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을 태우고
강습상륙함에서 이륙한 헬리콥터는
갈라파고스 제도를 향해
날아가는 중이다.
아직은
공해상이라 상관없지만
아무런 통보 없이
에콰도르 영공에 진입하면 100% 문제가 생길 것이다.
헬리콥터 헤치를 열자
망망대해가 펼쳐졌다.
“ 내 연락을 기다려. 제임스.”
“ 알았다.”
제임스가 엄지를 추켜들자
신이치는
그대로
바다에 대기중이던
잠수함 위에 줄사닥다리를 이용해서 내려가고
얼마 뒤
에콰도르 근해의 잠수함 어뢰관을 헤엄쳐서 나온
신이치는
입고 있던 잠수복 지퍼를 내리고
곧
마치 007 골드핑거 처음 부분에 나온 것처럼
잠수복을 벗자
그 안에서
턱시도를 차려입은 제임스 본드마냥
휴양지를 찾은 관광객처럼
반바지와 하와이안 셔츠 차림이 나타났고
그리고
미리 준비한 샌들을 신고
산타크루스 섬 최대의 도시 푸요르토아요라의 길거리를 거닐었다.
그가 보기엔
도시가 아니라 읍내쯤 되지 않을까싶다.
다행이라면
남미관광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린삐끼(?)는 보이지 않았다.
부두 근처 백사장에 성행하는
오픈 바Bar 중
가장 화려한 간판을 내건 술집을 찾았다.
“ tequila.
(데킬라).”
신이치의
능숙한 에콰도르식 스페인어에
바텐더는
아무 의심 없이 술을 따랐다.
신이치는
20 US달러를 탁자에 올렸다.
“ Rafa sigue siendo el presidente? "
(라파가 아직 사장인가?)
바텐더는
신이치의 스페인어만큼 능숙한 손길로 지폐를 감추며
고개를 끄덕이는 걸 답했다.
이번엔
40달러를 꺼냈다.
“ Dónde podemos ir a Verlo? "
(어디로 가면 볼 수 있지?)
타짜의 손놀림보다 빠르게
40달러를 날름 챙긴
바텐더는
술집 뒤를 눈짓으로 가리켰다.
폐쇄적인 건물구조나
출입구를 지키는 덩치들을 보니
저 안에선
결코 밝고 따뜻한 일이 벌이지진 않을 것 같다.
남은 데킬라를 단숨에 들이켠
쿠도 신이치는
바텐더가 가리킨 술집 뒤편으로 걸음을 옮겼다.
입구를 지키는 덩치는
신이치의 위아래를 짧게 훑더니
앞을 막진 않았다.
아마
벗겨먹기 좋은
아시아인 관광객으로 판단했나보다.
산타크루스 섬에도
에콰도르 경찰이 있긴 했지만
본토와
약 1000km 떨어진 외딴섬의 치안은
결국
지역토착세력의 몫이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마주한 건
나름 구색을 갖춘 카지노와
복싱링을 개조한
무제한격투기경기
그리고
벗은 건지 입은 건지 모를
헐벗은 여자들이다.
도박, 폭력, 섹스
이 세 가지가 한 공간에 같이 있는 것도
참 보기 쉽지 않은데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다.
라스베이거스는
여기에 비하면
아주 점잖은 신사인 셈이다.
누구에거나 개방된
필드와 달리
제일 안쪽으로 들어가는 복도는
정문보다
더 험악하게 생긴 덩치들이 서 있었다.
신이치가
이쪽을 향해 걸어오자
덩치 중 한 명이
손바닥을 들어 막았다.
“ RegresAtrás.
(돌아가).”
다짜고짜 반말이다.
“ Dile a Rafa que Suho está aquí. "
(라파한테 수호가 왔다고 전해.)
인상을 구기던 덩치는
아시아인 소년의 입에서 튀어나온
에콰도르식 스페인어에
한 번 놀랐고
‘수호’란 말에
두 번 놀랐다.
얼굴은 몰라도 이름은 아는 걸까?
하긴
이제껏
그가 다룬 사건 중
중남미와 관련된 의뢰만
전체의 절반은 차지했으니까.
그 지독하다는 멕시코애들도
수호
아니
쿠도 신이치 앞에선 설설 기었다.
어디에나 있는
신이치의 정보원들과 협력자
그리고
델타나 실을 능가하는
백전노장급의 용병군단과
미래에서나 나올 최첨단 무기들
그리고
그런 모든 것들을 지휘하는
상상을 초월한
군사적 능력과
정치적 영향력.....
남미 내에서
쿠도 신이치의 명성은
거의 전쟁의 신 그 자체라고나 할까?
단순한 폭력조직이나
카르텔 따위는 상대도 되지 않았다.
“ Por aquí, por aquí. "
(이, 이쪽으로 오십시오.)
위압적으로 반말할 때는 언제고
냉큼 안내를 자처했다.
심지어는
상관에게 묻지도 않고
VVIP룸에 들인 것이다.
과연
복도 안쪽은
퇴폐와 향락의 끝판왕이었다.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불쾌한 향기와 신음이
귀와 코를 괴롭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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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쫄깃해지실 걸요? | 22.08.16 19:4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