의 이야기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어딘가 퀭 뚫린듯한 가슴은 아직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문제는 해결된 것이 아니라 봉합되었을 뿐입니다.
조직에 순응한 듯 보이는 미레이, 분란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욕망을 분출해 줄 누군가를 만나지 못한다면 취주악부의 또 다른 폭탄이 될지도 모릅니다.
미레이는 이제 행복한 걸까요? 미레이는 그저 그렇게 적당히 타협하며 부활동을 이어나갈까요?
오늘의 이야기는 행복해 보이지만은 않는 아이, 스즈키 미레이의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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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든 친구든, 언제든 내편이 되어 줄, 그리고 의지가 되어 줄 누군가. 미레이의 바람이 그런 사람을 찾는 거라면... 글쎄, 당장은 떠오르지 않네요; 미레이 설마 3기에서 한번 더 빌런?이 되는 걸까요?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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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위키에는 미레이와 사츠키가 선페스 이후에 절친으로 거듭났다는데 전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선페스 이후 사츠키에 대한 오해가 풀린것은 맞는데 그 관계를 절친이라고 표현하긴 좀 부족합니다. 제가 생각한 미레이의 변화는 그렇게 싫어하던 사츠키의 응석을 더이상 미레이가 귀찮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사츠키의 호의에 감사하고 이해하는 정도에서 끝났다고 봤습니다. 절친이든 멘토든 서로의 감정이 오고가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아직 미레이가 사츠키에게 마음을 완전히 열었다고 보긴 어렵다는게 제 의견입니다. 미레이 입장에선 부활동에서 겉돌지 않고 어울리는 수준까지는 왔지만 아직 중요한게 빠진 느낌이겠죠. 그래서 저는 미레이가 3기에서 뭔가 한번 더 터트려 쿠미코 부장을 궁지에 몰아넣는 존재감 있는 빌런이 되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ㄷㄷㄷ 깊이 있는 댓글 달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 23.07.20 23:1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