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표팀 코치 특혜 논란
2005년 8월 22일. 홍명보 당시 대한축구협회(KFA) 이사는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시작된 KFA 2급 지도자 강습회에 참가했다.
홍명보는 지도자 자격증이 없는 상태였다. 지도자를 할 생각이었다면 3급 지도자 자격증부터 따야 했다. 3급 지도자 자격증을 따면 유소년이나 초등학교 축구교실에서 지도자 생활을 할 수 있었다.
2급 지도자 자격증을 따려면 3급을 따고 2년이 지나야 했다. 하지만, 홍명보에겐 예외 조항이 적용됐다. KFA는 국가대표팀에서 A매치 20경기 이상을 소화하거나 K리그 100경기 이상 출전한 경력자들에 한해서는 3급 지도자 자격증 없이 바로 2급 지도자 자격증을 딸 수 있게 했다.
2005년 9월 26일. KFA는 딕 아드보카트 한국 축구 대표팀 신임 감독을 보좌할 코치 중 한 명으로 홍명보를 택했다. 지도자 자격증이라곤 전무했던 홍명보가 2급 지도자 자격증을 딴 지 3주 만이었다.
2급 지도자 자격증을 보유한 자는 중학교나 고등학교 팀만 지도할 수 있었다. 당시 KFA 규정에 따르면 ‘대한축구협회 1급 지도자 자격증이나 아시아축구연맹 A급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한 자’만 대표팀 지도자로 일할 수 있었다.
KFA는 당시 “지휘권을 갖지 않는 보조 지도자 역할이기 때문에 홍명보 코치의 1급 자격증 취득 여부는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지도자 경력이라곤 지도자 수업 3주뿐이었던 홍명보는 국가대표팀 코칭스태프에 합류했다. 홍명보는 국가대표팀 코치를 맡은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2006 독일 월드컵을 치렀다.
홍명보에게 국가대표팀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월드컵을 경험하는 데까지 필요했던 시간은 ‘단 9개월’이었다.
https://www.sports-g.com/news/articleView.html?idxno=396
2. 홍명보 위해 자격증 강습회 일정도 바꾼 협회
2005년 9월 2급 지도자 자격증을 땄던 홍명보 코치는 아직 자격증 취득 기간이 1년을 넘지 않은 상황이어서 여전히 1급 지도자 자격증 시험에 응시할 자격이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협회는 1년에 두 번 열리는 1급 지도자 강습회의 하반기 일정을 앞당겨 버렸다. “하반기 신청자가 많아서 인원배분 차원에서 일정을 앞당기기로 조정했다”고 했다. 베어벡호가 출범하는데 여전히 1급 지도자 자격증이 없어 무자격 논란에 휩싸여 있는 홍명보 코치를 구제하기 위해서였다.
하반기 지도자 강습회는 보통 10월이나 11월에 열리지만 홍명보 코치가 빨리 1급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하게 하기 위해 그 일정을 7월로 당겨버렸고 홍명보 코치는 2006년 7월 협회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드디어 꿈에 그리던 1급 지도자 자격증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4~5년은 족히 걸리는 과정을 모두 생략한 채 아무런 지도자 자격증도 없던 이가 불과 10개월 만에 각급 대표팀까지 지도할 수 있는 1급 지도자 자격증을 딴 것이다.
그리고 그는 곧바로 대표팀 수석코치에 임명됐다. 말 그대로 대표팀에서 감독 다음으로 힘을 보유한 막강한 자리까지 초고속 승진한 것이다. 당시 국내 축구 지도자들의 불만은 상당했다.
2006년 10월 한국축구지도자협의회가 조사한 자료를 살펴 보면 현장 지도자들이 얼마나 협회의 홍명보 코치 밀어주기에 불만을 가졌는지 잘 알 수 있다. 설문에 응답한 현직 지도자 중 78.9%인 266명이 “2급 자격증을 가진 홍명보 코치가 자격 규정을 위반하면서 독일월드컵 대표팀 코치에 선임된 것에 대해 잘못”이라고 답했고 “허용되어야 한다”고 답한 지도자는 7명 뿐이었다. 협회의 인사에 불만족스럽다는 의견을 낸 이들은 “협회가 능력과 자격을 무시한 채 지명도(128명), 측근(121명), 학연과 지연(71명), 무자격자(44명) 위주의 정실인사를 휘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https://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1073230
3. 조동현 감독이 쌓은 업적은 어쩌고
19일,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홍명보 감독에게 중책을 맡기면서 현 20세 이하 대표팀을 2012년 런던올림픽을 준비하는 전략적 육성 체제로 운영할 뜻을 밝혔다. 이 목적에 홍명보 감독이 잘 맞는다고 판단했단다.
하지만 이제 겨우 7개월 앞으로 다가온 세계대회를 준비하는 시점에, 이처럼 갑작스런 결정이 나온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조동현 감독이 지금까지 두 번의 아시아선수권대회에 나가서 비록 우승 트로피를 가져오지는 못 했지만 세계대회 출전권을 꼬박꼬박 따내면서 소신 있게 어린 선수들을 알차게 이끌었다는 점, 최근 어린 선수들을 많이 다루며 쌓은 풍부한 경험은 왜 고려하지 않았던 것인지 묻고 싶다.
