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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공항서 일하는 사람이 여객썰 푼단다 - 이 짓 좀 하지 마라 좀 (3) -

안녕안녕!


자고 새면 조회수 올라가있고 추천 눌러준 것 보면서 요새 좀 행복해졌어!

이게 다 마음씨 고운 형아 누나들 덕분이라고 생각해! 그런데 누나들이 이 글을 보려나?ㅎㅎㅎ

글빨이 벌써 떨어지려고 하는 거 같지만 봐주시고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도 있으니까 힘 좀 내볼께.


각설하고, 한 마디 외쳐본다. 수하물을 아무도 안 열어볼 거라 생각하지 마라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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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다니까!


세상은 더 빠르고 간편한 걸 추구하게끔 되어 있어서 지금까지 그러한 방향성으로 발전해 왔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최근 재미난 뉴스를 하나 봤어.


인천공항ICN을 출발해서 미국 아틀란타ATL를 경유, 미국 국내선을 이용하는 승객들의 수하물을 아틀란타 도착 시 수취하지 않고

바로 국내선 환승DOM TS벨트로 바로 투입해도 되도록 미국 교통성TSA이 인가하겠다는 거였어.

미국 국내선 이용해 본 사람들은 다 아실 얘기지만 지금까지는 일단 미국 첫 공항에 도착하면 수하물을 일단 수취하고,

세관, 입국 심사, 검역(CUSTOM, IMMIGRATION, QUARANTINE. 이하 전부 줄여서 CIQ로 표기할께)을 모두 마친 다음에서야

국내선 환승 벨트에 던져놓고 다음 비행기 타러 이동할 수 있었어.

한국에서 출발할 때 미국내 연결편 항공사가 대한항공KE의 경우 델타DL였다면 탑승권을 두 장 주기도 하니까 수속 절차가 하나 줄어들어 편해졌겠지.

앞으로는 더 편해질 수 있다는 거고. TSA는 ATL 뿐 아니라 미국내 다른 공항에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까지 했으니까.


그런데 이런 간소화 절차를 맨입으로는 해 줄 리가 없고, 대신 뭘 받아가냐면, 한국에서 X-RAY 검색한 화상을 받는다는 조건으로 하겠다는 거야.

바꿔 말하면 미국행 항공편에 탑재되는 수하물의 내용물이 무엇이 들어 있는지를 TSA에서 알아두겠다고 하는 거랑 다를 바가 없지.

역시, 프라이버시를 희생해서 간소화를 얻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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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히 검사직후 미국으로 이미지 발싸!


그런데, 이게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이야기인 건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여객의 일거수 일족발을 포착하기 위해 무진 애를 쓰고 있기도 하다는 점이 있어.

우리나라는 알다시피 휴전국이고, 아직도 공항 내 시설물의 무단 촬영은 제지된다는 안내방송도 여전해.하물며 수하물이야 당연히 감시의 대상이 되겠지.

사람도 감시의 대상이 될 수 있는데 뭘. 어떻게 사람을 막 감시하고 그러느냐고? 출국금지조치라는 말 뉴스에서 들어 봤지?

항공사 직원들은 승객을 항공기에 탑승시키고 수하물을 탑재하는 프로페셔널들이지만 반대로 끄집어내는 데에도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 정도는

다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출국 금지자 혹은 블랙리스트 관련해서는 다른 이야기에서 계속하도록 할께.


지난 글에서, 인천공항 제2청사에서는 수하물 검색실이 면세구역 안에 있어서 항공사 직원들이 윤번제로 근무하며 수하물 개장 검색에 입회하기도 한다는 얘길 했어.

위험물품이 있다면 승객을 불러 꺼내기도 하고 말야.

그런데 그런 절차를 깡그리 무시한 어느 나쁜 마음 먹은 사람이 승객의 수하물에 마음대로 손을 댄다?

지난 번 댓글 달아준 분 사연 들어보니 왕왕 들어본 얘기라 더 구슬프더라.

금전을 부분 유실당했다고 하는 얘기였는데 송두리째 없어졌으면 금방 표가 나니까 몰래몰래 얌생이질을 하는 나쁜 인원도 세상 어딘가에는 있는 게 사실이야.

