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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공항서 일하는 사람이 여객썰 푼단다 - 이 짓 좀 하지 마라 좀 (2) -

안녕안녕!


어제 글 올리고 자고 새서 술먹다 지금 보니까 놀라웁게도

혼자 끄적이기 좋은 게시판이 있지만 아무도 안 오는데도 조회수도 나와주고

추천도 어느 맘씨 고운 분들께서 박아주셔서 고마우니까

심야이고 술도 먹었지만 돌겜 돌릴 정신으로 다음 글 쓸거야! 토큰노루에게 죽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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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거 말야!!!


눈팅하는 유게나 베스트는 갈 거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더 많이 쓰고 봐야지 아무렴 ㅋㅋㅋ


각설하고 한 마디 외쳐본다. 수하물에 이상한 거 좀 넣어 오지 마라 좀!!


다 알아. 안다고. 우리끼리 하는 얘긴데, 핑계 없는 무덤 없듯이 곡절 없는 승객이 없어.

하물며 그 승객이 위탁한 수하물은 오죽하겠어?

가끔 유머게시판 같은 데 올라오는 '마1약 적발 현장' 같은 게시물 보면, 세상에 이렇게도 숨겨올 수 있구나 하고 부탁을 랄 치고 가는데,

그만큼 솔직히 승객이 위탁하는 수하물도 가지각색이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물건은 더욱 가지각색이라고.

어디 일하러 가시는 분은 공구며 옷가지며 한가득일 수도 있고,

휴가철 맞아 놀러가시는 분들은 취향 한껏 드러내시는 수영복에 속옷에 썬크림까지 다양하며,

타국에서 돈 벌어다 고향에 돌아가는 분들은 선물들로 그득해. 승객의 사연만큼 수하물 내용물도 가지각색이야.

그런데 이런 걸 어떻게 아냐고? 열어 보니까 아는거지. 왜 열어 보냐고?

X-RAY 검사 결과 항공 운송이 안 되는 물건이 들어 있으니까 항공사 직원 입회 하에 개장해서 검색한 다음 빼내어 폐기하고 탑재하러 보내니까 아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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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런 식으로 다 보인단 말야!


체크인 카운터에서 수하물 맡기고 카운터 직원이 여권에 탑승권 끼워서 돌려주며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할 거야.

"검색 있으니 약 5분간 대기하시다가 출국장 입장하십시오."

물론 볼일 다 봤다는 입장 상 다음 발걸음을 옮기시느라 바쁜 분들 많지. 면세점도 가고 라운지도 가고.

그런데 그러다가 가방에 이상한 거 발견됐다고 보안 업무하는 직원들이 통보 주잖아? 카운터 직원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 떨어지는 거야.

아침 댓바람부터 장사진 치고 기다리신 다음 고객님 맞아들여야 되는데, 지금 모셔서 수속하는 고객님이 혹여나 결격사유 없는지 빠릿하게 체크하고 있어야 되는데

방금 지나간 고객님이 뭘 이상한 걸 맡겼다 그러면 만사 제치고 방송 내지는 유선 연락을 통해 연락 드려서 개장 검색실로 가시게끔 안내해야 되는 거라고.

고객 입장에서도 화급히 뛰어와선 왜 그러냐고 묻는 경우가 일상다반사고.

위탁하는 과정에서도 보안 질의는 하게 되어있지. 하도 많이 묻다 보니 입에 붙었는데 뭐냐면

"위탁하시는 수하물 내에 고가의 물품, 파손되기 쉬운 물품, 화학 제품, 배터리, 인화성 물질은 없으신지요?"

하나 하나 따지고 들어보자고.


고가의 물품이라면 예전에는 카메라(특히 DSLR 유행하면서는 더더욱!)도 포함되었지만 이제는 스마트폰이 있어서 그런 걱정은 덜었고,

금괴, 현찰, 귀금속 따위가 많아. 이건 인천공항에서는 손을 안 타더라도 외국 공항에서 보안 검색하는 이들을 철석같이 믿으시는 분들이라면

나중에 내용물 없어졌다는 부분 분실PILFERAGE 신고라도 않으셨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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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슬쩍, 정규슬쩍. 영문으로는 PILFER더라구.


위탁하실 때는 그런거 없다고 콧등으로 말씀하셔놓고는 나중에 가서 금송아지가 없어졌다 은망아지가 없어졌다 하시면

위탁받는 우리 입장에서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라니까.

우리나라라고 마냥 좋은 사람만 넘쳐나는 거 아니지만 해외 공항이면 더욱 못 미더운 양반들 수두룩하지.

우리나라 사람도 못 미더운 판국에 생면부지의 외국 사람을 믿는다?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이라는 말씀은 성경에나 나오는 거라고.

내 캐리어는 자물쇠가 튼튼하고 보안이 잘 되는 물건이니 괜찮다고? 다 여는 방법이 있어요.

이름만 대도 다 아는 고가이자 유명한 가방 브랜드들의 자물쇠들은 미국 교통성TSA이 규격화한 자물쇠로 잠기는데, 그걸 여는 마스터키도 존재하는걸.

수하물 보안 관련해서는 후일 다시 얘기하자구.


파손되기 쉬운 물품 말인데, 두 가지 사례를 들자고.

'첼리스트 장한나가 해외 공연때마다 자기 좌석 바로 옆에 첼로 자리를 사는데 대한항공은 마일리지도 안 주더라'라는 무릎팍도사의 에피소드와

'유나이티드 항공이 내 기타를 때려 부순다네'라는 노래.

