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동안 걷고 또 걸어갔다.
바닐라 언니는 걷는것이 가능했지만, 많이 쇠약해진 상태라 그런지 제대로 걷지 못해 중간에 내 부추김을 받아야 했다.
"언니..."
"고마워요...모모양..."
"괜찮아 바닐라? 좀 쉬었다 갈까."
"아니요. 계속 가요."
언니의 현재 몰골처럼 분명히 많이 고통 스러우실텐데 내색 조차 않하셨다. 언니는 그러고보니 평소에도 강한 모습을 보이시려고 애 쓰셨지. 아무리 도련님이시라도 약한 모습을 보이시는것을 허용하지 않으셨고.
"정안된다면...저를 그냥 두고 가셔도 됩니다. 괜히 저 하나 때문에 모두의 발목을 잡을수가..."
"그말 하지 마 바닐라."
방금 건에 심기를 건드리셨는지 도련님은 굳은 표정으로 언니에게 고개를 돌리셨다.
"아무리 그래도 내 가족을 더이상 잃을수 없어."
"그래도..."
"정말로 나를 위해서라면 같이 살아 돌아갈 방법을 생각해. 더이상 내 앞에서 나를 두고 가지 말라고 하지말고. 알았어?"
어느정도 거칠게 말하시는 도련님 때문에 언니는 아무말도 없으셨다. 그때 상황을 기억해보면 도련님 역시 내색하지 않았을뿐이지 마음은 혼란 그 자체였을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콘스탄챠 언니가 돌아가셨으니. 마지막 작별인사도 못한체.
내가 처음으로 도련님에게서 거둬 지신 뒤 가장 많이 보이는것중 하나가 도련님이 콘스탄챠 언니랑 같이 있는 장면이었다. 콘스탄챠 언니도 도련님이랑 같이 계실때가 좋으신 듯 단둘이 계실때 서로가 화목한 모습을 보이셨고.
기분 탓인지 모르지만 누가 보면 다정한 사이의 엄마와 아들? 그런 분위기가 두사람에게서 감돌고 있었다. 친모인 마님보다 더욱 더. (아니 정확히는 그 친모를 도련님이 피했다고 해야 하려나?)
바닐라 언니랑도 친하긴 하셨지만 까칠하신 언니보다 늘 상냥하신 콘스탄챠 언니랑 더 친하셨다. 오죽하면 바닐라 언니가 나에게 언제 한번 "내가 너무 도련님에게 까칠했나" 라고 아쉬움을 표현하셨고.
"제 등에 올라 타십시오."
"아무리 그래도 라인씨에게..."
"사람 한명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태울수 있습니다. 게다가 저 생각보다 튼튼하니 염려 마시길."
한참동안 바라보고 계셨던 바닐라 언니는, 큰 숨과 함께 아저씨의 등뒤에 올라타셨다.
"죄송해요 라인씨. 민폐를 드리는게 아닌가 하는데."
"저는 AGS라 아무렇지도 않으니 걱정마십시오."
걷던 도중 아저씨는 고개를 돌려 보라색 눈빛으로 언니를 바라보았다. 비록 AGS라 표정 변화가 없으셨지만 그의 목소리에서 상냥함이 묻어나 있었다. 마치 언니를 배려하기 위함인듯.
"평소에 저를 정비 하시느냐 수고가 많으셨는데 이정도 보답은 당연한것이죠."
"알긴 아시는군요."
언니는 엎드린체로 라인 타이거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다 턱을 긁기 시작했다. 고양이 턱 긁으듯.
"뒷마당 고양이가 엄청나게 커서 저나 언니도 매우 고생했죠. 특히 저희는 메이드지 기술자가 아니라서 더욱 더 힘들었고요."
"뭐라고 사죄해야할지. 두분이 고생한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됬네요 큰 고양이.
하아-하는 깊은 한숨 소리를 내 뱉은 뒤 그대로 등위에 얼굴을 기대시는 언니가 보이셨따. 아저씨의 차가운 금속의 감각이 편했는지 싱긋 미소를 지었고.