선배들이 옛날 얘기 하는 걸 술자리에서 듣고서 나도 집에서 내 지퍼로 잠그는 캐리어 갖고 시도해 봤는데,

지퍼 손잡이끼리 자물쇠로 묶거나 잠금장치에 비밀번호 설정해 가면서 잘 묶어놓더라도 볼펜 한 자루로 간단하게 뚫리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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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히 볼펜으로 지퍼찢기 발싸!

...같은 드립 두번 써서 미안해.

 

그 이후로 나는 지퍼로 된 소형 캐리어는 기내에 반입하는 데에만 사용하지. 위탁용은 TSA 락으로만 잠글 수 있는 캐리어로 큰 돈 주고 바꿨어.

지퍼 캐리어 따기에 자신감이 붙으니까 내가 개장 검색실에 근무해봤을 때

한 번은 미군들 더블백에 또 보조배터리 따위가 들어있다고 해서 단단한 플라스틱으로 된 큰 지퍼에 볼펜을 한 번 들이밀어 봤거든.

그건 안 돼요 안 돼. 미제라서 그런가 밀리터리 아이템이라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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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모.찌.나.간.다.

와우! 미제 방패병!


어지간히 튼튼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시판되는 지퍼 캐리어의 연약함은 찾아볼 수가 없더군. 미군 승객이 개장실에 오길 애오라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지.

참고로 볼펜으로 지퍼를 따려면 모X미같이 똑딱거리는 볼펜보다 스프링 없이 뚜껑을 뺐다 끼우는 식의 볼펜이 훨씬 더 수월해. 


그렇다면 TSA 락으로만 잠그는 캐리어는 과연 안심할 수 있느냐? 최소한, 볼펜 한 자루로 가볍게 입을 헤 벌릴 걱정은 안 해도 된다는 점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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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번호식 TSA 락 자물쇠.

그러나 자물쇠가 있으면 열쇠도 있는 법.


물론 인천공항의 수하물 검색요원은 TSA 마스터키를 불출대장까지 적어 가면서 사용하곤 하는데,

해외에서 이 마스터키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작정하고 도둑질을 하겠다는데 누가 쉽게 말릴 수가 있겠어?

캐리어 통째로 훔쳐갔다는 케이스는 아직 못 들어봤어. 그런데 또 몰라, 우리가 모르는 부패한 커넥션이 있는 나라들에서

작정하고 도둑질한 캐리어 내지 물건을 나중에 보안직원한테 얼마씩 떼주기로 합의하고 훔쳐가는 자가 있을 수도 있겠지. 

그런 점까지 얘기하려면 너무 얘기가 멀리 나가니까 적당히 하자구.

또 하나 단점이 있다면 TSA 락으로만 잠그는 캐리어가 대체로 캐리어로 먹고 사는 값비싼 브랜드들에서 나오느라 값이 상당하다는 점도 들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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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비싼 리X와 알미늄제 캐리어의 TSA 락.

모든 항공사 수하물 배상팀의 주적...ㅋㅋㅋ


또, 인천공항 개장 검색실에는 X-RAY 말고도 하나 더 신기한 기계가 있는데, 수하물에서 나는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검사기가 있어.

요 몇 년간 미국 다녀온 사람들은 알겠지만 탑승권 스캔하고 탑승교로 내려가면,

보안 검색 직원들이 책상 위에 둠가이가 얼싸안고 눈물을 흘릴 듯한 BFG9000 닮은 기계를 얹어놓고 있기도 한데,

이게 폭발물 성분을 분자단위로 검출하는 기계라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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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헤이 고객님 비슷하게 생겼는데 아니니까 내려놓으시구요


승객이 기내로 반입하는 가방 등에 혹시나 해서 검사할 요량으로 들고 오는 건데, 이런 절차까지 해서야 자기네 나라로 오라고 하는 미국이 좀 아니꼽기도 해.

하지만 결국에는 만사 불여 튼튼이고, 우리나라도 항공기 폭탄 테러를 겪어본 나라기도 하니까 어쩔수는 없다고 봐.

개장 검색실에는 한 술 더 떠서, 가방에 들이대는 핸드헬드 스타일의 기계가 아니라 고정식 검사기가 있는데,

수하물 여기저기에 촉매를 대고서 그 촉매를 검사기에 밀어넣으면 무슨 성분이 검출된다고 빽빽 울부짖는 거지.

그럼 기껏 BFG9000같이 폼나게 들지도 못하는 기계에 한 술 더 뜬다는 표현을 쓴게 왜냐면,

이걸로 마1약 성분이 의심된다는 수하물을 붙들어본 적이 있기 때문이야.


