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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따에게 닥친 시련


나는 찐따다


40에 가까워가면서 직장과 집만 반복하는, 연애는커녕 여자손도 못 만져 본, 친구도 없는 언젠가 고독사에 대비해야 할까 생각하지 않는 그런 사람이다.


뉴스나 인터넷에서는 저런 불쌍한 사람 하는 부류겠지만 그럭저럭 직장도 안정적이고 나름 취미도 많다 보니 고독을 내 운명이라 받아들인 후부터는 마음 편하게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요새 자꾸 그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 몇 달 전에 왔던 회사 동기 때문이려나. 


사실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어 쟤가 여기로 왔네 하는 정도였다. 걔도 윗분들이 엮으려고 하니 정색하는 거 보고 아 그렇군 했다. 당연한 거였다. 누구 말마따나 내가 좋아한다는 것만으로도 상처입힐 게 분명한데 누가 날 좋아하겠나.


최근 접점이 좀 있기는 하지만 그게 그런 거겠나, 남직원이 얼마 없으니 나에게 윗분들 차 정비하는 거 같이 가자고 하는 거겠지. 정기점검에 타이어 교체에 같이 가긴 했지만 별 거겠나. 차량정비가 뭐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고, 사소한 것들 도와주는 거야 나한테는 흔한 일이니까. 태블릿으로 같이 그림그리기는 했고 뭔가 말이 트이기도 했고 겹치는 것도 있었지만 나에게 특별한 게 있을 거라 생각하진 않는다.


며칠 전에는 다른 분 아이들 생일초대장을 포샵해준 수당(?)으로 햄버거를 얻어먹었다. 그런데 그 분이 걔도 부르네. 같은 팀원이라 부른 거겠지 싶으면서 묘하게 뭔가 싶다. 같이 얘기하다보니 걔랑 맥주얘기가 겹친다. 바이엔슈테판, 바르슈타이너, 기네스 엑스트라... 시간가는줄 모르고 얘기하니 점심시간이 끝나있다. 


오늘은 윗분 차 세차하러 같이 간다.


별 거 아니지만 걔랑 간다니 뭔가 싱숭생숭하다.



나한테 그런 일이 있을 리가 없는데, 왜 싱숭생숭할까?


개인적인 연락이 오는 것도 아닌데 왜 내 마음은 이렇게 움직여댈까?


어차피 괴로움으로 끝날 텐데 왜 내 마음은 다른 생각을 하는 걸까?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마음을 다잡아도 자꾸 생각난다.


더 이상 헛된 기대가 생기지 않게 멘트 던지고 끊어놔야겠다.


괴로움이 더 커지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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