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방송중에 언급하신 파묘를 보고 왔습니다.
사실 <검은사제들>, <사바하> 모두 굉장히 재밌게 봐서 이번에도
개봉 전부터 많이 기대하고 있던 영화였습니다.
근데 마침 방송에서 언급도 하셨고 오늘 실험도 일찍 끝내서
내친김에 학교 근처에서 4dx를 예매했습니다.
예매할때만해도 한자리도 안나갔으면 좌석선택 개꿀아니냐? 했는데
개봉 30분전까지도 한명이니까 식은땀이나고 무쟈게 쫄렸습니다.
안무섭다곤하지만 아무튼 장르는 공포영화니까요.
사실 뭐 그렇게까지 쫄리진 않았습니다.
저는 미션스쿨을 나온 주님의 어린양이거든요,
고등학교 졸업 이후로 예배는 커녕 식사기도도 안하지만
아무튼 항상 제 안에 성령이 깃들고 뭐 그렇습니다.
할렐루야! 상영 10분전에 주님께서
세 명의 사도를 보내시메 너 어린양아 어찌
두려워하느냐 물으셨습니다!
가족 세분이서 오셨던데 이분들도 극장 들어가면서
텅 빈 상영관을 보고 이야 우리밖에 없네? 하다가
바로 뒤에서 계단 올라오는 저를 보고 머슥해 하셨습니다 ㅋㅋ
영화 내용에 대한 감상에 앞서서 먼저 4dx에 대해 말하자면
미묘했습니다. 21000원이면 아이맥스 돌비같은 최고급
상영관인데 그만한 가치가 있었냐면 확실히 떨어집니다.
4dx의 자랑인 진동이나 특수효과는 충분히 괜찮았고
상영관 양 벽을 스크린으로 쓰는 화면확장?도 좋았지만
문제는 영화 중반부터 그런 효과들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영화 자체가 긴박해서 넘어가는건가 싶기도한데 아무래도
반 쪽 짜리라는 느낌만 남았네요.
영화자체는 대만족입니다.
중반까지는 진짜 긴장감도 엄청났고
별다른 효과없이도 분위기만으로 조여드는게
무섭게 잘봤습니다.
근데 어느정도 뉘앙스는 있었지만
중간보스 조상귀신이 친일파인게 노골적으로
밝혀진 이후에는 뭔가 방귀뀐놈이 성내는? 그런느낌으로
두려움이 싹 사라졌습니다.
후반부의 최종보스 왜구귀신도 처음 돼지축사에서의 실루엣이나
문틈사이로 보일때는 제법 무서웠지만
대놓고 본체가 나온 이후에는 cg랑 분장도 조금 웃겼고
그냥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왜구좀비라서
뭐 무섭고 자시고할것도 없었네요 ㅋㅋㅋ
물리적으로건 심령적인? 요소로건 엄청나게
흉하고 강력한 존재인거같긴한데
암만봐도 그냥 덩치 큰 왜구좀비라서
중간에 군인들이 산 수색하고 검문하는씬에서
어? 군대? 그냥 쏴죽이면 안되나? 싶었습니다.
사실 영화의 호불호를 넘어서 대부분 공감하는 포인트가
중반부의 저 왜구좀비의 등장으로 긴장감넘치던 오컬트에서
살짝 김빠지는 크리쳐물로 장르가 변했다는 것인데
거기에 맞물려서 너무 노골적인 국뽕? 반일? 요소가 아니냐
이런류의 비판이 자주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또 오컬트 마니아까진 아니고 중학교때부터
괴담블로그 루리웹 괴담게시판 정독하던 입장에서보면
굉장한 맛도리거든요 ㅋㅋㅋㅋ
감독의 의도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아 국뽕 한 사발로
흥행을 챙겨야겠다 라기보단 이쪽 덕후답게
한국무속 vs 일본음양사 구도를 못참았다고 봅니다.
흉지에 쳐박아놓고 제사도 안지내서 쫄쫄굶은
친일파 귀신이 잘먹고 잘사는 친일파 후손들
셀프 참교육하는게 오히려 감독의 역사관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포인트 같습니다.
근데 이러면 그냥 딱 사리에 맞잖아요. 밥안주면 화나고
나한테 밥안준 후손들 혼쭐내준다. 이러면 이야기가
재미가 없어요. 그래서 여기부터 장르 드리프트가
시작되는거같습니다.
그냥저냥 어디 꼬꼬무나 서프라이즈에 나올법한
분노한 조상신 괴담에서 음모론 한사발 푹 적신
보스전? 이걸 참을거면 오컬트같은 마이너소재 안건드리고
잘팔리는 장르 영화 하셨을걸요? ㅋㅋㅋㅋ
그리고 초중반의 시퀀스는 긴장감이 완벽했다지만
사실 공포영화에서 가장 짜치는 포인트인
하지말라는거 했다가 줄초상나는 딱 그 전개거든요.
오히려 후반부는 장르 드리프트의 혼란함을 넘기고보면
병실/무덤/나무 세 장소에서 각각의 미션을 수행하는
타임어택으로 아주 정석적이지만 효과적인 연출을 보여줬습니다.
뭐 마지막에 최민식씨가 음양오행 상성표를 읊으면서
나무에 피로 인챈트걸고 왜구좀비써는건 조금 그렇긴했어요.
초반부에 굉장히 효과적으로 사용되었던 독백들이
그장면에선 진짜 차라리 말을 하지말지 싶었습니다 ㅋㅋㅋ
하지만 배우개그를 상당히 좋아하는 입장에서
왜구가 세키가하라 전투니 주절거리는거보고
그시점이면 조선에도 왔었을건데
관상을 보고 느껴지는게 없나? 싶었는데
아무튼 시원하게 반으로 써는거보고
나름 만족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더 아쉬웠던건 최근에 쇼츠에서 최민식씨의
카지노 영상을 많이봐서 그런가 승기를 잡았을때
걸쭉하게 쌍욕 한사발 해주셨으면 어땠을까 싶긴합니다.
왜구가 조선에 알박기한 왜구좀비 주제에 거들먹거리는게
상당히 꼬왔거든요.
잡설이 길었는데 아주 재밌는 영화였습니다.
호불호가 갈린다는데 저는 확실히 극호였고
이번영화 흥행으로 오컬트 영화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네요 ㅎㅎ
(가능하면 덜무섭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