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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소설]괴담) 여왕님과의 거리는 곧 가까워 진다

처음 지각했을 땐 차가 밀려서라고 생각했다. 

두 번째 지각했을 땐 내가 개을러져 졌다고 여겼다. 

세 번째, 네 번째 지각 했을 때도 이유를 찾지 못했다. 


이것은 내 경험담이자 경고다. 당신도 언젠가 이렇게 되어버릴 것이다. 분명. 


[잠시후 좌회전입니다.]

[전방 200m앞 과속방지턱이 있습니다.] 


항상 다니던 출근길인데도, 지각을 자주하니 네비게이션을 주의깊게 듣고 있었다. 


지각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인지, 출근이라는 일이 문제인 것인지 머리가 아팠다. 


한 시간 일찍 출발 하고, 잠도 8시간은 잤다. 머리가 아픈 것만 빼면 컨디션은 최상이었다. 


그럼에도 지각을 했다. 돌아야 할 코너를 놓치거나, 어느순간 속도가 빨라져 다시 속도를 늦추거나, 직진차로인데 코너를 돌려고 하거나... 


문제는 어린이 보호구역 같은 곳을 지나칠 때도 내가 그런단 것이었다. 


일찍 출발해서 다행이지, 하마터면 큰 사고를 낼뻔했다. 


내가 무서워져 차를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지각도 나아졌다. 


그러나 정류장을 놓친다거나, 버스에서 내리고 좌측으로 가야하는데, 오른쪽으로 간다거나 하는 사소한 실수가 있어, 지각을 완전히 고치지는 못했다. 


항상 화내던 상사도 점점 걱정하는 표정으로 나를 보게 되고, 직장동료의 권유로 병원을 찾아갔다. 


그러나 어느 병원에서도 이상을 찾을 수 없었다. 모두가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는 말만 했다. 


그러다 어느 뇌전문 대학교 교수를 소개받아 찾아가게 되었다. 


"오른 손을 들어보시겠어요?"

"숫자를 1부터 10까지 세보시겠어요?"

"여기 문제를 풀어보세요."

"이 컵을 저기 파티션 뒤에 놓아주시겠어요?" 


문제는 (234 - 116) 같이 쉬운 문제들 뿐이었다. 모두 초등학생, 아니 유치원생이나 풀 법한 문제들이니 거릴낄 것 없었다. 


교수라고 하니 ct같은 것으로 검사하는 줄 알았는데 실망했다. 실망한 마음과 별개로 교수가 요구 하는 것은 성실하게 수행했다. 


"흐음..." 


교수는 날 의자에 앉혀두고 한참을 고민했다. 당연하다. 이런 검사로 뭘 알 수는 없을 것이다. 만약 이런 것에 문제가 발견 된다면, 내 지능이 원숭이 수준이란 걸 증명하는 것 밖에 없을 것이다. 


"방향 감각이 약간 저하 되어 있는 것 말고는 다른 문제가 없네요. 좌우 구분에 문제도 없고, 거리 감각도 문제가 없고." 


교수는 컴퓨터를 두드리더니, 또 무언갈 출력했다. 


"이번엔 이걸 풀어 보시겠어요?" 


이번엔 중학교 정도의 문제였다. 공부한지 오래 되었지만, 원지름 구하는 공식 같은 건 다행히 기억하고 있어, 어렵지 않게 풀 수 있었다. 


"왜 못풀고 계시죠?" 


"네?" 


요새 중학교 수준도 올라갔다고 생각하는 와중에, 교수가 뜬금없이 말을 걸었다. 


"그 문제요. 문제가 잘못됐나요?" 


"아니요? 문제 없습니다." 


[기차는 240 km/h로 A역에서 B역 까지 10분이 걸립니다. A역에서 사는 철수는 자전거로 B역 까지 가려고 합니다. 철수의 자전거 속도가 40 km/h라면 철수가 B역까지 가는데 몇 분이 걸립니까?] 


단순한 문제였다.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다. 


"벌써 10분째 그 문제를 들여다 보고 계시네요." 


"네? 제가요?" 


"흐음... 이걸로 풀어 보시겠어요?" 


교수는 이면지에 문제를 단순화 시켜 주었다. 


오로지 숫자 뿐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펜을 쥐고 있기만 할뿐 답을 적지 못했다. 


땀이 흐르고 목이 말랐다. 교수의 눈이 나를 돌고래 보는듯 했다. 


"그럼 이러면 어때요?" 


교수가 펜으로 km/h를 검게 지웠다. 그 순간 탁했던 머리가 맑아지고, 답이 바로 보였다. 


"일어서서 뒤로 10m 가보시겠어요?" 


교수의 말대로 하자, 교수는 미소지었다. 


"10피트 만큼 가셨네요?" 


"네? 제가 그랬나요?" 


교수는 미소지은 얼굴 그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은 혼란 스러우실 테지만, 곧 적응하실 거에요. 여기 처방전이에요." 


교수가 준 처방전이란, 메모지에 어떤 사이트 주소였다. 


"네비랑 체중계 부터 바꾸시면 되요. 한국에서 살면 어쩔 수 없이 직구해야만 하죠." 


"무슨말인지 잘..." 


"열심히 세금 벌어야죠." 


"아. 아..." 


그제서야 나는 교수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되었다. 그리고 내가 혼란 스러웠던 원인, 지각했던 원인 모두. 


이제는 나를 받아들였다. 지각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 열심히 일하며, 잠도 푹 잘수 있도록 노력한다. 



우리는 미터니 키로그램이니 하는 단위를 눈으로만 보지 입으로는 내지 않는다. 한번 자신의 키와 몸무게를 입밖으로 내 보자. 


키로그램과 센티미터가 익숙한가 피트와 파운드가 자연스러운가. 


만약 피트와 파운드가 자연스럽게 느껴진다면, 당신은 늦은 것이다. 


키로그램과 센티미터가 자연스럽다면, 곧 나와 같은 혼란을 겪을 것이다. 


이 글은 당신에게 보내는 경고다. 미리 마일로 표기해주는 네비와 파운드로 표시해 주는 체중계 등을 구비해야 한다. 

그래야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이 성실한 납세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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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의 소설이 국민단이 만약 야드파운드를 쓰는 극단적 상황을 상정했다면(하지만 극단적 상황 이라는 걸 다들 모르시는 것 같아요 ㅠ),

이번에는 괴담컨셉을 잡았습니다. scp 분위기를 잡고 싶지만, 많이 읽진 않아서, 그 특유의 분위기를 따라할 순 없었네요.

여왕님께서 카페에 답글로 명작이라고 칭찬해 주셔서, 기쁜 마음에 한편 더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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