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바이오 로이드로서, 그리고 주인님의 메이드로서 살아오면서 한가지 깨달은 사실이 있었어요. 모든것은 결국 흘러간다는것을요. 제 아무리 괴로운 일이라도, 그리고 즐거운 일이라도 결국 흐름대로 찾아오고 흘러간다는것을요.-
눈을 감은 체 얘기를 하던 콘스탄챠는 서서히 자신의 초록색 눈동자가 떠졌다. 입에는 역시 미소를 짓고 있었고.
-이미 도련님은 아시겠지만 주인님하고 저는 오래전부터, 도련님이 태어나시기 전부터 알고 지내오던 사이였죠. 그때만 해도 저는 다른건 필요없었다고 생각했어요. 오로지 주인님을 봉사하는것이야 말로 나의 행복이었고, 이 행복은 영원할거라 믿어왔었죠. 주인님이 마님이랑 맺어지기 전까지 말이죠."
콘스탄챠는 말을 이어가기전에 심호흡을 한번 하였다. 길고 긴 심호흡을, 마음을 진정 시키기 위함인듯.
-그래도 괜찮았어요. 바이오 로이드로 태어난 이상, 인간이신 주인님하고 맺어지는것은 오로지 불행만 가져다 주는것이란것을, 주인님도 자신만의 짝을 찾아야 한다는것을 잘 알고 있었고요. 그 아시잖아요. 바이오 로이드와 인간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어떻게 되는지. 그러다가...-
주머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면서 화면을 보여주었다. 갓태어난 아기의 모습이었다. 눈을 감은체 요람에 누워있는.
-네 맞아요. 도련님이 태어나셨죠. 주인님의 아들이신 도련님이 몇개월뒤 태어나신겁니다. 태어나시면서 주인님은 저에게 새로운 업무를 내주셨죠. 아들을 즉 도련님을 보살피라는것을 말이죠. 난생 처음으로 맡아본 육아라서 좀 혼란 스러웠지만 그래도 저는 기쁘게 받아들었죠. 다른 누구도 아닌 주인님의 아이를 보살핀다는 것을 말이죠. 바닐라도 이 시기즘에 고용되서 저를 보조하기 시작했고요.-
생각해보니, 아버지는 좀더 효율적인 육아를 위해 보속의 마리아를 고용해도 됬을텐데 콘스탄챠에게 나를 보살피는 업무를 맡아주셨다. 그래서 덕분에 부모님보다 콘스탄챠랑 지내는 시간이 많았었고.
단순히 서로 오래전 부터 알고 지내온 사이라서 그러신건가. 아니면...
-저는 기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불안했어요. 과연 내가 보모로서 역활을 제대로 할것인가. 도련님이 나를 따라주실까 무엇보다 나를 어떻게 보실까 등. 하지만 그 모든 의문은 그날 저에게 해주신 질문으로 인해 풀리게 되었습니다.-
콘스탄챠는 눈을 감은 뒤 한번 심호흡을 내 뱉었다. 그리고 그녀가 말한 다음 말이 내 마음의 정곡을 찔러버렸으니...
-엄마라고 불러도 되?-
쿵-하는 소리가 마음에 들려오면서, 모모 또한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화면속의 콘챠가 말한 단어가 계속해서 내 귓가로 맴돌면서.
-그때부터 저는 알수 있었어요. 마님보다 저를 좀더 친모로 보고 있었다는것을. 동시에 눈에 보이기 시작했어요. 도련님이 친모이신 마님을 가까이 가지 않고 오히려 피한다는것을 말이죠. 뭐라고 해야할까...마치 어린 아이가 괴물을 보고 겁을 먹어서 저에게 달려오는 느낌이었다랄까.-
...영상에 나온 그녀의 말대로였다. 어릴적부터 나는 콘스탄챠를 진정한 나의 엄마로 보고 있었고, 어머니는 가짜 엄마로 생각하고 있었다. 오죽하면 이런 생각을 했을까. 나의 친모는 콘스탄챠인데 아버지가 세상의 시선으로 인해 입을 다물고 있다는것을.
-도련님 그때 기억하죠? 저는 도련님의 엄마가 아니라고요. 절대로 그렇게 될수 없다는것을. 절대로 도련님과 모자관계가 될수 없고 도련님의 친모는 어디까지나 마님이라는것을 말이에요.-
말을 잇기전, 콘스탄챠는 고개를 숙였다.