연전부터 대한항공은 특수 수하물 관리 인원까지 동원해가며 혹시나 하는 사태에 대비하지만,

그런 가운데 뭔 악기 케이스들은 아직도 천이나 나일론으로 만든 소프트 케이스인 경우가 있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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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상품 비하하려는 용도는 아니지만 이걸 위탁하진 말아줍쇼ㅠㅠ


에지간하면 철판 대고 합성수지 튼튼한 하드 케이스 쓰셔요들. 깨지면 큰일나는 건 항공사나 승객이나 매한가지니까.

그럼 하역할 때 직원들이 가방을 휙휙 집어던지던 건 어떻게 얘기할 거냐고? 하역하는 분들 허리 다리는 강철이냐?

그분들도 하루에 몇십 몇백개씩 가방 드느라 문자 그대로 허리가 휜단 말야.

그래서 미국 항공사들에선 강화외골격 기술을 수하물 하역 직원들한테 입히려 도입하는 세상이야.

대한항공에서도 자회사 직원들한테 시험삼아 써보라고 국산 외골격 줘봤다는데 아직 갈 길이 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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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품은 아니고 이거랑 비슷하게 생겼는데, 잘못 움직이면 아프대 아직은.



화학 제품이랑 인화성 물질은 변인은 거의 일정하거늘 어느 변곡점에서 어떻게 문제가 발생하는지 사람이 다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변인이 일정하다고 했으니 그 점 보자고.

여객기 화물칸이 과연 객실처럼 따뜻한 기온과 말짱한 기압으로 유지될까? 기장의 조작에 따라 기온과 기압은 어떻게든 변할 수 있는데.

그러다가 폭발하거나 인화하거나 유출되거나 하면 도착 공항 지점은 이를 갈면서 출발 공항 지점을 찾게 된다.

책임을 승객한테 물으면 안 되겠느냐고? 물어보세요. 어떻게 되는지.

폭발, 인화, 부식물질 유출 등은 테러로도 이어질 수 있으니 당연히 넣어오면 안 돼.

가끔 옷가지 안에 라이터 하나 두개 넣어놓고 깜빡 잊은 승객들이나, 동남아 여행 가시는데 모기 많다고 에프킬X 가져오시는 분들도 있는데,

전량 적출해서 폐기해버린다.

단, 모기 기피제나 운동용 스프레이 파스처럼 몸에 뿌리는 스프레이는 괜찮아. 에어로졸이 얼마나 들었느냐의 문제거든.

에베레스트를 등정하시든 얼음왕관성채를 오르시든 버너용 가스도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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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즈씨 그럼 산 도착해서 라면은 어떻게 끓여먹으라구요?

아 안돼요 안돼. 인천공항 규정상 안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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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잉 아즈씨 한번만 봐줘요(애교)

으아악 안된다니까요

 

경험담인데, 어느 모녀 승객분들께서 맡기신 수하물이 규정 초과 무게라서 매몰차게도 추가 요금 징수한 적이 있거든.

5분 뒤에 수하물 검색실에서 연락 오더라. 무슨 불X나 라이터가 1200개나 들어있냐고.

부리나케 모셔와서 왜 가방 안에 라이터가 이토록 많습니까 하고 물어보니, 현지에서 한식당을 하시는데 판촉 용품으로 만들어 가져가시는 거라고.

한국의 좋은 점 중 하나인 공짜 라이터를 현지에서도 보여주겠다는 마음은 거룩하시지만 항공 운송이 안되오니 전량 폐기하겠습니다, 하고 났더니

그 분들의 무게 초과 요금의 의미가 없더라는 말씀이지.

그래서 면세점 가시겠다는 분들을 또 모셔와서 환불조치 하느라 진땀 뺐지. 카드 결제를 하셨으니 그 자리에서 취소하는 게 맞는 얘기잖아.


연전에 미국에서 수하물로 위탁한 노트북, 이 아니라 노트북으로 위장한 폭탄을 폭발시키려다가 붙들린 테러리스트가 있었지.

그 이래 한국에서도 위탁 수하물 내에 배터리가 있는 물건은 빼도록 하는 규정이 생겼어.

개장 검사실이 면세구역 안에 있는 형태인 인천공항 2청사가 생겨서

(싱가포르 창이 공항 방식을 따라했다지만 따라하자고 밀어부친 녀석은 폭사했으면 한다)

대한항공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수하물 개장검색에 참여해야 하게도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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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색조가 예뻐서 잘 안보이겠지만 247번 탑승구랑 267번 탑승구 근처에 가방 마크 보이지?
저기가 수하물 검사실인데, 다른 탑승구나 라운지 등에 있다가 저기까지 승객이 뛰어가야 된다구ㅠㅠ


어쨌든, 그렇게 배터리가 적발된 수하물은 대체로 어르신들이 효도관광 가시다가 핸드폰 배터리 떨어질까 걱정하시는거까진 좋은데

그나마도 무거우시다고 수하물에 넣은 분들이 태반이고, 전자담배나 손전등(특히 스쿠버 다이빙용!!!), 드론도 꺼낸다.

이런 분들 연락하려면 국내 통화 가능한 핸드폰 번호가 있으면야 모를까, 없는 외국인들은 탑승구에서 붙들어다가 개장실로 보내야 되고,

복닥거리다보면 탑재 시간도 탑승 시간도 늦어지느라 곤혹스러워.

배터리가 달린 물건은 배터리를 탈착해서 기내에 승객이 반입한다면 문제가 없으니 그 점만 알아두자고.

단, 손전등 중에 테두리에 스턴건 전극 심어놓은 흉기도 가끔 보이는데(중국산이 많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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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리찌리 짜라짜라


요런 건 호신용이고 뭐고 한국에선 압수되면서 국정원 형아들이랑 좀 만나야 한다는 점도 잊지 말고.
스턴건 켜면 소린 또 얼마나 큰지.


많이 봐 주면 또 다음 글 쓸께. 술 다 깼다. 안녕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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