축구협회는 지난해 11월 초 아시아선수권대회가 끝나고 지금까지 석 달 넘게 지나는 동안 20세 이하 대표팀에 대한 훈련소집도 하지 않은 채 방치했다. 같은 시기에 이광종 감독이 이끌고 있는 17세 이하 대표팀이 울산에서, U-14 / U-15 / U-16 대표상비군 선수들이 광양에서 차례로 훈련을 시작한 것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혹시 석 달 전부터 대표팀 감독 교체를 염두에 두고 그런 것은 아닌지.
https://www.spotv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93686
4. “홍 감독의 축구 철학, 경력 등에 대해서는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다른 자료를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
이를 통해 "감독 선임과 관련한 전 과정에서 규정을 준수하고자 했다. 있는 규정은 모두 지켰으며, 규정에 없는 상황들(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이 잔여 역할이 조금밖에 남아있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일방적으로 사퇴할 시, 전력강화위원들 중 일부가 동반 사퇴할 시 등)에서는 감독 선임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차질 없이 이룰 수 있는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절차를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이번 과정에서 아쉬웠던 부분은 첫째, 모든 상황(특히 비상상황)을 대비한 규정이 미비했다는 점 둘째, 전강위 참석 위원들에게 사전에 충분히 관련규정을 설명하지 못하여 위원회의 역할과 한계에 대한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는 점"이라며 "반성과 성찰을 통해 규정을 세밀히 보완하고 차기 전강위 출범 시에는 위원들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철저히 시행하고자 한다"고 비판 여론의 본질과 다른 대목에 개선을 약속했다.
더불어 '대표팀 감독 선임과정 관련 Q&A'라는 제목 아래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최종 협상 권한을 이어받은 것에 대한 규정 △홍명보 감독은 외국인 후보자들과 달리 PT가 없었던 배경 △이임생 기술이사가 '최종 결정은 절차대로 투명하게 스스로 했다'는 발언의 의미 등을 설명했다.
홍명보 감독 스스로 몇 차례나 '대표팀 감독에 관심이 없다'고 선을 그었음에도 줄기차게 유력 후보로 불려왔다. 상식적으로 서류 접수조차 하지 않은 감독이 거부 의사까지 밝혔으면 제외하는 게 옳다. 그러나 축구협회는 만날 일이 없다고 공언한 홍명보 감독을 밤늦게 찾아가 설득했으니, 처음부터 1순위로 내정해 놓고 시간만 끌었다고 해석될 여지가 충분했다.
축구협회도 "전강위 초창기부터 국내 사령탑 가운데 1순위는 홍명보 감독이었다"고 내정설을 자인했다. 더불어 민심이 싸늘해진 공정성의 결여와 관련해서도 결국 시인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이임생 기술이사가 홍명보 감독과 함께 전강위가 최종 후보에 올린 외국인 지도자들 사이에 공평한 채용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거스 포옛 전 그리스 대표팀 감독과 다비드 바그너 전 노리치 시티 감독은 한국 축구를 분석하고, 자신의 철학을 어떻게 새겨넣을지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협회 역시 "한 외국인 후보자는 22페이지의 자료와 대표팀 경기영상 16개를 준비했고, 다른 감독도 16페이지의 PPT 자료를 제시했다"고 인정했다. 반면 홍명보 감독에게는 이임생 기술이사가 찾아가 축구협회의 기술철학을 설명하고, A대표팀과 연령별 대표팀의 연계를 부탁했다고 직접 말한 바 있다. 읍소지 면접이 아니었다.
출발선이 다른 데 여론은 특혜라고 바라봤다. 어느 분야든 채용시 평가 기준은 동일해야 한다. 이에 대해 축구협회는 "자료를 잘 준비해오면 그 감독과 에이전트가 의욕있고 성의있다고 볼 수 있겠지만 그것이 대표팀 감독으로서의 능력과 경쟁력이 있다는 근거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
축구협회는 팬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대목을 건너뛰었다. 홍명보 감독에게 2시간 동안 미래를 당부할 게 아니라 들었어야 했다. 장문의 해명 어디에도 홍명보 감독에게 매료된 요소나 1순위로 매긴 채점 방식, 홍명보 감독이 설명했다는 비전을 찾아볼 수 없다. 이임생 기술이사가 밝혔던 빌드업 1위는 추상적이며, 라볼피아나 전술은 10년 전 유행했던 것으로 지금은 사장되거나 기본이 된 움직임에 불과하다. 대표팀 경력 역시 10년 전 브라질 월드컵에서 실패로 끝났던 이력이다.
축구협회가 내놓아야 할 해명은 시간 나열이 아닌 비전이어야 했던 이유다. 단순히 "홍명보 감독은 이임생 기술이사에게 축구철학, 대표팀 운영방안, 한국축구 기술철학 관련 각급 대표팀 연계방향 등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고 짧게 끝낼 문제가 아니다.
개인적으로 홍명보에게 이러한 부정채용, 특혜에 대한 의식은 없을 것이라 본다. "저를 버렸습니다", "선임 절차는 모르겠습니다" 등 부정에 대한 인식이 애초에 결여된 인물이다. 또, 스스로를 한국 축구의 구세주로 오인하고 있다.
오는 24일 귀국하는 홍명보의 취임 기자회견이 이달 말 중 계획되어 있다고 한다. 홍명보가 할 말이 벌써 귓가에 맴도는 듯 하다. 아마 10년 전 그때처럼.
"예. 그 원칙 제가 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