-그때 그말 한거....이제서야 말하는거지만 용서를 구하고 싶어요. 아직 어리셨던 도련님에게 엄한 말을 해서 상처를 준것이 아닌가 하고 늘 마음에 걸렸었고요.-
콘스탄챠의 말에 나는 어릴적의 일을 천천히 기억했다. 그날도 어머니의 히스테릭으로 인해 집안 전체가 공포 그 자체로 휩쌓여서 콘스탄챠 곁으로 피했다. 안기면서 잠잠해질때까지 기다리다가 나는 콘스탄챠 품속에서 엉엉 울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콘스탄챠가 나의 엄마 하면 안되?
-하지만...시간이 지나갈수록 도련님의 외로움은 서서히 커져갔다는것을 알수 있었어요. 부모님이 서서히 집을 비우시는게 많아짐과 동시에, 도련님이 시간이 흐를수록 저하고 바닐라에게 의지하셔서 다른분들이랑 인간관계를 제대로 만들지 못해 혼자서 고립되시면 어떻하지 고민을 하는 와중에......모모 네가 나타난거야.-
언니가 자신의 이름을 불렀을때 모모의 양눈이 크게 떠졌다. 내 손을 잡고 있던 그녀의 갸날픈 손이 떨리는것이 느껴졌고.
-그전까지만 해도 도련님은 혼자 있는일이 많았고 우리 외에는 누구랑 얘기하는 모습이 거의 없으셨는데 네가 나타난 뒤로 바뀌어지시기 시작한거야. 늘 음울했던 얼굴에 웃음 빛을 띄우기 시작하셨고, 무릇 도련님 뿐만 아니라 폐쇄적이었던 집에 빛이 들어온듯한 느낌이었어. 마치 우리 네가 암흑으로만 가득찼던 집에 마법의 힘을 뿌린 느낌이었다고 해야할까? 난 그점을 지금도 감사해하고 있어.-
모모가 우리집으로 들어온 뒤 집안은 확실히 예전과 다른 분위기로 변하게 되었다. 늘 변함이 없던 집이 모모의 등장으로 하루 하루 정신 없는 나날들을 보내게 되었으니까.
요리를 잘 못해서 바닐라에게 혼나는 소리에서 부터 시작해서, 설겆이 하다가 접시 여러번 떨어뜨려서 바닐라가 접시 잡는 등...
어째 모모가 바닐라에게 혼나는 장면만 떠오른건지. 콘스탄챠에게서 배울때는 딱히 트러블이 없었고. (바닐라가 워낙에 까칠하긴 했다. 그래도 잘했을때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하지만 서서히 시간이 흐르면서 눈에 보였어요. 도련님하고 모모의 사이가 서서히 가까워 지고 있다는것을 말이죠. 둘이 붙어 있는 모습을 볼때마다 단순히 주종관계 이상의 모습을 보인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거든요. 처음에는 두사람의 관계를 막아야 하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나쁜 의미는 아니었어요. 바이오 로이드하고 인간하고 사귀게 되면 서로가 불행해지는것을.....-
잠시 동안 아무말도 없이 침묵을 지키던 콘스탄챠. 마음을 가다듬듯 몇초 동안 눈을 감은 뒤 다시 뜨면서 말을 이어갔다.
-...제가 여러번 봤기 때문이었죠. 전 단지 두 사람이 불행해지는것을 원치 않았을 뿐이에요. 하지만...저는 못했어요. 아니 정확히는 못하겠더라고요. 두 사람의 관계를 함부로 끼어들수가. 그것이 오히려 두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준다는것을 저 또 한 알고 있기 때문이었죠. 무엇보다.-
그녀의 입에 서서히 미소가 그려졌다. 콘스탄챠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가.
-저 또한 알수 있거든요. 저 대신 도련님을 행복하게 해줄수 있는 사람은 모모 너 밖에 없다는것을. 모모야 말로 도련님의 진정한 짝이라는것을 말이야. 두 사람이라면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누군가가 갈라놓으려고 해도 이겨낼거라는것을. 그런 의미로...제가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두사람을 위한. 거기 USB와 함께 놓여진 작은 선물을요.-
작은 선물이라길래 우리 두사람은 안에 놓여진 작은 반지 박스를 천천히 손으로 들어보았다. 몇초동안 나하고 모모는 뭐가 들었는지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언니 도대체 이건 왜..."
"뭘 준비한거야 콘스탄챠? 우리 두명을 위해서 라니?"
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반지 박스가 열려지면서...
