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을 든 채 폐건물로 돌아와 보니 어느새 작업이 시작되고 있었다. 개조 브라우니들은 건물에서 빠져나가려고 하는 사람들의 머리에 구멍을 내주고 있었고 그 와중에...
파지지직! 하는 번개소리와 함께 강렬한 푸른 빛이 보이길래 시라유리는 천천히 그곳으로 걸어갔다.
"어디 갔다가 이제 와 시라유리?"
"그냥 여러 가지일 정도? 몇 가지 장애물이 있어서 조금 늦게 왔네요."
"조금이 아닌 거 같지만."
한 손에 크로우바를 든 트렌치코트를 입은 보라색 포니테일의 여성 앞에 마치 무언가에 버린 듯 미약한 불씨가 남겨진 그리고 전신에는 파란색의 전류가 흘러나오는 시체들이 쌓여 있었다.
"처리 작업은 잘 되어가고 있나요 니키 트레이시? 나갈 수 있는 통로도 막아놓았고요?"
"아아 아까 전 블랙아웃 한 뒤로 통로란 통로 다 막아 놓았어."
나를 보내줘! 살려줘! 나는 죽고 싶지 않아!
라는 소리가 반대쪽 문 쪽에서 쿵쿵거리는 소리와 함께 들려왔다.
"평소에는 자기 잘난 듯 보이더니 저렇게 보니까 궁지에 몰린 쥐새끼들 같네.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변한다더니."
"아무도 남기지 마세요."
수첩을 집어 넣은 뒤 니키라 불리우던 여성의 곁을 지나갔다. 미소를 띄우면서.
"오늘 여기에서 봤던 모든 것들을 다 지워야 합니다. 예외 없이 말이죠."
"거 참 차갑게 구는 것은 여전하네. 고맙다는 인사도 안 해주고."
"하는 성과에 따라 고맙다고 해주죠."
"네 네 알겠습니다."
시라유리가 곁을 지나가면서 잠시 뒤 뒤에서 문 여는 소리가 들려왔다. 살았다! 라는 외침과 함께 동시에 아까의 번개 소리가 다시 들려왔고.
퍼벅-퍽! 하는 무언가가 터지는 소리는 덤.
-여기는 에이미 레이져. 목표물을 생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대기하세요.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비명과 총소리를 들으면서 천천히 걸어가던 시라유리는 어느 방문으로 들어왔다. VIP 전용 객실 방이라는 듯 화려한 벽지와 고급스러운 침대와 화장품 세트가 놓여 있던 방안에는 그녀의 동료이자 같은 080 요원인 에이미 레이져가 있었다.
"우웁! 웁!"
"이거 오랜만이군요 학생회장 나으리?"
레이져의 발밑에는 금발로 염색한 검은색 머리카락의 여성이 포박되어 있었고. 비명조차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입은 청색 테이프로 감싸져 있었고.
"왜 말이 없으신가요? 너무 반가워서 할 말을 잃었나요?"
"우우우우! 우우웁!"
"아 맞다."
치익! 하고 시라유리는 그대로 테이프를 뗐다. 입을 찢게 할 기세로.
"미안해요. 제가 깜빡했네요."
"이 ㄱ 같은…. 넌 여기에 왜 있어!?"
퉤-하고 시라유리의 얼굴에 침이 묻어졌다. 구역질 나는 냄새를 맡으면서 한 팔로 얼굴에 묻은 침을 시라유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닦았고.
"ㅅㅂ! 너 대체 원하는 게 뭐야!? 자칭 마법 소녀 계집 쇼를 방해한 것이 바로 네 녀석이었어!? 세뇌 풀어버린 것도!?"
"거기까지는 알 필요 없어."
한참 동안 소리 지르든 학생회장이라 불리든 여성은 순간 굳어버렸다. 존댓말이 아닌 반말이 나온 것도 있지만, 표정이 그녀를 얼어붙게 만든 것이었다.
감정이 없는, 하지만 동시에 먹이를 내려보는 듯한 맹수의 표정.
"지금 중요한 것은 네년이 한 짓이겠지. 블랙 리버에게 한 행동을."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뭐 했다고!? 내가-"
"블랙 리버 고위직에게 뇌물 먹인 뒤 얻은 데이터를 삼안에게 넘긴 것은?"
시라유리는 에이미가 건네준 검은 서류 가방을 그대로 던져 주었다. 그 안에는 지폐들이 가득 채워져 있었고.
"참으로 대담하더라? 블랙 리버 소속 직원들을 돈이나 혹은 몸 그 외에 온갖 뇌물들로 회수해서 거기에서 얻은 자료 및 기밀문서들을 삼안에 넘기고 있었더군? 왜 인가해서 집안 조사해 보았는데, 가족들에게 후계자로 임명받지 않아서 어떻게든 발악해서 삼안 회장에게 인정받으려고 하였고. 그래야 더 높은 자리에 올라올 수 있으니까."
"네년이 뭘 알아!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기나 해!? 지금의 자리! 지금의 부! 이 모든 것을 지키기 위해 내 몸까지 팔아야 했다고 이 썩을 년 아! 그때 호텔 주인 아들 하고 마법 소녀년 때문에 아빠는 아예 나를 후계자 자리에서 밀쳐냈지! 친딸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 선택했단 말이야! 그 모욕 얼마나-"
"그건 네 사정이고."
시라유리는 핸드폰을 꺼내서 동영상을 켰는데, 그 안에는 호위용 바이오로이드들을 비롯해 학생회장의 가족과 친인척들이 하나 같이 몰살당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한 명씩 한 명씩, 개조된 브라우니들이 쏜 라이플에 벌집이 되면서 화려했던 집안 또한 서서히 아수라장이 되어가고 있었고.
