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의 레퀴엠, KV 626.
이번주 뭐든지 아는 리노아 에서 모차르트의 의문사에 대해 다루었었죠.
이 글은 그의 죽음에 대한 서울대 법의학교실 유성호 교수님의 의학적 해석을 리노비가 정리한 글입니다.
1. 모차르트의 사인에 대한 당대의 진단.
모차르트의 사인에 대한 당대의 기록은 '슈테판 대성당 사망자 기록부'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해당 문서에서는 모차르트의 사망 원인을 '급성 속립진열' 이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것은 한번 더 필터링 해서 봐야 하는데, 리노아님께서 방송에서도 말씀하셨듯이, 이것은 당대의 의학지식의 한계로 인해 정확한 진단명이 아닌 눈에 보이는 증상만을 기록한 것에 가깝습니다. 애초에 급성 속립진열이라는 말도 발진과 발열이 있다는 말인지라, 현대의학으로는 추가 검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더 밝혀내야 할 증상(Symptom)일 뿐이죠.
2. 모차르트의 사망 전 증상.
모차르트가 사망 전 보인 증상을 기록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손, 발, 전신의 부종.
② 복통
③ 발한, 발열
④ 경련
⑤ 갈색 객담이 섞인 기침.
3. 증상의 해석.
유성호 교수님은 이 중 ①부종과 ⑤갈색 객담 이라는 증상에 포인트를 둡니다.
① 부종이라는 증세는 몸 안의 물이 고여서 해당 부위가 붓는 것입니다.이것은 크게 염증성과 비염증성으로 나뉘는데, 이 중 전신성 부종으로 이어지는 것은 비염증성 부종의 증상입니다. (염증성 부종은 해당 부위만 붓고 말테니까요)
따라서 비염증성 부종의 원인을 추적해 보면, 체내의 체액이 원활히 순환되지 않아 정체되는 것 입니다. 이 때 원인이 되는 장기는 심장, 간, 신장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간이나 신장에서 대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체액을 빠르게 정리해 주지 못하거나, 심장의 운동이 제대로 되지 않아 체액을 빠르게 순환시키지 못하는 것이죠.
⑤갈색 객담 이라는 증세는 가래에 피가 섞였다는 것입니다. 좀 더 정확히는 폐포의 손상을 의미할 확률이 큽니다. 갈색이라는 것은 출혈한지 오래 된 혈액을 뜻하고, 그렇다는 것은 폐 속 깊숙한 곳에서 나왔을 테니까요.
이 두가지 증상을 합치면, 로직!
울혈성 심부전이라는 진단에 근접하게 됩니다.
폐포의 손상과 심부전이 무슨 상관인지 의아하실 수 있습니다. 그에 대해 짧게 설명 드리면, 폐와 심장은 폐동맥과 폐정맥, 즉 전용 노선을 이용해 순환이 이루어집니다. 이 때 심장의 문제로 인해 폐정맥 (폐 to 심장)의 순환이 정체되면, 그에 연결된 폐정맥~모세혈관~폐동맥 의 혈류가 모두 정체되게 됩니다. 원래는 폐포와 혈관사이에 빠르게 기체교환만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렇게 혈류가 정체되면 폐포쪽으로 가해지는 수압이 높아지고, 혈관의 체액이 폐포쪽으로 차오르게 되죠. 이 현상이 오래 지속되면 폐포가 손상되게 됩니다.
4. 울혈성 심부전의 원인
모차르트의 사망 전 증상이 심장 문제로 인한 울혈성 심부전을 시사한다면, 그의 심장이 손상된 원인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유성호 교수님은 모차르트가 어릴 적 앓았던 성홍열에서 그 원인을 찾습니다.
모차르트는 어린 나이에 유럽 전역을 돌아다녔고, 이러한 강행군에 어릴 적부터 많은 감염성 질환에 노출되었습니다. 이 중 성홍열(Scarlet Fever)이라는 병은 연쇄상구균 (Streptococcus)에 의해 발생하는데, 현대에서는 항생제로 간단히 대응 가능하지만, 1700년대에는 항생제가 없었죠.
이 성홍열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류머티스열 (Rheumatic Fever)가 발생하는데, 이는 세균을 공격하도록 만들어진 우리 몸의 항체가, 세균 대신 심장 판막(혈액의 역류를 막는 구조)을 공격하고, 이로 인해 심장에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5. 결론
유성호 교수님은 위와 같은 이유를 들어 모차르트의 사인을 연쇄상구균으로 인한 류머티스 심장질환에 기인한 울혈성 심부전과 감염성 심내막염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물론 이 또한 모차르트를 직접 검시한 것이 아닌, 기록으로 남은 증상과 병력만으로 추정하는 것이라 정확한 판단은 아니겠습니다만, 상당히 설득력 있게 느껴져서 소개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