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통령이 움직였습니다.”
부하의 보고에
캐롤라인은 찻잔을 내려놨다.
“ 공권력을 동원해 호텔을 급습했습니다.”
“ 혐의는?”
“ 아동감금 및 납칩니다.”
“ 급했나보군.”
“ 생각도 못한 인물이 튀어나왔으니
급했을 겁니다.”
그녀는
리필한 찻잔을
다시 들어 올리다 멈칫거렸다.
“ 생각도 못한 인물이라...
로건 말인가?”
“ 네.
뉴욕을 빠져나간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 죄송할 것까지야.”
솔직히
로건을 붙잡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쿠도 신이치
아니
올림푸스의 위명에 많이 가려졌지만
섀도우헌터 (모리 코고로) 도
만만찮은 괴물이다.
“ 어차피 밤은 길어.”
밤은 이제 시작됐을 뿐이다.
“ 그리고.....
곧
그 생각도 못한 인물에게
연락이 올 것 같은데?”
캐롤라인의 촉은
그녀를 배신하지 않았다.
“ 캐롤.”
“ 내가 아니야.”
앞뒤를 잘라먹은
캐롤라인의 말에
수화기 너머 로건은
쓰게 웃었다.
“ 압니다.”
“ 축하해.
네가 이겼어.
깔끔하게 승복하지.”
“ 승복한 것치곤
사람을 너무 많이 푼 거 아닙니까?”
“ 지푸라기라도 건지려고 했지.
어쨌든...
네가 이겼어. 로건.
크리스틴은 포기하겠어.”
“ 거래합시다.”
“ 거래?
원하는 건
다 가진 거 아닌가?
아!
그러고 보니
한나가 호텔에 있었지?”
수화기를 잡은 캐롤라인은
빙글빙글 웃었다.
로건은 하나를 얻었지만
또 하나를 잃었다.
“ 한나를 보호해주십시오.”
“ 크리스틴을 넘겨주면 생각해보겠어.”
“ No.”
“ 다른 조건은 필요 없어.
로건.
나는 그년이 필요하다고.”
“ 캐롤.
당신은
내 부탁을 무조건 들어줘야 합니다.”
“ 내가 왜?”
“ 한나는
당신의 손녀니까요.”
캐롤라인은
손에 든 찻잔을 떨어뜨렸다.
가정부가 다가오자
손으로 막았다.
“ 다시 말해.”
“ 한나는
당신의 친손녑니다.”
그녀의 눈동자가 멍해지다
날카롭게 빛났다.
“ 헛소리!”
“ 친자확인검사를 해보시죠.”
“ 말도 안 돼!
어떻게?”
“ 케네스가
왜 굳이
패트릭 홀랜드를
멘토로 삼았을까요?”
“ 크리스틴.”
캐롤라인은
억눌린 신음으로
크리스티나의 이름을 씹었다.
“ 썩을 년!
은혜도 모르고
내 아들을 홀렸어!
봐줄 만한 능력은 몸밖에 없는 년을 키워놨더니?
뭐?
케네스를 사랑한다고?
나이도 많은 년이?”
여성인권회복집단 엡센트 모르간을 이끌었던 수장의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니었다.
그러나
아들을 사랑하는 엄마에겐
논리도 부끄러움도 없다.
30대 초반의 무르익은 여자와
불타는 10대 후반의 청년,
이 둘 사이에
튀어 오른 불꽃이 화재로 번지는 건
시간문제였다.
다만
여성인권회복운동에 몸 바친 마지막 신념으로나마
캐롤라인은
크리스티나를 내치는 대신
스스로 은퇴했다.
그렇게 하면
아들과 그녀 사이를 갈라놓을 수 있을 거라 믿었으니까.
“ 옆에 있지?”
캐롤라인의 묵직한 목소리에
로건은
뒤를 돌아봤다.
거기엔
샤워를 마치고 나와
촉촉한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감싼 크리스티나가 서있었다.
“ 네.”
“ 바꿔.”
스피커모듈이기에
따로
수화기는 없었다.
크리스티나는
통신기기 앞에 서서 통화버튼을 눌렀다.
“ 캐롤.”
“ Bitch.”
고운 말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도
많이 누그러진 목소리에
그녀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 미안해요. 캐롤.”
“ 미안해하지 마.
사과도 하지 마.
넌 그냥
평생 그렇게 살아.”
“ 그럴게요.
평생 사죄하면서 살게요.”
계속되는 폭언에도
별달리 대응하지 않았다.
왜?
진심으로 미안했기 때문이다.
케네스의 죽음은
자신의 책임이 맞다.
크리스티나는
진심으로 그리 믿었다.
“ 로건 바꿔.”
크리스티나가 물러나자
로건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 거래하는 겁니까? 캐롤.”
“ USB.”
“ 드리죠.”
“ 끊어.”
돌아서는 로건은
정말 미안하단 얼굴이다.
“ 미안해.
상의도 없이.”
“ 아니, 잘했어.
난 말할 용기가 없었거든.”
“ 그럼 다행이고.”
“ 그런데
한나는 괜찮을까?”
그녀의 우려에
로건은 피식 웃었다.
“ 캐롤라인 번을 몰라?”
“ 알아. 알지만...”
“ 기다려봐.”
40년이 넘는 세월을 사는 동안
그가 인정한 여자를
딱 세 명만 꼽으라면
첫째는
작은누나인 로잘린이요
둘째는
자신과 결혼한 키사키 에리
마지막 셋째는
남성이 지배하는 이 세계에서
당당히 한자리 차지한
캐롤라인 번이었다.
스타폭스
별을 잡아먹는 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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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급 대박은 좀 더 기다리셔도 될 겁니다..... | 22.09.13 21:2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