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나 아닌 다른 이에게
기꺼이 연탄 한장 되는 것
방구들 싸늘해지는 가을녘에서
이듬해 봄 눈 녹을때까지
해야 할 일이 그 무엇인가를
분명히 알고 있다는 듯이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면
하염 없이 뜨거워지는 것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덩이 재로 쓸쓸히 남는 게 두려워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장도
되려 하지 못했나보다
하지만 삶이란 나를 산산히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아침에
나 아닌 다른 이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나는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