"오자마자 정비 팍팍 해줄테니까요. 기름칠도 반질 반질하게요."
"아하하 그거 참 기대 되는군요. 그전에 치료를 받으셔야 겠고요. 그래야 기름칠 하시든가 뭐 하시든가 하죠."
아저씨와의 만담이 즐거웠는지 언니에게서 웃는 소리가 들려오셨다. 생각해보니 언니가 아저씨를 제일 많이 정비 하셨던 분이긴 하셨다. 그 덕분인지 가장 아저씨랑 친하셨던분이 바로 바닐라 언니셨고.
한참동안 걷던 도중 도련님이 중간에 주저 앉으셨다. 우욱-하는 구역질 하는 소리 와 함께 나하고 시라유리씨가 다가가 도련님을 부추기셨고. (바닐라 언니도 가려 했지만, 언니는 아저씨 등에서 쉬라고 해서 가만히 계셨다.)
"도련님!"
"선배, 괜찮으시나요?"
"괜찮...우욱...!"
참다 못하신 도련님은 그대로 모든것을 개워내시기 시작 하셨다. 이 광경을 보시던 라인 타이거 아저씨도 바닐라 언니를 태운체 가까이 다가오셨고, 간신히 진정 되시자 나는 도련님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도련님..."
"그 많은것을 한번에 보셨으니,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으시는것이 더 이상한거겠죠."
"괜찮다니까."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시는 도련님은 한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셨다. 마치 표정을 모두에게 보여줄수 없으시다는 듯. 지금 함부로 말 걸었다가는 간신히 버티는 받침대가 그대로 무너질거 같은 느낌이 들어서 뭐라고 위로를 해야할지 몰랐다.
"...태철 도련님..."
라인 타이거 등뒤에 올라타시던 바닐라 언니도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신 체 가만히 계셨다. 평소 같으셨으면 잔소리를 먼저 꺼내셨겠지만, 이번만큼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것은 언니 스스로도 알았는지 고개를 내린 체 진정 되기만을 기다리셨다.
"모모양."
걷던 도중 시라유리씨가 말을 거셨다. 여전히 미소 한점 없는 얼굴로 수첩과 활을 드신 체.
"지금 기분이 어떠신가요?"
"네? 기분요?"
"혹시 어지럽거나 쓰러질거 같은 기분 그런거 드시나요? 아까보다 뭔가 팔팔한 느낌이어서."
"그러고보니..."
이마에 손을 얹어보았다. 열도 아까보다 많이 가라 앉은 상태였고 아까전 처럼 의식을 잃어버릴거 같은 기분 또한 많이 사라졌다. 피로도 뭔가 많이 가신듯한 느낌도 들고.
"많이 가벼워진 느낌? 어지러운 기분도 많이 사라졌고요."
"대충 언제부터 그랬다고 생각하시나요? 아까까지만 해도 거의 죽을 상이었더만."
"음...바닐라 언니하고 재회 한 뒤로? 너무 놀라가지고 잠이 깨질 정도였어요."
"그렇군요."
물끄러미 나를 쳐다 보신 뒤 시라유리씨는 두번 눈을 깜빡 이신 뒤 다시 갈길을 걸어가셨다. 뭐였지 방금? 뭔가 묘한 분위기가 느껴졌지만 시라유리씨야 원래 그러시는 분이니 그냥 넘어가려고 할떄쯤...
"근데 이거 좀 이상하군요. 왜이리 조용한걸까요."
"뭐가 시라유리?"
"정보에 따르면 이 길은 서버 관리실로 향하는 곳입니다. C구역의 세뇌된 바이오로이드들을 통제할수 있는 중요한 장소에 플론 한대 조차도 놓지 않는다니. 조금 상식 밖이군요. 아무리 전력을 차단 시켜서 혼란 스럽게 만들었는데도 말이죠."
"통제가 가능해서 배신할 염려가 없으니까 굳이 경비병을 놓지 않는것이 아닐까요?"
"세뇌 장치가 달렸어도 멀쩡히 돌아다니는 누구씨도 있습니다만?"
"...에?"
