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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공항서 일하는 사람이 여객썰 푼단다 - 이 짓 좀 하지 마라 좀 (4) -

안녕안녕!

의외로 복잡한 일이 좀 생겨서 글쓰는게 늦었어ㅠㅠ

그런데 맘씨 좋은 형아 누나들 덕분에 전편 3편이 인증글이라는 게 됐더라??

나 정말 놀랐어... 잠시 정신파는 사이에 이런 일이 생기다니…!

이제 정말 물러서면 쪽팔리는 자리가 되었다고 내심 생각하고 있으니 다시 열심히 쓸게!!

 


각설 빨리 하고 오늘도 외쳐본다.

SNS에 탑승권 BOARDINGPASS 인증 좀 하지 마라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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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말라면 하지마루요-!


어느샌가부터 sns는 퍼졌고 퍼진 sns에 무엇을 업로드하면 재밌을까 / 남들이 재밌다고 여겨줄까

- 재밌을까를 부러워할까로 바꿔도 별 거부감은 없어뵈인다만? -

하는 궁리가 생겼겠지. 생기지 않았을까?

그런 궁리가 없지 않고서야 작금에 우리를 웃기고 울리는 수많은 사건들과 드립들이 횡행할 수가 있었겠어?

그런데 그런 재미난 얘기를 하려면, 바꿔 말하자면 몰입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려면

장설파마깨후참같은 조미료, 즉 구라도 중요하지만

구라가 성립하려면 진실 내지는 진실에 상응하는 요소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사실 또한 잊어선 안 돼.

존 로널드 류엘 톨킨께서 반지 시리즈 집필하실때 적들을 진공파동권으로 물리쳤다고 쓰지 않잖아.

칼을 휘둘렀다고 나오지.

그런 점을 믿을 수 있는 우리는 그 칼이 미스릴인지 수천년 묵은 무슨 금속인지까지 하는 장설파마깨후참도 곁들여 믿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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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로 영전하시고 승승장구하시는 슨배임께 경례! ! 우!

 (스샷출처는 물론 승우아빠 유튜브 / 음식 무조건 맛있게 하는 공식 알려드립니다)


다시 sns로 돌아와서. 그럼 내가 어디 해외여행을 다녀왔는데 재밌었어요 같은 얘길 하려면 어디 풍경 무슨 음식만 찍어 보여줘도 되겠지만

인증샷을 동반하는 일이 잦잖아.

자~오늘은 해외여행 다녀온 이야길 하겠어요! 하는데

이상적인 인트로는 대체로 짐싸는 도중 사진부터 시작하는 거고

무슨 산꼭대기의 나, 어디 명소 앞에서 뭔가 질러온 나, 유명 아이스크림을 먹으려 하는 나 같은 사진 찍어올리고 말야.  

그 와중 고확률로 탑승권 손에 들고 사진 찍은 게 나오곤 합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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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승권 인증하지 말아요 정보가 새나가잖아요

이렇게 많은 이들 모두가 너를 뜯어먹으려 든답니다

 

정말 안 좋아 이거 정말 안 좋아. (사랑해요 김계란!)

자기 익명성을 부숴가면서까지 sns에 열을 올려야 할 이유는 없다고.

물론 비행기 타러 간다고와 할 사람은 있지만 사실 탑승권에는 아시는 것들보다 더 많은 정보가 적혀 있는데

높으신 고객님들은 그걸 몰라요. 지옹그에 다리 달으라는 것마냥.


하나하나 짚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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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이름. 그것도 실명.

아무리 영문이라지만 닉네임이나 아이디가 아니라 실명.

위의 사진에서는 KIM/DAEHAN MR이라는 분이네.
물론 대놓고 올리면서 이름을 탁 내놓는 분들은 실명으로 활동하시거나 하는 분들이겠지만

스티커로 뭉개주는 분들도 많으니 에지간하면 이용해주자구.

태반의 항공사 시스템 내에 최고의 근간 정보로 이용되는 항목이기도 하니 조심하는 게 좋아.


2.항공편명과 출발일.

코드셰어편이면 실제 운항하는 항공편명까지.

위의 사진에서는 FIRST가 KE023/19JAN16, 즉 KE023편으로 16년 1월 19일날 인천ICN-샌프란시스코SFO,

PRESTIGE가 KE011로 16년 1월 19일날 ICN-로스앤젤레스LAX,

ECONOMY가 KE659로 16년 1월 19일날 ICN-방콕BKK로 향했네.

요새 앱들 중에 플라이트트래커 같은 항공기 이동 경로랑 현위치까지 표시해 주는 것들도 많아.

그럼 자기가 지금 어디 있는지도 화끈하게 표현할 수 있다니까? 실시간 중계로?


3.좌석번호.

이건 기내에서 어디 앉아있을 거라고 써주는 거고.

약간 억지 섞어 얘기하자면 항공사 좌석번호 배정에 따라 공항에서 입국장에 나타날 시간도 조금 빠르겠구나 느리겠구나 감안할 수가 있어.

ECONOMY가 28B 복도자리AISLE에 앉아있네. 일반석 중 맨 앞이잖아.
앞자리군. 짐 안 맡기면 더 일찍도 나올 수 있겠군.
이런 꿍꿍이가 뭐가 무서우냐고?
수년 전 마닐라MNL 공항 한국인 납치 살해 사건이 이런 정보들의 누설로 인해 일어난 거였으니 뭐 말 다 했지 않나…

이것도 나무위키에 경과 등이 잘 나와있을 테니 함 가서 봐봐. 무서운 세상이야 하여간.


