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 구독자 5명 | 모건체이스

[시사/도시/아파트] 은마아파트는 왜 멈추어 있는가


 

 

unnamed (1).jpg

 

1.

재건축을 하는 공동주택 단지는, 사업과정에서 관계 전문가를 위촉해서 심사하는 "건축심의"를 거치게 됩니다. 

(서울시에서는 경관심의도 통합해서 봅니다.)

 

설계도서를 보면서 건축물이 잘 설계되었나 보는건데,

법령과 조례 등을 지켰는가 하는 정량적인 부분과,

전문가 입장에서 볼 때 "잘" 설계되었는지 하는 정성적인 부분을 모두 봅니다.


다만, 정량적인 부분은 심의 이전에 관계 공무원과 협의하면서 거의 다 체크하기 때문에

수십개 정도(이게 적은 편) 놓친거만 걸리고, 정성적인 부분 위주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1.jpg

 

 

2.jpg

 

2.

또한, 각 지자체는 법적으로 도시와 건축에 관해

앞으로의 큰 그림을 그리는 "도시기본계획"이라는 것을 수립하게 되어 있습니다. 

도시의 미래상과 개발 및 관리방향을 수립하는 것이지요.

 

서울시는 2014년에 2030년까지 서울의 미래상을 설정하면서

서울시의 도시기본계획인 "2030서울플랜"을 내놓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문제의 "높이관리" 기준이 등장합니다.

 

 

 

 

 

 

145234_37999_2010.jpg

3.jpg

 

3.

은마아파트가 속한 강남구는 위에 따라 도심에 해당하며,

은마아파트 대지는 제3종일반주거지역으로서 순수 공동주택일 경우

35층 이하의 "높이 기준"이 적용됩니다.

 

다만 이것이 법령에 근거한 계획이고, 전문가와 공청회를 거쳤다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건축이나 도시계획에 관한 조례 상의 규제는 아니므로,

서울시 개발과 관리에 대한 "정책방향"이자, 심의를 위한 "기준"으로 적용됩니다.

 

 

 

 

 


6.jpg 

4.

문제는, 은마아파트는 안그래도 재건축이 몇차례 불발되면서


재건축 프리미엄에 대한 욕구가 활활 타오르는 곳이였던 데다가,

엄청난 크기의 대단지이다 보니 첼리투스나 트리마제 같이

고층으로 지을 경우 상당한 웃돈을 챙길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기며

조합원들이 고층 건축을 희망했다는 겁니다.

 

박원순 시장 임기 직전 3번 낙방 끝에 4수에 재도전한 안전진단을 간신히 통과

(안전하지 않다는 것으로서, 재건축이 필요하다는 결과)

하면서 안그래도 들떠 있었기도 했구요.

 


 


5.

그러나 서울시는 사전 협의 과정에서 35층 높이기준을 사실상 심의 통과에 대한 강제조항으로 운영합니다.

(이것이 행정적으로 적법한지는 갑론을박이 있습니다.)

 

즉, 건축심의를 통과하려면 무조건 35층 아래로 설계안을 가져오라는 것이지요.

여기에는 박원순 시장의 개발억제 정책 기조가 작용했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5.jpg

 

6.

은마아파트 조합원들은 여기서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35층 높이기준을 지키고 빠른 사업을 진행할 것인지,

다음 시장에서 정책 기조가 바뀔 때까지 기다려볼 것인지, 다른 방안을 찾을 것인지...

 

여기서, 국제공모를 통해 해외 유명 건축가가 참여하는 등

국제적 랜드마크로 기능할 수 있는 경우에는 50층까지 높이기준이 완화할 수 있다라는 예외조항을 근거로, 

"토문건축+영국 PLP"와 "희림건축+네덜란드 UN Studio"가 맞붙은 현상설계를 통해

희림 컨소시엄을 선택하고, 49층 설계안을 준비해 서울시에 제출합니다.

 

(여담이지만 국내 굴지의 건축설계사무소인 두 회사가

사상 최고액인 재건축 설계비 150억원을 두고 벌인 경쟁은

한국은행 증축 사업만큼이나 업계 내에서 큰 화제였습니다.)

 

 

 

 

7.

여기서 서울시는 아예 심의 자체를 거부합니다. 

심의를 진행하여 관계 전문위원들이 NO를 하는 것 이전에,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으니 아예 심의를 열지도 않겠다고 한 것입니다.

 

 

 

 

 

 

 

Cap 2021-01-19 03-27-01-429.png

 

8.

이후 행정소송을 할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돌았지만,

자칫하면 재건축 사업이 초장기화 될 우려가 있었으므로,

(조합원간 다툼이 있긴 했지만 어쨌든) 투표를 통해

조합원 71%가 35층으로 설계안을 조정하는데 찬성하면서 사업이 다시 진행 기미를 보였습니다.

다만 이후 심의안을 새로 제출하진 않았습니다.

 

 

 

9.

그런데 2020년 7월 박원순 시장이 사합니다.

개발억제에 대한 정책기조는 대부분 박원순 시장에게서 기인했으므로,


높이 관리에 관한 시의 정책기조가 바뀔 수 있다는 것입니다.

최소한 심의라도 받아주게 되면 심의위원들을 구워삶든 논의하든 하면서

조건부 통과든 뭔가 진전이 생길 수라도 있지요.

 

어쨌든 시장 사망과 함께 은마아파트 가격은 올랐고 매입희망자는 증가했습니다.

만약 개발친화적인 보수쪽 서울시장이 나온다면 높이관리기준을

단순히 "기준"으로만 봐 주면서 협의에 따라 다른 높이를 적용해줄수도 있습니다.

(다만 진짜 그렇게 된다면 서울시 정책 일관성에 대한 신뢰도는 땅을 치겠죠..)

 

조합원들은 또다시 고민에서 허우적대고 있을 겁니다.

 

 

 

 


3줄 정리하자면

- 서울시 도시기본계획에 포함된 높이관리기준을 심의 통과에 대한 강제사항으로 적용하면서 조합원간 어떤 층수의 설계안으로 할 것인가 갈등 발생

- 장기간 고민하다가, 예외조항을 염두에 두고 현상설계를 진행, 49층 설계안을 만들어 서울시에 제출했지만 심의를 거부당함

- 조합원간 다시 논의를 거쳐 투표를 통해 35층 안으로 결정하였다가, 서울시장이 사망하면서 사업 방향 전환 가능성이 발생함(현재)



로그인하고 댓글 작성하기
루리웹 오른쪽
루리웹 유머
루리웹 뉴스 베스트
PC/온라인
비디오/콘솔
모바일

루리웹 유저정보 베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