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게시판 | 구독자 2명 | ilsanbart98

국제공항서 일하는 사람이 여객썰 푼단다 - 공항 가요, 일하러 (5) -

안녕안녕!

늦어지는거 정말 미안해!

그래도 꾸준하게 읽어주는 맘씨 고운 형아 누나들에게 감사하는 마음 잊지 않고 있어...!


각설하고, 오늘 다룰 팀도 출입국팀.

부제는 대문은 개구멍보다도 넓다.


지난 화들에서는 비행기를 타는 분들과 비행기를 못 타서 곤욕을 치루시는 분들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문제는 비행기를 타고 가는 분들 중에는, 아니 어느 곳이든 그럴 수가 있지만,

정당한 방법을 통하지 않고 입장하려는 분들이 꼭 계시단 말이지.

그런 식으로 탑승한 분들이 비행기를 타고 나서 하는 짓은

대체로 자기 여권을 아주 조각조각 분쇄한 다음

화장실 따위에 물내려버리고 난민신청을 하는 건데 이거 아주아주 골치아파.


img/21/07/28/17aed60d59830818.png
햣하- 하수인 뿐만 아니라 여행서류도 처치할 수 있다구!


이 망할 염병 전부터 난민에 대해서는 각 나라들이 무척 아주 깊이 신경쓰며 조심하는 문제이고

거기에 대해 성급한 인도주의나 온정론 같은걸 들이밀어봐야

과연 양민일지 도적일지는 알 수가 없단 말씀이야.

그렇게 입국이 거절되신 분들이나 더이상의 재류를 허가받지 않아 쫓겨나는 분들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더 깊이 다뤄보기로 하고.


위조 여행서류를 들고 있거나 입국 목적이 명확치 않은 사람들을 함부로 태워 보내봐야

항공사 입장에서는 처리에 골머리를 앓거든.

결자해지라는 사자성어 알지? 저지른 놈이 치우라 이거야.

물론 벌금도 내고! 한화로 두당 수백만원씩!

어느 나라 법무부가 됐든지 온 곳으로 돌려보내고 싶어하고

더욱이 온 곳으로 데려온 항공사에 태워 보내고 싶어하지.

그래도 만석일 때를 대비하거나 어쩌구 해서 예외 조항을 둔 것이

'가능한 한 빠른 비행편으로'라는 조항이 붙지만...

서슬 퍼런 법무부 혹은 국경수비대 명령이니 항공사는

그 나라에서 장사해먹고 살고 싶으면 니에니에 따르겠습니다 하는 거 말고는 답이 없어.

척져서 좋을 거 없는 사람들이라고 예전에 수하물 검색 얘기 할 때쯤 쓴 거 같은데?


다른 항공사에서는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대한항공에는 특수한 팀이 하나 있어.

지금도 존속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위조 여행서류를 들고 있진 않은지, 해당 국가를 가면서 목적이 분명한지 등을 의심하고 따져보는 팀이야.

이 사람들도 출입국팀이면서도 비행기 태우는 업무도 안 해.

한 명 터지면 이 한 명에 대해 엄청난 수고와 히스토리 점검이 필요하고

후속 조치도 몇날 며칠씩 걸리는 일이 잦으니까.

매일매일 비행기 타는 사람들 중 혹시나 혹시나 하면서 여권 검사 시에 뭔가 낌새가 틀리면

바로 붙들어보는 게 그들의 업무야.

이렇게 해서 벌금 및 에러를 미연에 방지하는 게 주목적인 팀이지.


아주 간단한 이야기를 들어볼까.

어느 날 우리의 방패병 직원(출입국팀 일반 직원, 일본어 가능)이 호출을 받는데...


img/21/07/28/17aed6e9a9430818.jpg
넌 모.찌.나.간.다.

부르셨습니까 팀장님.


img/21/07/28/17aed6e492930818.png
어서 와요 방패병 직원. 한 분 모셨는데

말할 줄 아는 언어가 일본어밖에 없다고 하셔요.

그런데 일본인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면서 여권은 일본거인데

성함도 외견도 도저히 일본계로는 보이지 않는데.

일본에 거주중이라고는 하면서도 재류카드도 영 이상하고...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좀 심도깊게 해보고 싶은데 통역 좀 해줄래요?



img/21/07/28/17aed75402130818.jpg
아이에에에에 닌자? 닌자 왜?