라고 쿡쿡하는 웃는 소리를 내 뱉으시면서 어느 덧 우리는 길고 긴 검은 복도를 걸어와 어느 거대한 문 앞에 도착했다. 아까전 우리안으로 들어가는 문 처럼 뭔가 폐쇄적인 분위기를 내 뿜는거와 달리 중요한 시설이라고 대놓고 말하듯, 깔끔한 분위기의 문이 달려져 있었다.
"도착했네요. 저기 서버실에."
"여기가 모모의 세뇌를 완전히 풀수 있는곳이군요."
"단순히 모모뿐만 아니라 다른 바이오 로이드들의 세뇌 장치를 무력화 할수 있는곳이긴 하죠. 뭐 이론적으로 말이죠."
끼익 하고 문을 열어보니 온갖 색을 내 뿜는 기계들이 우리들을 반겨주었다. 띠리리-하는 들려오는 기계음이 이곳은 중요한곳이라고 간접적으로 말해주고 있었다.
"전력 차단임에도 여긴 돌아가는군요."
"당연하죠 호랑이 신사분. 이 기회를 틈타 도주하려는 바이오 로이드들을 방지 하기 위해 여기만큼은 계속 돌아가게끔 비상 전력이라도 돌리고 그러거든요."
"잠깐. 그렇다는것은 저까지 이미 빠져나갔다는것을 이미 알고 있는건가요? 그래서 저를 쫒아오고..."
"양산형 메이드 바이오로이드는 다행히 우선 순위 밖이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아마도요."
"...방금 아마도 라고 하셨습니까?"
찡그린 체 말하시는 바닐라 언니를 보아 어느정도 기운을 차리신듯 하셨다. 정확히는 언니 성격상 약한 모습을 감추시려는거겠지만 그래도 저정도면 많이 호전된거나 다름없으니까. 약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시라유리씨는 재미있었는지 쿡쿡-하고 웃음을 내 뱉었고.
한참동안 걷던 우리 일행은 어느덧 커다란 모니터가 있는 곳에 와가지고 시라유리씨는 키보드를 만지작 거리기 시작하셨다. 그뒤 주머니 속에서 USB 를 꺼내 신뒤 그대로 껴 놓으셨고.
"모모양 지금도 멀쩡하시나요?"
"음...지금도 딱히 문제 되거나 그런거 없는데."
"흐음..."
한참동안 바라보시다가...
"아무래도 마법의 주문이 제대로 먹혔나 보군요. 그것도 한방에 말이죠."
"신경쓰였는데 네가 말한 그 마법의 주문이 뭐야?"
한참동안 아무말도 없으셨던 도련님은 시라유리씨에게 다가가셨다.
"아까전부터 신경 쓰였는데 너 어떻게 이런것들을 다 잘알고 있어? 마치 여기에 있는 모든 비밀을 다 알고 있다는 듯 말이야."
"후후후..."
"지금 웃음이 나올때야? 나 지금 이렇게 진지한데."
"먼저 마법의 주문에 대해 대답해 드릴게 그럼.
시라유리씨는 알수 없는 미소를 지으시면서 도련님에게 다가가셨다. 얼굴이 서로 맞댈거 같은 거리로.
"선배님이 아까 모모양에게 잡혔을때 뭐라고 하셨는지 기억 나시나요?"
"...나?"
"네. 한번 기억해보세요. 그때 도련님이 말하신 단어가 모모양을 살린거나 다름 없으니까요."
-------------------------------------------------------------------------------------------------------------------
시라유리가 말한 그 마법의 단어가 무엇일지는 한번 저번화를 보시고 오시길.
휴일날에는 어째 평소보다 글이 잘 안써지네요...질질 끄는 느낌도 들고.
(IP보기클릭)58.227.***.***
(IP보기클릭)72.136.***.***
사실 셍각해놓은 전개가 있긴 한데 막상 쓰려고 하니까 뭔가 난해해지고 내용 전개가 뒤죽 박죽된듯한 느낌이 드네요. 내가 너무 많은것을 넣었나 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 23.05.23 19:20 | |
(IP보기클릭)222.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