"뭐…. 뭐 하는 거야 대체....?"
"뭐하긴 쓰레기 처리하는 중이지."
"무슨 짓을 한 거야!"
여자는 방 밖까지 들릴 정도로 큰 소리를 질렀다. 어찌나 크게 질렀는지 가만히 있던 레이져도 한쪽눈이 찔끔할 정도로.
"무슨 짓이야 대체! 내 가족들을 누가 죽이라고 했어! 네가 뭔데 이 하찮은 것아!?"
"가족을 죽인 건 그쪽일 텐데? 자칭 회장 나리가 바보짓 거하게 해서 이런 재앙을 불러온 것이라고."
한심해도 너무 한심했다. 선배님은 그래도 성장하기라도 했지 저 여자애는 전혀 변하지도 않았다. 뭔가 어른이 되기를 거부한 몸만 큰 어린애로 보이기도 했고.
"더 이상 들을 이유도 가치도 없네요. 이 쓰레기를 블랙 리버 본사로 당장 전송시켜 주세요."
"말 안 해도 그럴 참이었습니다. 시끄러워서 귀가 아플 지경이었는데."
"잠깐 내 얘기 안 끝났어! 야! 야아아아--!"
쿵!
에이미 레이져에게 끌려가면서 문이 닫혔다. 여전히 시끄러운 방밖 소리를 들으면서 지친 몸을 쉬기 위해 침대에 앉는 동시에 귀에서 통신이 들려왔다.
-여어! 첩보요원 아가씨!-
"아까부터 왜 이리 조용하나 했군요. 무슨 일입니까.-
-별거 없네. 감사의 인사를 전해 드리려고 왔지. 자네의 협조 덕분에 매지컬 모모 새로운 에피소드의 영감이 파바바박! 떠올라서 말일세!-
"아까 전 모모 양에게 스태프하고 날개를 떨어뜨린 것도 그쪽이었나 보군요."
-로맨틱한 장면 아닌가! 마법의 신님을 매직 젠틀맨하고 같이 기도한 순간 정말로 마법이 내려진 장면! 이런 장면을 찍을 기회가 많이 없지!-
껄껄껄껄-하는 노년의 남자가 웃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라유리는 무표정을 지은 체 가만히 앉아 있었고.
"알다 싶이 블랙리버하고 덴센츠하고 적대관계라는것은 알고 있을 텐데? 자칫 하다가는 저희가 든 칼을 그쪽으로 돌릴 수 있고요."
-걱정하지 말게! 걱정하지 말게! 이 일은 말일세 김지석 회장님에게서 허락을 미리 받고 하는 거니까! 자네도 알잖나 덴센츠 좌우명이! 실제보다 더 실제같이! 명장면을 찍기 위해서라면 이런 위험한 일도 마다하지 말아야지!-
이 인간 정말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어. 이번 임무를 받으면서 몇 가지 추가 임무를 받았는데, 바로 다른 누구도 아닌 덴센츠사에서 의뢰를 넣은 것이다. 의뢰를 수행해 주는 댓가로 선배님의 모모 또한 잡혀있다는 것을 알려주면서 위치를 알려주었고. (물론 그거 말고 다른 의뢰비도 주긴 했지만)
-앞으로도 자네의 활약! 기대하겠네! 혹시라도 요원 그만두고 마법 소녀가 되고 싶으면 언제든지 덴세츠에게 연락하고! 나 자네를 예전부터 눈여겨보고 있었거든!-
"필요 없습니다. 그런 것은 관심 없고요. 요시미츠 회장."
딸각-하는 소리와 함께 통신을 끊어버린 시라유리는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어쩌다가 오타쿠 늙은이하고 엮이게 된 건지. 일단 윗선에서 내주는 임무라 어쩔 수 없이 수행해야 했고….
뭐 덕분에 C구역에 선배님과 모모양 또한 잡혀 있다는것을 알게 되면서, 이번 실험은 꽤 만족 스러운 결과가 나오게 되었고.
"누구씨 처럼 베어 허그 당하지 않은 것은 감사히 여겨야겠구먼. 그것만은 싫었는데."
시라유리는 한손에 활을 쥔 체 레이져하고 여자가 나간 문을 향해 걸어갔다. 걷다가 그녀는 스마트폰을 열었는데, 바로 선배하고 자신이 학창 시절 때 단둘이 찍은 사진이었다.
"선배님 곁에 모모양이 없었으면..."
스마트 폰을 끈 뒤 문을 열면서 그녀에게서 한숨이 푹 쉬어졌다. 왠지 모를 씁쓸함이 담겨 있었고.
"그 자리를 제가 대신 차지 할 수 있었을까요? 태철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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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편 시작입니다. 이렇게 하나씩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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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상 2차 연합 대전 초기가 배경입니다. 그러니까 시작된지 몇개월? 반년 정도 지났고요. 아무리 초기라지만 (그리고 내용 떡밥 회수를 위해) 요시미츠 회장이 끼어 들었다 라는 설정이 엄청 무리수가 아닐까 하지만.... | 23.06.02 18:4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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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편입될거 아니라면야 2차 창작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부분이 설정보다 더 중요하죠ㅎㅎ 슬슬 캐릭들 결말이 나오겠네요. | 23.06.02 19:0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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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창조자가 자신의 창조물에게 마법의 힘을 준격. | 23.06.05 13:1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