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주세요. 이사님.”
아고스토는
갑작스런 그레이스 박사의 말에
순간
화가 울컥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그동안 자신을
그저 바지사장처럼 대해 놓고서
이제 와서 도와달라고 하는
그녀의 뻔뻔함에.
“내가 뭘 어떻게 도와줍니까?”
아고스토는
몸을 뒤로 젖히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어요.”
그레이스 박사가 말했다.
“안 돌아가면?”
“이사님은 더 높은 곳으로 가야 하지 않나요?”
그레이스가 말했다.
그레이스는
아고스토의 방문을 두드리기 이전에
어떻게 말을 꺼낼 것인가를
고민했다.
그리고
그의 욕망을 이용하기로 결심했다.
철학자에게는 철학자의 대화가,
돼지에게는
돼지의 대화가 필요한 법이다.
“.......”
아고스토는
직선으로 찔러오는 그레이스의 질문에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
“이대로 돌아가면....
저도,
그리고
아고스토 이사님도
실패를 짊어지고 돌아가게 되요.
저야 학계에 있는 사람이니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아고스토 이사님은
큰일을....
앞으로 의회에 진출하셔서
미국 내 라티노 커뮤니티를 위해 큰일을 하실 분이신데,
이대로 돌아가면
경력에 오점을 남길 수 밖에 없어요.”
그레이스는
돼지의 대화로 그를 대했다.
“어쩌란 말....입니까.
지금 밖에는
우리를 죽이고 싶어서 안달이 난 갱스터들이 가득한데.
더군다나
베네수엘라 정부도
어쩔 수 없이
우리를 이렇게 호텔에 감금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고스토의 말투가
예의와 격식을 차리기 시작했다.
그레이스는
좋은 징조라고 생각했다.
“포럼이 예정대로 진행됐으면.”
그레이스는
떡밥을 더 풀기로 했다.
“포럼 결과를 가지고
뉴욕에서 발표할 생각이었어요.
유엔 인권위원회에 상정하고,
이미 유엔과 이야기가 다 끝나있었어요.
바티칸에서도 지지성명을 내기로 되어 있었죠.
어떤 의미인지 아시죠?”
물론 아고스토는 알 수 있었다.
UN 본회의장.
그곳에서
그녀가 베네수엘라에서 만연한 인신매매의 현황과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적인 대응을 요구하는 발표를 한다면,
전 세계가
그 장면을 지켜보고,
전 세계 언론이
그녀의 이름을 방송에,
신문에, 잡지에 올려놓는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포럼은 이미 취소되어버렸는데.”
아고스토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날 더러 어쩌라고.
“이사님.”
그레이스가
아고스토를 간절한 눈으로 보면서 말했다.
“베네수엘라에 인맥이 있으시죠?”
그 말에
아고스토는
그레이스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 가득 담긴 간절함이 보였다.
“제... 네트워크가 있기는 하지만....”
아고스토는
순간 거짓말을 했다.
사실 그가 가진 인적 네트워크라는 것은
별 대단할 것이 없었다.
불법 이민자 출신으로,
중고차 사업으로
조금 돈을 만진 그가 가진 인맥이라고 해 봐야
기껏해야 지역 카톨릭 교회 레지오 모임,
라티노 커뮤니티의 지역 위원회,
베네수엘라 출신 사람들로 만들어진 볼링 모임 정도였다.
“인터뷰.
인터뷰 하나만 하면 되요.”
“인터뷰?”
“네. 이사님 인맥을 동원해서,
인터뷰 대상 하나를 찾아주세요.
가족 중 누군가가
인신매매 당했거나,
적어도 실종된 사람을.
엄마들은 안 돼요.
너무 감정적이 되니까.
어린아이,
기왕이면 여자애가 좋아요.
그런 아이를 한명 찾아주세요.
그리고 여기에서,
안전한 이 호텔에서 인터뷰하고 영상으로 찍는 거예요.”
“그... 그런데,
그 스즈키인가 하는 놈이 내일 떠나겠다고 선언하지 않았습니까.
그 부분도..”
“저와 이사님이 반대하면
그 남자도 어쩔 수 없어요.
그는 단순히 명령에 따르는 기계에 불과해요.
앤 챔버도 우리 쪽에 설 거예요.
그녀에게도 실적이 중요하니까.
우리 셋이 반대하면
그도 어쩔 수 없어요.”
“베네수엘라 정부도...
그들도 설득해야 하는데.
장관의 태도를 봐서는.”
그레이스는 짜증이 났다.
욕심과 의심은 많고
용기는 없는 멍청이 같으니!
그레이스는
아고스토의 손을 잡았다.
“이사님.”
아고스토는
그레이스가 자신의 손을 잡자
순간 움찔했다.
“우리가 촬영한 인터뷰는
유엔 본회의에서 상영될 거에요.
본 회의장에 불이 꺼지고,
스크린에 그 영상이 상영되면
그곳에 모인
모든 유엔대사들이,
유엔 직원들이,
미국 정치인들이,
신문과 방송국에서 온 기자들이
작은 소녀가 사라져버린 언니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말하는 영상을 볼거에요.
그리고 영상이 끝나면
다시 본 회의장에 불이 켜지겠죠?
불이 켜지면
스크린을 향했던 사람들의 시선이
발언대로 향할거에요.
유엔대사, 직원, 정치인들, 로비스트, 언론, 카메라 모두가
발언대로 옮겨저,
거기에 서 있는 ‘우리’를 볼거에요.
남미의 여성과 아동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진실을 알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베네수엘라를 다녀온
미-베네수엘라 협력재단의
펠릭스 아고스토 이사와
저를 말이죠.”
아고스토는
그 모습을 상상했다.
뉴욕에 있는
UN 본회의장.
그곳에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을.
전 세계에서 참석한
유엔 대사들이
자신의 말을 듣고 있는 그 모습을.
(인권은 단순한 어느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닙니다.
주님께서 주신 인권을 보호하는 것은
주님의 뜻에 따라 살아야 하는 우리의 의무입니다.)
순간적으로
연설문의 일부도 떠올랐다.
자신이 말을 마치면
모두 기립해서
자신에게 박수를 쳐주는 유엔 대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모습이
전 세계에 동시 방영되는 모습도 보였다.
그 뒤로
캐피틀 힐에 위치한 의회의사당에
당당히 들어가는 자신의 모습도
얼핏 보이는 듯 했다.
“아는 기자가 있어요.”
아고스토가 말했다.
같은 성당에 다니는
술 친구 중 한명의 사촌이
카라카스에서 기자일을 한다고 했다.
몇 년 전에
그가 미국으로 여행을 올 때,
아고스토가 신원 보증을 섰었다.
그래. 기자가 있다.
그를 하원의원으로 만들어 줄 기자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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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유니콘 프로젝트 3 독립닌자요원 잇토키 (10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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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감사합니다. 누구도 댓글을 안 다는 제 글에 이렇게까지 답을 해 주셨고 나중에라도 답을 해주시겠다니....... 언제인지는 몰라도 진심으로 기다리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23.03.03 23:0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