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곽튜브 백인 버전같은 남자 손님이 있슴다.
민증 확인해야하는 업종이다보니 어쩌다 나이를 알게 되었는데 올해 21살된 청년인데 가게에 올 때마다 뭔가 대단한 각오를 하고 오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대사를 준비해서 치킨집에 주문하는 그런 느낌이랄까요.
네 저도 평소에 그 타입이라 전화주문 달달달 이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여보세요, 배달 주문할게요. ㅇㅇ동 ㅇㅇ 아파트 ㅇㅇ동 ㅇㅇ호 반반 하나 무많이 콜라 하나 현금결제요. (양 목소리로 대사를 외우며)
일할 때만 장사꾼 모드로 변경합니다.어쨋든 이 손님 막 자기가 이랬다 저랬다 사실 물건 구매와는 별 상관 없는 스몰 토크를 떠듬떠듬 어색하게 하다가 "앗 죄송해요.. 제가 그냥 빨리 사고 꺼지길 원하시는거죠 ㅠ?" 라는데.
속으로는 아닛 어떻게 알았지? 라고 생각하지만 장사꾼 모드니까 엣 아닙니다. 저희 문닫기 까지 한시간 10분이나 남았습니다. 천천히 구경하세요. 라고 해줍니다. ㅋㅋ
약간 선택 장애도 있고 물건 한 20분 간 고르다가 결제하는 순간에 "저를 미워하시겠지만 잠시 전화 좀 하고 올게요.." 라고 땀뻘뻘 흘리며 밖에 나가더니 5분 뒤 다시 와서 결제하면서.
왜때문인지 갑자기 얼마전에 주인 잃은 강아지 두마리 주인 찾아준 이야기까지 힘들게 하고 마치 퀘스트를 마쳤다는 표정으로 딮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나가는군요.
잘했다! 해냈어!
올 때마다 말이 점점 늘어날 거 같은 기분이 듭니다.
사실 대화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저 같은 찐따는 장사꾼 모드를 유지하기가 힘들어요..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