이런 그윽한 애트모스피어에서 하는 건 아니고

그저 킬링 포인트를 몇 개 갖고 문답을 해보는 것에 지나지 않아.


img/21/07/28/17aed76da9d30818.jpg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탑승 전에 몇 가지 여쭤볼 사항이 있어서 따로 모셨습니다.

탑승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테니(아냐ㅋㅋ영향 커ㅋㅋ) 답변을 좀 해주셨으면 해요.



img/21/07/28/17aed785b3f30818.png
후뤠뤨뤨ㄹ뤨뤡 반갑습니다 인간

저는 일본에 거주하고 있다 재류카드 거깄잖아요 써있는 주소


img/21/07/28/17aed79326030818.jpg

이건 국적이 문제가 아니라 종족이 다른 거 아니냐...

아 그러네요 한자로 쓰여있네요

그런데 제가 잘 읽을 줄을 몰라서 그러는데

(아냐ㅋㅋㅋ알건 다 알아ㅋㅋㅋ)

요 주소 한번 소리내어 읽어주실래요?


img/21/07/28/17aed7aa95030818.png
그것 매우매우 쉽다 인간님

카미이시카미이!

(上石神井)


img/21/07/28/17aed7bd11d30818.jpg
아 네 그렇군요 잘 아시네요 고맙습니다

(上石神井는 카미샤쿠지이라고 읽ㅋㅋ는ㅋㅋ다ㅋㅋ)

한 가지만 더요, 올해가 쇼와 몇 년이죠?

(인터뷰 당시는 헤이세이 23년)


img/21/07/28/17aed7c8f7e30818.png
올해 쇼와23년이닭!



img/21/07/28/17aed7dd1d330818.jpg
네 감사합니다 잘 알았어요 기다려 보셔요 고객님.



img/21/07/28/17aed7e175c30818.jpg
(뒤돌아서서)

팀장님, 저 사람 태우면 안 됩니다.

주소지가 도쿄면서 도쿄 주택가 이름도 읽을 줄 모르고

올해가 헤이세이인지 벌써 23년 지났는데 쇼와라고 속고 있고

말하는 어투도 영 사람 말투가 아닌 거 보면 일본인은 커녕 밀입국자 맞는데요


img/21/07/28/17aed853a3630818.png
그럼 이제 탑승거절 처리시키면 되겠지?



img/21/07/28/17aed85abf930818.jpg
팀원형님 늦은밤에 고생 많으시겠어요 으이구

그럼 전 비행기하러 갑니다 총총



img/21/07/28/17aed96bce430818.png
야야 각성은 풀고 가라 보기 흉하다


이렇듯, 불법출입국을 막는 것은 간단한 인터뷰나 사전 여행서류 조사 등을 통해

미연에 벌금 및 신용도 하락을 방지할 수 있어서 꽤 쏠쏠한 일이지.

특히나 예전에 시스템이 좀 더 미진했을 때는

미국과 호주행 비행기 앞에 그 나라 국경수비대CBP 직원이

한국으로 파견을 나와선 매일매일 인천공항으로 출근하는 거야.

와서는 비행기 출발 전 준비를 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승객 명부좀 뽑아봐 달라고 하는데

이 사람들은 예약일자 순으로 미루어 봐서 날짜가 당일과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짙게 의심을 하곤 해.

해외여행 및 친지 방문, 비즈니스 등은 사전에 기간을 두고 예약하는 게 기본이니까.



img/21/07/29/17aedac0c2530818.png
헬로우 에브리원 미국CBP 직원이예요우

김치에 삼겹살로 쐬주 마시고

다음날 순댓국은 못참지 크어어 뻑예

미국행 항공기 탑승 결정권도 갖고있지요우

난 교포 출신이라서 말이 그닥 어눌하진 않아요 HAHAHA


그리고 돌발 액시던트를 맞닥뜨리게 되는 경우도 있고 말야.

그런 돌발 액시던트 상황 하나를 볼까?


img/21/07/28/17aed9d56cc30818.jpg
어휴 바쁘다 오늘도 미국행 비행기는 만석 중 만석이로구나

국적도 제각각 목적도 제각각 아주그냥 정신이 아유아유

어라 그 와중에 저 의심승객팀원 형님은 뭘 한담? 


img/21/07/28/17aed9ea25e30818.png
안녕하세요 고객님

미국은 어쩐 일로 가시는지요

여권이랑 여행서류 좀 보여주세요(중국어)


img/21/07/29/17aeda2d11430818.png
여기요


img/21/07/29/17aeda3a65130818.png
응애 엄마 맘마줘


img/21/07/29/17aeda4647630818.png
가만 근데 이 흰 봉투는 뭐지?



img/21/07/29/17aeda4e4d430818.png
아이고 미국 국경수비대 형님 오셨어요?