4.항공권 넘버와 요금제 클래스.
대한항공KE의 경우 180-1234567890하는 13자리, 에어프랑스AF의경우 057-1234567890하는 13자리 등으로 이뤄지는데
(즉, 앞의 3자리만 바뀐다구. 참고로 001은 아메리칸항공AA.에라이 미국 하여간!),
그 옆의 요금제도 포함해 생각해보면 대충 이 사람이 얼마짜리 탑승권을 사서 탔구나 하는게 역산 가능해.
정확히 하려면 항공사 시스템이 필요하겠지만.

뭐 일단 저 위의 사진들은 견본용 탑승권일 테지만

FIRST가 A, PRESTIGE가 C, ECONOMY가 Y CLASS 요금제 항공권을 사셨네.

대충 왕복 1년짜리 보장되는 제값 다 준 풀페어 티켓이야.


5.마일리지 넘버.

위 탑승권 사진에는 안 나와 있네...

승객의 별도 재산으로 인정되는 항공사의 부채.

상속도 불가능하고 취득하려면 고생 깨나 해야 하는 것도 있다 보니

비행기 타시는 여러 고객들께서는 기필코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적립을 원하시지.
마일리지를 원치 않으시는 분들은

효도 관광 가시는 분들이 내 늘그막에 몇 번 더 비행기를 타겠냐 귀찮어 하시고 마시는 분들
아니면 항공기 탑승 기록을 원치 않으시는 분들
.
이 얘기는 또 다음 편에 두도록 합시다.
그런데 비행기 탑승 기록을 남기고 싶지 않은 분들이 sns에 탑승권 찍어 올리려나?
 참고로 대한항공은 프레스티지, 퍼스트 클래스의 탑승권 색깔이 이코노미와 동일해지면서
(탑승권 재질이 롤 형식으로 바뀌었거든!)
탑승권에 탑승하는 좌석 클래스가 함께 찍히게도 되었어. 난 언제 퍼스트 타보나 허허허…

 

6.바코드.

이걸 누가 읽냐고? 요샌 카메라가 다 있어요. 어디에? 핸드폰에.

그리고 핸드폰에는 인터넷 브라우저가 있고요.

그 인터넷 브라우저 중 바코드 판독 사이트도 당연히 있답니다.

그럼 바코드 안에 뭐가 들어있느냐 말이지?

다 들어있어 다. 위에 얘기한 모든 게 다 들어있어.

바코드 안의 데이터를 스캔해서 매치가 안 되면 탑승을 시킬 수 없다고 나오는 거란 말이야.

뉴스도 한 번 대대적으로 보도한 적 있으니 아래를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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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유 초상권 침해할까봐 무섭다 무서워...


다 좋다 이거야. 저런게 들어들 있는데 그럼 무슨 큰일이 나겠느냐?

기기묘묘한 용도로 다 써먹힐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얘기지만

옛날옛날 나 오피스 생활하던 적에 얘기를 한 번 해볼까.



고객서비스실에서 메일이 날아오기를, 자기 마일리지를 누가 가로챘다고 하더라.

이게 무슨 소리일까 싶어서 상세히 들여다보니 고객이 보내준 탑승권 사진을 보니

상해 푸동PVG-인천ICN 간 대한항공 이용 고객인데

웬걸 베트남항공VN의 마일리지 넘버가 들어있던 거야.

VN 마일리지 안 키우시나요 하고 여쭤보니 그럴 필요가 있느냐는 대답이나 돌아오지.

우리나라 항공사 마일리지를 피카츄마냥 키우기도 바쁜데 피죤투아니 VN 마일리지까지 키울 여력따위 있겠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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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잊혀진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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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이뇨속아 애초에 고객님은 VN 마일리지 어카운트가 없었대잖아!


그럼 이 마일리지를 낚아채간 이의 정보는 죽 당기면 고구마 줄거리마냥 좍좍 나오기 마련이야요.

왜냐면 득을 볼 뜻을 품고 호작질을 한거니까, VN 마일리지 넘버 주인이 누구냐부터 알아야겠지.

이건 무척 간단하게도 인천공항 VN 지점에 물어봐서 알아낼 수 있었고,

예약 기록 내 그 여정에 대한 마일리지 넘버를 강제 입력을 한 시점이 언젠지

히스토리를 뒤져보니까 언제이며 그 수단이 뭐였는지도 나왔지.

호주 퍼스PER 도서관 ip였던가 그래요.

그럼 범인 이름 알지, 범행 위치 일단 특정 가능하지, 결정타는 sns에 마일리지 넘버 주인 이름을 검색하니

너무너무 의심가는 분이 떡 나오시질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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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날수 없어 만나고 싶은데 그런 슬픈 기분인걸

잡히기만 해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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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치유 캐치유 그래서 대신 잡아드리러 갔읍니다!

갈취범 게섰거라


붙들어 사정 청취를 해본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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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녀석은 유학중이던 중국인 유학생이었으며 피해자 고객님이 SNS에 올린 탑승권 인증샷을 통해 정보를 유추한 뒤

대한항공 홈페이지에서 강제입력을 시도했던 거지.

탑승하는 고객님과 마일리지 주인의 이름 사이에 미스매치가 있었더라도 말야.

이 부분은 시스템 결함이 맞겠지...망할.

지금은 당연히 고쳐졌지만 당시 내가 있던 오피스의 옆 부서가 아주 불이 나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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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오류

모든 관련 인원의 정시퇴근을 처치하고
내 손에 있는 약속들을 모두 파토쳐 버립니다.


그래서 그 고객님께는 응분의 사과와 조치가 행해졌...을 거야.

옆부서가 고칠 일이란 걸 아는 순간 바로 다른 일 하러 갔거든.



오늘은 낮에부터 조금씩 조금씩 써보다가 집에 들어와서 짤줍해다 붙여봤어.

또 많이 봐줘! 다음 글감 빨리 짜서 올게!

안녕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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