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갤에 올린 거 그대로올림)
텃밭 하는 사람의 로망이란, 직접 기른 야채들을 듬뿍 사용해 요리를 하는 데에 있습니다.
봄철부터 부지런히 모종을 심고, 씨를 뿌리고, 자라고 올라올 기둥을 박아, 매일같이 들러서 물을 주고 순을 쳐주는 건 오지 않을 수도 있는 그 날의 결실을 위해서입니다.
며칠 전, 저는 잘 익은 풋고추를 수확했고, 가지도 수확하기 시작했고, 그리고 봄철 내내 길렀던 감자를 수확했습니다. 감자는 처음으로 길러 본 거지만, 이렇게 잘 될 거라고 생각도 못 했습니다. 작년 땅콩 망쳤던 걸 생각하면, 진짜 감개무량하네요.
아무튼 텃밭의 '로망' 을 실현해 보았습니다.
우선 가지를 어슷썰기로 잘라줍니다. 이렇게 해야 식감이 좀 더 좋아집니다. 물론 그냥 편으로 썰어도 상관없습니다. 저도 어향가지 할 때는 편으로 썰어요. 근데 지삼선할때는 어슷썰기로 썰게 되네요.
중요한 건 기름을 먹고 식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두께를 확보하는 것. 주키니처럼 필러로 베껴다가 돌돌 말아서 쓸 거 아니면 적당히 두께를 확보해주세요
이렇게 어슷썰기한 가지는 전분에 버무려주세요. 전분입니다 밀가루 아닙니다. 찹쌀가루로는 대체 가능합니다.
전분물 아니라 전분 가루입니다. 물로 전분옷 만들지 말고 가루상태 그대로 전분옷을 입혀주세요.
텃밭에서 수확한 햇감자도 마찬가지로 어슷썰기로 썰어준 후 찬물에 10분정도 담궈서 전분을 빼줍니다.
전분을 뺀 것과 안 뺀 건 뭉게지는 정도가 다릅니다. 솔직히 카레 할 때는 안 빼도 되는데 이번에는 꼭 빼주세요.
고추는 꼭지를 떼준 후, 포크 등으로 구멍을 뚫어줍니다. 저는 고추 끄트머리도 살짝 잘랐습니다. 양념 잘 스며들으라고요.
일반적인 레시피에선 여기에 피망이나 파프리카, 혹은 아삭이고추를 사용합니다만 전 텃밭에서 직접 기른 매운고추와 꽈리고추를 선택했습니다.
이제 기름을 웍에 듬뿍 담고 우선 감자를 튀겨줍니다.
햣하!
사실 볶아도 됩니다.
가지도 튀겨줍니다.
전분 가루를 입힌 가지는 이렇게 튀겨집니다. 균일하지 않게 익은 거 같지만 잘 익은겁니다. 애초에 불에 오래 들어가있는 요리가 아님.
가지는 그래도 볶기보단 튀김에 가깝게 하셔야 합니다.
고추는 그냥 맛내기 정도로 튀겨줍니다. 숨이 좀 죽을락말락 하나 아니다 살았다 싶은 정도?
남은 기름에 잠깐 넣었다가 휘리릭 하고 빼주세요
대파 썰어주세요
물론 이 대파도 직접 길렀습니다!
대파 기르면서 알게 된 건데 대파 벌레 엄청많이먹음 대파벌레 오짐 ㄹㅇ
이제 남은 기름 살짝 두르고, 대파와 마늘을 약불에 적당히 볶아줍니다. 여기서부턴 많이 해보셨을 수도 있는 작업입니다.
마늘은 직접기른거아님. 크흑......
적당히 향이 올라왔다 싶으면 땅에서 난 신선한 세 가지 재료를 넣고 굴소스랑 간장 넣고 볶아줍니다. 백종원선생님이나 이연복선생님 유튜브 보면 많이 나오는 그 방법입니다.
그러면 언제까지 볶아야 하냐고요?
색이 이렇게 될 때까지.
이걸로 완성입니다.
먹을만큼 그릇에 담아놓습니다. 밥이랑 같이 찍으려 했는데 그림이 안 나와서 이렇게만 올립니다.
이번에 갤럭시 s23사면 사진 더 잘나올거임 암튼그럼
감자는 포슬포슬 씹히고, 기름을 듬뿍 먹은 가지는 엄청 단단한 크림처럼 부드럽게 들어갑니다. 양념을 잔뜩 빨이들인 고추와 함께 씹으면 지금까지의 노고가 신선하게 입 안에서 넘쳐흐릅니다. 올해도 잘 길렀구나, 하는 감자같은 든든한 만족감과, 그간의 노고를 부드럽게 녹이는 튀긴 가지, 그리고 이 느낌을 절정으로 이끌어주는 양념 머금은 고추까지. 이래서 텃밭도 요리도 그만 둘 수가 없습니다. 직접 길러다, 직접 요리해 먹는다. 삶에 초록색이 들어왔습니다.
남은 건 냉장고에 넣어뒀습니다.
현대인의 삶엔 초록색이 부족하다고들 합니다. 제가 만든 말이지만 누군가는 비슷한 말을 했을 겁니다. 이럴 때, 텃밭이나 화분에서 직접 먹을 걸 길러서 요리해보는 건 어떨까요?
액정 앞에서 떨어질 줄 모르는 우리 오타쿠들에게, 이만큼 좋은 취미도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