-결혼 축하해요 두분.-
이라는 소리가 귀로 들어오면서 우리 두사람의 양눈이 크게 떠졌다. 그 안에는 순수 백금으로 만들어진, 다이아몬드가 박힌 반지 두개가 있었고.
"어..언니..."
제일 처음으로 반응한것이 모모였다. 모모의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눈물이 나오면서 우는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함인지 한손으로 입을 가렸다. 나 또한 역시 모모와 다를게 없었다.
말을 안했을뿐이지 양눈에 눈물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코맹맹함이 느껴지면서 마치 어린아이처럼 코를 훌쩍 하는 소리가 귀로 들어왔다.
"콘스탄챠...왜이렇게까지..."
이젠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정확히는 영상속에 있는 콘스탄챠를 향해 나는 작게 외치고 있었다. 마음속 깊이 올라오는 감정과 함께.
-두 분 굳이 저하고 주인님이 겪었던 일을 똑같이 겪지 않으셔도 됩니다.-
마치 내 질문이 들린 듯 콘스탄챠는 고개를 숙이면서 말하였고.
-주인님 또한 도련님이 자신과 다른 길로 걸어갔으면 좋겠다라고 저와 단둘이 있었을때 얘기하셨고요. 바이오 로이드라도 좋으니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단둘이서 살았으면 한다 라고 하셨습니다.-
"아버지가?"
그 엄격하신 아버지가 그렇게 말씀하셨다고? 여태까지 우리 두사람의 관계를 들키면은 아버지가 무조건 때놓을거 같아서 숨기고 있었는데.
-사랑하는 도련님 그리고 귀여운 여동생 모모양.-
콘스탄챠는 또다시 그녀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체 고개를 숙였다.
-두분은 이젠 자신만의 행복을 살았으면 합니다. 단순히 누군가의 후계자로서가 아닌, 누군가의 메이드로서가 아닌 자신만의 삶을 살았으면 해요. 부모들이 바라는것은 그저 자식의 행복이니까요. 저 또한 만약 두번째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디에선가, 어떤 세계에서든 나만의 행복을 위해 노력할테니까요. 도련님하고 모모도 노력하겠다고 약속해주세요.-
영상이 끝난 뒤 잠시동안의 침묵이 흐르면서 모모에게서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음속에서 눌러왔던것이 한꺼번에 그리고 한번에 쏟아 올라와서 인지 평소보다 배로 울고 있었고.
"언니...언니..."
울고 있는 모모를 보면서 나는 그녀를 꼭 안아주었다. 나도 모모에게 보이지 않았을뿐 역시 눈물을 흐르는것은 마찬가지였다. 콘스탄챠가 남긴 선물을 내 손에 꼭 쥐면서.
"모모..."
한참동안 울고 있는 모모가 어느정도 진정되자 나는 태양빛으로 인해 반지에 끼어진 다이아몬드가 빛나는 반지를 보여주었다.
"나랑 결혼해줘."
"....도련님."
"이젠 내가 너를 행복하게 해줄 차례이니까. 나의 아내가 되어줘."
말이 끝나면서 모모는 한손으로 눈물을 쓱 닦았다. 그리고는 왼손 가락지를 내밀면서...
".........네."
긴 대답이 아닌 짧디 짧은 하지만 무거운 의미가 담겨진 대답을 꺼내었다. 미소를 지으면서. 다이아가 껴진 백금 반지를 가락지 손가락에다 껴지면서 모모는 그대로 내 얼굴을 껴 안았다.
서로간의 입술을 맞춘 뒤 키스를 하면서.
깊고 깊은 키스를...
이때 한순간이었지만. 우리 두사람에게서 무언가가 보인 듯 했다. 콘스탄챠와 바닐라가 우리 두사람의 손을 잡는 모습을. 비록 말을 하지 않았지만 그리고 미소를 짓는 두 메이드의 모습에 무엇을 얘기 하려 했는지 알수 있었고.
축하해요 두사람.
"신혼여행...지금 떠날까."
모모의 손을 잡으면서, 모모 또한 내 손을 꼭 잡았다. 서로간의 맥박을 느끼면서.
"바다로 떠나자 약속한대로. 첫 신혼 여행으로."
"안그래도 물어볼 참이었어요 도련...아니..."
싱긋 미소를 지으면서 모모는 말하였다.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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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유언장 파트 끝냈네요. 원래 같으면 내용이 더 있지만 따로 분리해서 올리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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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사람이 남기고간 선물과 그로 인해 두사람의 결실이 맺어졌죠. | 23.06.13 11:2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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