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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소설]야드파운드를 쓰는 이유

-야드 파운드를 쓰는 이유-

[내 몸무게는 77파운드에요.]

갑자기 딸에게 이런 황당한 소릴 들었다. 솔직히 그땐 황당하단 감정이 들지 않았다.

날 곤란하게 하려는 가벼운 장난 정도로 생각했다.

킬로그램으로 바꿔 적으려니 곤란하긴 했지만, 핸드폰이 있으니 바꾸는 게 어렵진 않았다.

다만 장난이 하루 이틀로는 끝나지 않았다. 급기야는 딸이 파운드로 말하면 자동으로 킬로그램이나 센치로 바꿀 정도가 되어버렸다.

내가 곤란해 하는 표정을 보며 웃는 모습을 보니, 나중엔 일부러 당황하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항상 같은 방송이 틀어져 있기에, 딸이 갑자기 왜 단위를 바꿔부르는 지는 알고 있었다.

[밀수! 치즈 충전 안해 놨어요? 빨리 늦으면 들킨단 말야.]
[나도 다음에 태어나면 여왕할까?]

너는 지금도 공주라고, 전생에 넌 공주였고 난 시녀여서 지금도 수발 드는 거라고 농담도 했었다.

그 방송을 보며 슬퍼하는 표정을 본 적은 한 번 밖에 없었다. 그건 내 잘못이었다. 못키우는 데 강아지를 키우고 싶냐는 질문을 해서는 안되었다.

딸은 작은 화면 안에 사람이 웃고 눈물 흘리고, 게임 하는 것을 보며, 자신을 대입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니 단위를 바꿔 불러도 이상하지 않았다.

동경 하고 있을테니까.

화면 속 그 사람은 딸의 아이돌 이니까.

다른 이유가 있을 줄은 몰랐다.

[25000피트 7.6킬로미터 뭐가 더 가까워 보여요?]

[글쎄... 킬로미터?]

[으음... 이러면 안되는데. 피트 위에 뭐가 있어요?]

[야드랑 마일이 있지.]

[그러면 25000피트를 마일로 바꾸면 어떻게 되요?]

[어... 잠깐만. 4.734어쩌구 마일이네.]

[7.6킬로미터 보단 4마일이 가까워 보이죠?]

딸의 강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일로 바꾸면 생각보다 하늘이 가깝다. 그쵸?]

[그러네.]

그런 대화를 나눴었다.

내 키를 피트로 바꾸면 5피트 8인치가 되어 작게 느껴지고, 내 몸무게를 바꾸면 123파운드가 되어 크게 느껴진다.

조금 더 건강하게 들린다.

이제 나도 야드 파운드를 쓰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별과의 거리는 광년이라는 더 짧아 보이는 단위가 있으니까 야드 파운드를 쓸필요는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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