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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5일 마법의 남궁고둥이 선택해주신 캥걸우(牛) 꼬리뼈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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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amu.wiki/w/%EC%BA%A5%EA%B1%B0%EB%A3%A8%20%EA%B3%A0%EA%B8%B0


나무위키에서 캥거루 고기 문서를 보고 무슨맛일까 궁금해졌고,

쿠팡에서 파는 것을 확인한 이후에 남궁고둥의 선택에 맡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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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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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화요일에 도착한 캥거루 꼬리...가 생각보다 더 그로테스크 했습니다.

소꼬리랑 크게 다를거없는데 사이즈도 그렇고 저 핏물이 끝내주는 위압감을 조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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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물에 박박 씻어내고 담궈서 핏물을 빼줬습니다.

이때가 2시쯤이었는데 택배 받으러간다고 잠깐 나온거라

다시 연구실로 돌아갔습니다.


원래는 스튜를 하려고했지만 캥거루 꼬리 1kg의 부피와

집에서 훔쳐온 냄비의 사이즈를 비교했을때

물이 적어도 되는 갈비찜 스타일로 배를 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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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에 퇴근하니까 핏물이 리필되었습니다.

이 핏물버리는 작업에서 맡은 향기가

지옥을 상상하는 창작자들에게 꼭 맡게해주고 싶었습니다.

봉준호 감독님 츄라이 츄라이


자기전까지 얼추 한시간에 한번씩 핏물을 버리고

찬물로 행궈주는 작업을 반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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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고일어났을때 다시 리필되는 핏물...

괴담중에 머리카락이 자라는 인형 뭐 그런거 본거같은데

피가 샘솟는 꼬리뼈 괴담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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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쯤에 쿠팡에서 도착한 맛술로 재워줍니다.

맛술의 향이 몹시 강렬해서 이걸로 될거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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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퇴근하니까 맛술도 패배해서

다시 피바다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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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술과 피를 다시 행궈주고 소금 후추로 밑간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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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블럭과 대파를 넣고 잡내가 빠지길 기도하면서 삶아줍니다.

사진엔 안나오지만 청양고추도 들어갔습니다.


마늘+대파+고추 삼신기로 정성껏 교육하면 캥거루도

우리민족의 정서를 이해할수있지않을까 조금은 기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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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듣기로 고깃국에서 나오는 저 거품라이크 썸띵이 불순물 겸

핏물같은거라던데 지독한놈입니다. 뭔 핏물이 아직도 나와.

거품을 다 걷어주면서 한 시간을 정성껏 삶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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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사이에 전자레인지에 단호박을 쪘습니다.

저는 갈비찜 부재료중에 밤이랑 은행이 제일 좋은데

둘 다 너무 비싸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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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호박은 당근과 함께 깍둑깍둑 썰어주고

대기업 갈비찜소스와 통마늘, 청양고추를 준비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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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간쯤 삶으니까 소명을 다한 파와 고추는 뭉개졌습니다.

이때 향도 좋고 국물 색도 딱 뽀얀 고깃국이라 엄청 기대했지만

고기는 퍽퍽하고 씹을수록 대평원을 뛰어노는 캥거루의 긍지가 스쳐지나갔습니다.

국물도 형언할수없는? 괴이한 향이 도저히 먹을거라고 생각하기 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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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름 육수라고 갈비찜에 그대로 쓸생각은 냉큼 접어던지고

찬물에 행궜습니다. 이렇게보니까 꼬리수육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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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와 고추마늘을 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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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가 살짝 잠길정도로만 물을 붓고

센불에 팔팔 끓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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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과 단호박을 넣고 물을 가득 채워서 끓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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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간쯤 졸이고 배고파서 일단 한접시 건져먹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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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그럴듯합니다. 

맛은 뭐... 1차 삶았을때랑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소고기 사태살?처럼 기름기 전혀없는 퍽퍽하고

담백한맛 사이로 캥거루의 영혼이 원한을 토로합니다.


그래도 대기업의 탄압으로 아까처럼 들이대지는 못하고

심령사진에서 어깨위에 손올리듯이 구석에 희미하게

그렇지만 확실하게 존재했습니다.


단호박도 다 뭉개져서 껍질만 남았는데

저게 또 소스를 잘 머금어서 굉장히 맛있었습니다.

그냥 단호박찜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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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만큼 뜨고 남은 자리에 밀떡과 물을 보충해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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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떡은 물을 만나면 부풀어 오릅니다. 과학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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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떡을 대충 처리(배에 넣기)하고 다시 약불로 졸였습니다.

대충 호주 마오리족 어딘가의 궁중떡볶이인셈 치면 안될까요?

소스도 맛있고 떡도 맛있습니다.

캥거루의 사념도 고기만 안씹으면 나타나지않습니다.


세상에는 한번쯤 먹어볼만한 식재료가있고

모르고 살아서 다행인 식재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오늘 저녁까진 후자에 압도적으로 가까운데

내일 아침에 국물을 잔뜩 머금고 맛있어질 가능성이 있으면 좋겠네요.


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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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구리야 미안해!

이렇게 맛없을줄 몰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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