급거 난리나는 이야기지. 떠들썩했던 버X썬이라던가 그런 데들에서나 흡입하는 물건인 줄 알았는데 하필 내가 일하는 와중에 저런 게 나오다니.

일찍 퇴근하긴 글렀군 하고서 탑승구에 연락해서 승객 누구누구들 탑승시키지 말고 개장 검색실로 모셔오라고 하고,

보안요원들 중 상위 직급에 계신 분들이랑 공항 경찰대, 국정원, 세관에 계시는 분들까지 모두모두 모여서 맞냐 틀리냐 어쩌냐 의견이 분분했지.

탑승구 직원 또한 '아아, 정시 출발이 물건너가는구나'하고 승객들 방송해서 찾아다가 모셔왔더니 바야흐로 난장판이 펼쳐지는 거야.

이 짐 주인이냐, 이 가방 안에 뭐 들었냐, 열어서 뒤져봐도 되냐, 이 짐에서 뭔 성분이 검출됐는데 그런거 들고가느냐, 안 들고가면 왜 기계가 반응하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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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관님의 심문의 상태가?

(밝혀두건대, 물론 대한민국의 수사관님들은 수사 대상자를 핥지 않습니다!)


전화로 듣자면 보이스피싱같이 여겨질 문답이 눈앞에서 오가는 거야. 영어가 딸리는 분은 통역좀 해달라고 은근슬쩍 개입시키려고도 하는데,

골치 아파지므로 극력 피하려고 하지만...척져봐야 좋을 거 없는 분들이니 가능한 한 도와줄 수밖에.

승객이 탈 비행기 출발 시간은 다가오고, 인터뷰는 진척이 없는 가운데 결국엔 수사관 분들도 경찰대 분들도 수상쩍은 짐도 없고

X-RAY 검사결과도 일단 깨끗하니 승객 보내자고 결론짓고 도로 비행기 타러 가라고 그랬지 뭐.

아무리 우리나라 안에서 일어난 일이라지만 외국인의 신병을 억류하는 일은 그다지 쉬운 노릇이 아닌 것처럼 보이더라고.

내가 법률을 일일이 다 알 수도 없는 노릇이거니와, 만약 그런 일이 생기면 뒷감당에 항공사가 끼어들어야 하는 점도 있거든.

비행기 놓친 승객이 그 다음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제일 빠른 게 어느 항공사의 무슨 편이고,

그러면 항공권을 어떻게 교환해야 되는데 차액이 얼마가 발생하며 그 차액은 누가 부담하는지,

승객이 밤을 공항에서 지새야 하는 수도 있는데 그럼 환승 호텔이랑 식대는 어쩔 건지 등등...

대충만 열거해도 이 정도니 나중에 고소하겠다는 소리까지 나왔다면 그때 입회한 직원이 누구이며 그때 어떻게 했는지 진술서를... 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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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헤이 서면으로 받으시라니까요 회사에서 이러지 않기로 했잖아요

(밝혀두건대, 물론 항공사의 보고는 구두 서면 메일 등으로 이루어집니다. 할짝거리는 것은 보고의 범주에 속하지 않습니다.)


하여간, 프라이버시를 지키겠노라면 비행기 타지 말라는 말씀은 어디에서나 통용될거야. 그게 규정이니까.

아, 카를로스 곤이 일본에서 탈출할 때 오사카 공항 CIQ가 자가용 비행기의 수하물을 검색하지 않아서

우리가 잘 아는 대탈출극이 작년 신년 벽두에 일어났던 건은 나무위키에 자알 정리돼 있으니까 한번 눈여겨 보시라고. 무척 재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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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곤이 숨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악기 하드케이스의 예시.

이만한 짐을 검색하지 않았단 말이지? 무슨 깡으로?


힘주어 말하겠는데, 값진 물건이나 프라이버시에 저촉될 물건 같은 건 위탁수하물에 넣지 말고 직접 들고서 기내에 함께 타.

장한나 고객님이 괜히 첼로 자리(CABIN BAGGAGE = CBBG)까지 풀페어 내가면서 사서 가시겠어? 


쓰다보니 글감이 쏙쏙 생기긴 하네. 수하물은 일단 이 정도까지만 하고 다음편부터는 사람 이야기를 좀 써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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