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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만 아는 리노비! ~② 온열질환~

입추가 지났는데도 더위가 가실 줄을 모릅니다.

리노아님도, 리노비님들도 더운 여름의 막바지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01. 온열질환의 종류


언제부터인가 언론 등지에서 '온열질환'이라는 단어로 지칭되고 있지만, 이에는 '일사병'과 '열사병' 이 속합니다.

현재 쓰이는 온열질환이라는 단어는 위 두 질환, 일사병과 열사병을 총칭하는 단어입니다.

하지만 이 일사병과 열사병이라는 단어도... 괜히 비슷하게 생겨서 많은 분들이 둘을 혼동하고 계신 듯 합니다. 때문에 이 페이지에서는 일사병과 열사병이라는 명칭 대신, 영어 명칭인 Heat Exhaustion(일사병)과 Heat Stroke(열사병)으로 구분하고자 합니다.


02. 인체의 체온 조절


해부학이나 조직학 수업을 듣다 보면, 교수님들께서 입버릇처럼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정상을 알아야 비정상을 알 수 있다."

두 과목 모두 정상적 인체의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과목인 만큼, 그것이 의학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병리학과 약리학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제언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즉, 인체가 평소에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 병이 났을 때 뭐가 문제인지를 알 수 있다는 말씀이겠지요.

그래서 잠깐동안 정상적인 인체의 체온은 어떻게 조절되는지 간단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인체의 체온은 중심체온(쉽게 말해 몸 안 내장의 온도입니다) 37℃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여러 효소들의 물질 대사에 적합한 온도에 맞게 진화한 것이라 생각되죠. 보통 물질 대사라는 단어를 듣는다면 많은 분들이 영양분의 소화 만을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지만, 제 이전 글에서도 설명 드렸다시피 우리 몸의 신경계에서도 물질 대사가 일어납니다. 또한 면역 세포의 면역반응, 적혈구를 통한 산소의 운반 등, 인체에서 일어나는 모든 화학적인 반응이 물질 대사라 하여도 과언이 아닙니다. 즉. 체온의 유지는 생명 활동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체온의 조절은 사이뇌(간뇌, Midbrain, Diencephalon)에 존재하는 시상하부(Hypothalamus)에서 이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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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은 BBB(blood-brain-barrier)라는 구조가 발달하여 여타 물질이 뇌에 침입하는것을 원천차단하고 있습니다만, 시상하부를 비롯한 사이뇌 부근의 BBB는 조금 헐거워서 통과가 가능하죠. 이에 시상하부는 화학적 신호를 통해 인체의 상태를 읽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항상성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즉, 체온 조절의 경우, 인체의 피부와 혈관에 위치한 열수용체(Thermoreceptor)가 신경을 통해 보낸 신호를, 신경전달물질이라는 화학적 신호를 통하여 시상하부가 인식하고 이후의 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됩니다.


고온일 때 항상성의 조절을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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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하부는 우리 몸의 교감신경(Sympathetic nerve)에 신호를 보냄과 동시에 뇌하수체(Pituitary gland)에 호르몬을 보냅니다. 이에 반응하여 뇌하수체는 갑상선(Thyroid gland)에 호르몬을 보내고, 갑상선은 티록신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하여 물질 대사를 활성화 시켜 체온을 올리는 역할을 합니다. 체온이 너무 높은 상태라면 반대로 이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명령이 전달되겠네요. 해당 과정을 통해 표층 모세혈관의 확장, 땀샘의 개방 등을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더울 때의 반응'이 나타납니다.



03. 일사병 (Heat Exhaustion)


일사병의 경우, Heat(열) Exhaustion(탈진)이라는 명칭처럼, 체온이 너무 높은 상태가 오래 지속되어 '더울 때의 반응'이 계속 일어나다가 몸이 지쳐버린 경우 입니다. 땀을 너무 많이 흘리다 보니 몸 안의 수분 균형이 깨지고, 다른 물질 대사도 방해를 받아 피로감, 두통, 구토 등의 증상을 일으키며, 근육 경련 등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일사병의 경우, 환자를 시원한 곳으로 옮긴 후 수분을 보충하며 휴식을 취하다 보면 대개 정상 체온을 되찾고 회복할 수 있습니다.



04. 열사병 (Heat Stroke)


열사병의 경우, 일사병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 됩니다. 이는 위에서 설명 드린 인체의 체온 조절 과정이 정상적으로 체온을 낮추는 데에 실패한 경우입니다. Heat(열) Stroke(뇌졸중)이라는 명칭처럼, 중추신경계마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립니다.


보통 일사병이 뙤약볕이 내리쬐는 실외에서 너무 오래 땀을 흘리는 경우 발생한다면, 열사병의 경우 오히려 실내에서 더욱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고온에 다습한 실내에서 장기간 활동하는 경우, 땀을 아무리 흘려도 습도가 높아 체온 조절이 안되다 보니, 체온이 너무 높아져서 위에서 설명 드린 시상하부를 통한 체온 조절 과정마저 방해를 받고, 이에 환자는 자체적으로 체온을 낮출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린, 매우 심각한 상황입니다.


일사병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체온 조절 중추가 망가져 버린 상태가 되므로 더 이상 땀조차 흘리지 않는 상황이 된다는 것입니다. 흔히들 더위를 먹었을 때 땀을 안흘리면 큰일이 난 것이라고들 하는데, 그것이 이 열사병 상태를 가리키는 말인 것이지요. 또한 열사병의 경우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혼수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잦습니다.


열사병에 노출된 환자의 경우, 자체적으로 체온을 낮출 수 없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강제적으로 체온을 낮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환자의 피부에 물을 펴 발라 땀을 흘린 것 같은 상황을 만들어 주거나, 혈관과 림프관이 집중된 곳(목, 겨드랑이, 사타구니)에 얼음을 접촉시켜 체온을 낮출 수 있습니다. 동시에 구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호송하여야 겠지요  병원에서의 경우, IV(정맥주사)를 통해 저온의 수액을 직접 주사하거나 위나 장 등의 소화관을 통해 체온을 낮추기도 합니다.


무더위가 가실줄을 모르는 8월. 모두들 건강히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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