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시 애니메이션과 니코니코 시대를 거쳐서 "크리에이터 시대"라는게 있었음. 하츠네 미쿠는 벌써 데뷔 15년을 넘어가는 원로가수가 되었지만,
우리는 모두 그때 한없이 자유로웠던 추억들을 사유하면서 그 대표 아이콘으로 "미쿠"를 기억하고 있지.
하지만 "미쿠"의 시대는 그렇게 길지 않았고 "우타이테"의 시대가 왔어
미쿠가 부른 노래를 여러 사람들이 불러 올리기 시작하고
미쿠를 이용해 노래를 만들던 사람들은 직접 우타이테들과 연결돼서 직접 곡작업을 시작했지
Supercell이 가장 대표적인 사람일꺼야. 바로 이 곡의 작곡가지
MELT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꺼야
아직까지도 하츠네 미쿠의 대표곡인 MELT로 데뷔했던 Supercell은, 가수와 만나지 못하더라도 작곡을 할 수 있다는 "보컬로이드"가 가지고 있는
태생적 자유의 상징이기도 했지. 하지만 많은 우타이테들이 나오고 결국 Supercell은 우타이테와 협업하거나, 유닛(egoist)을 만들어 활동하게 돼
하지만 미쿠를 계속 기억하고 잊지 않았고, 2012년 ODDS & ENDS라는 곡을 발표해
"그럼 내 목소리를 써도 돼...
너의 힘이 되어 줄께, 나를 노래하게 해줘
꿈을 그려봐, 누구도 닿을 수 없는 꿈을"
크리에이터가 오로지 창작에만 집중할 수 있는 자유를 만들어준 하츠네 미쿠는
2007년 발표 이래 세계 음악사에서 가장 많은 곡을 발표하게 되었지.
하지만 앞서 말했듯 미쿠의 시대는 오래가지 않아 우타이테가 자리잡아 버렸고
미쿠로 작업하는 작업자들은 "기계소음" 취급을 받기 시작했지.
" '기계의 목소리는 이제 필요없어, 나는 내 길을 갈꺼야'라며
결국 너는 견디지 못하고 나를 밀어내버렸어 "
미쿠의 시대가 갔지만 "미쿠"는 남아있었어. 어쩌면, 미쿠를 통해 꿈을 그려왔던 많은 사람들은
미쿠 뒤에 서서 그 슬픔을 함께 했을꺼야
하츠네 미쿠가 닿게 해줬던 꿈이 미쿠를 쓰지 않는다고 사라지는건 아니니까.
많은 크리에이터가 실패하고, 성공하기도 했지만
결국 그 꿈의 가장 첫번째 길잡이가 되었던 미쿠는 결국 버림받았어.
그리고, 많은 크리에이터들도 버림받았지
사정거리 밖에서 던지는 무명의 돌멩이에 맞아 울고 있는
수많은 크리에이터, 친구, 동지들에게 미쿠는 다시 이야기해
"우리 둘이 얼마나 많은 가사를 생각해냈을까"
그리고 하츠네 미쿠는, 어느샌가 우리 시야에서 사라져버렸어.
"[ ]는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아무리 불러도 대답하지 않아"
[ ] 는 도저히 번역을 못하겠어. "가라쿠타"는 흔히 옛날 장난감 로봇을 칭하는 말이지만 여기서는 적절한 표현이 아냐.
나와 함께 선율을 연주했던 미쿠가 갑자기 사라진 공허함
수많은 크리에이터들은 사실 자기가 미쿠였던거야.
미쿠를 잊고 멀리 하려 했지만
미쿠는 대답하지 않았어.
"나는 무력하다... [ ] 하나 구하지 못했어"
미쿠와 크리에이터는 마주하면서 절망했지.
혜성처럼 나타나서 세상을 잡아삼킬듯이 커졌던 미쿠는 어느 순간 세상의 뒤로 사라져 버렸어.
그리고 그리움의 대상 정도로 전락해버렸지.
하지만, 미쿠를 잊지 않았던 수많은 사람들은 다시 미쿠를 이야기 하고 있어.
"마음이 눈물이 돼서 뚝 뚝 떨어지고 볼을 적셔"
많은 사람들의 기억과 목소리가 모여, 다시 미쿠와 친구들은 세상에 "색"을 입히기 시작해
"노래가 된 이야기들이 너를 위해 다시 울려 퍼지고 있어
그 목소리에 의지를 담아, 지금 마음이 울리네"
누군가는 유치하다 해도, 누군가는 기계음이라고 해도
하츠네 미쿠를 기억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하츠네 미쿠가 어떤 존재인지 정리해준,
"[ ]가 보내는 사랑과 그리움의 편지"
가 바로 ODDS&ENDS야.
그리고, 그 [ ]는 하츠네 미쿠와 함께 노래했던, 또는 하츠네 미쿠의 노래를 들었던 우리 모두지.
글 쓰면서 눈물이 많이 나네.
아직도, 이 곡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곡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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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게에 쓴 글이라 반말투인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