이 승객이 한사코 이거 열면 안 된다고 난리를 하네요 글쎄.

흰 봉투 열면 그 안의 서류도 무효가 된다고 하길래 그런게 어딨냐 싶긴 한데요.


img/21/07/29/17aeda5d60730818.png
통역 좀 해줘요.

미국 정부 파견나온 관리니까 이런 서류 열어봐도 된다고.

자 그럼 확인 들어가겄습니다잉 쨘 쨔쟈쟌 쨔쟈쟌 쨘쨘



img/21/07/29/17aeda779af30818.jpg
ㅎㅇㅎㅇ



img/21/07/29/17aeda7b84630818.png
백지네?



img/21/07/29/17aeda7f25830818.png
백지네요? 암것도 없는?



img/21/07/29/17aeda846d330818.png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며 그대로 땅에 주저앉음)



img/21/07/29/17aeda8abe330818.png
아이쿠 세상에 정신차려요 고객님


방패병 직원은 멀리서 의심승객팀원 형님이랑 미국 CBP 아재가 그 승객 탑승 불가하다고 해서

탑재팀에 연락해서 수하물 내리고 홀드 요청한 다음 그대로 비행기를 출발시켰는데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중국에서 온 이 모자는 미 대사관을 통한 정식 서류를 발급받는 대신

브로커를 통해 입국서류랍시고 하는 걸 나름 거금을 주고 샀대.

그러면서 브로커가 그 흰 봉투 안에 든 건 미국 도착해서 법무부 직원한테만 보여주라고

신신당부를 했다고 하길래 철석같이 믿고서 한국에 왔지만

한국에도 미국 CBP가 있는 줄은 중국 브로커가 알 리도 없고

알았대봤자 대처따위 해놨을 리가 없잖아?

순박했던 이 모자는 모아놓은 목돈을 내놓아 백짓장이 든 봉투를 샀으되

비행기는 탈 수도 없고

이제 중국으로 돌아가봐야 돈도 없는 처지가 됐으니 앞이 깜깜해지겠지.

그래서 아메리칸 드림은 커녕 한국에 입국도 안 되는 처지라

환승구역 안에 있는 수용시설에서 그날을 지새놓고

다음날 중국으로 바로 쫓겨났다고 하더라.

그럼 항공권 중에서 환불할 수 있는 부분만 환불하고

나머지는 집에 가는 중국행 항공편 부분만 이용시키는 거였는데

환불 차액이라도 몇 푼 못 건져갔을 거야.

대체로 변경이나 환불이 불가한 싸구려 요금제 항공권을 사오니까.


이렇게 여행서류가 의심스러워서도 항공기는 못 타고

더욱이 인터뷰까지 필요한 상황도 있어도 결국 못 타는데

그래도 우리나라 CIQ에 오점을 남긴 뉴스가 하나 있지.

지금도 생각하면 우리나라를 졸로 보는 것 같아 기분이 안 좋은 뉴스인데

밑 사진의 기사 한번 읽어봐.



img/21/07/29/17aedb32ba830818.png


외교여권은 각 나라의 여권 상에 분명히 특수 여권으로 분류돼 있어서

전용 출입구로 줄도 안 서고 싹 들어가서

보안 검색도 정말 간단한 수준으로만 진행하고 넘어가는데도 불구하고!

이걸 무시하고 넘어가선 항공기에 탑승을 했는데

관련 기관 누구 하나 붙들고 말릴 사람 없는 것도 우습지만

그렇다고 항공사에 알려서 "저 녀석 좀 붙들어줘요!!"하고 알렸다는 거라.

위의 인천공항 관계자 운운하는 녀석은 자기들이 놓쳐놓고선 입만 살았네 아주.

이게 뭐 하는 작태인지 아주 속에서 천불이 나요 그냥.

저런 녀석들 막으라고 있는 공항 경찰, 법무부, 국정원 아니었던가 싶어!!


여기까지만 얘기할게. 쓰다보니 시간이 꽤 되는군.

그럼 요번에도 읽어줘서 너무나 고마워!

안녕안녕!!


로그인하고 댓글 작성하기
루리웹 오른쪽
루리웹 유머
루리웹 뉴스 베스트
PC/온라인
비디오/콘솔
모바일

루리웹 유저정보 베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